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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혜림 Mar 24. 2019

쇼핑호스트 1년차입니다


쇼핑호스트는 방송 전 챙겨야 할 것들이 많다.

부조실의 피디와 소통을 할 이어피스도 챙겨야 하고,

방송 때 신는 구두나 스타킹도 상황에 맞춰

직접 챙겨야 한다.

수정분장을 위한 도구라던지

생방송 때 즉시 수정해야 할 사항이 있기 때문에

필기구도 기본이다.


스튜디오에 들어서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들도 있다.

 핸드폰을 꺼야 한다거나 바닥에 물이 흘려 있지는 않은지,

 방송 때 진행할 피켓이 순서대로 되어 있는지

요리 시연을 위한 도구들은 모두 매대에 올려져 있는지

등의 체크도 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과정들을 처음 접하다보면

미처 챙기지 못하고 아차, 할 때가 있다.

먹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수저가 없기도 하고,

피켓의 순서가 뒤죽박죽되어 있어서

시청자들에게 못보여준 적도 있다.

미리 카메라 감독과 어떤 식으로 걸어 들어와서

이야기를 시작할지 동선을 맞춰봐야 했는데

깜박해서 모두를 당황시킨 적도 있다.

괜찮다.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대신 실수가 반복되는 횟수를 줄여나가면 된다.

그러려면.

실수가 재발되지 않도록 나만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수를 반복하면 무능력이 된다.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나만의 방법을 만들어 보자.

나만 알아볼 수 있는 체크 리스트 라던지,

요즘 시대답게 핸드폰 알람을 활용한다던지,

포스트잇에 적어서 이미 실행한 건 제거하는 방법도 괜찮다.

 

의외로 쇼핑호스트들은 방송에 들어가기까지 꽤 많은

협력 업체 및 부서들과 미팅을 하는데

미팅 때마다 깜박하고 안 오는 후배가 있었다.

처음에는 미팅이 끝난 뒤에야 전화나 문자가 와서

이런저런 이유를 변명하길래 ‘그래 그럴 수 있지’ 라고

 생각했는데 매번 미팅 때마다 늦는다거나

다른 선배와의 방송에서도 불참을 반복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후배의 성실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메모만 제대로 해놔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이정도쯤이야 괜찮겠지’ 라는 생각이

습관으로 박혀버린 것이다.

후배의 모습에서 그의 입사 1년이 충분히 그려졌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



메모하고 분류하세요



입사 1년 동안 다져놓기 좋은 습관 중 하나는

그래서 메모하기이다.

학기 초에 노트를 보면 메모를 정말 잘하던 친구들이 있다.

 시험 때 그 친구들의 메모는 거의 보물이다.

메모가 잘 되어 있는 경우에는 심지어

그 당시 상황까지도 떠오르는 경우도 있다.

수업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일상 속에서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는 생각이나

아이디어들도 메모를 잘 해 놓으면

시간이 지난 후에 뜻밖의 일에서 힌트가 된다.


그리고 이 메모들을 나만의 카테고리별로

분류해놓는 작업도 동시에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메모들을 보려고 할 때

혼란스러울 수 있다.

예습과 복습을 한다는 마음으로

하루 동안 내가 메모해놓은 내용들을 잘 분류해놓자.

메모가 쓰레기가 되느냐 보석이 되느냐는 분류에 달려있다. 


지금까지 알려준 방법들은 내가 입사 1년 때에도 적용했고,

 이후에 멘토링 과정에서 직접 적용해 본 실전 방법들이다.

 아직도 내 책장에는 다양하게 분류되어 있는

보석 같은 자료들이 있고

그 덕분에 15년이 넘은 이 순간에도

어떤 상품을 하든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

든든한 아군들이기도 하고 나의 초심이나 비전,

입사 후 달려온 모습들이 담겨있다.

물론 아직까지도 부족한 면이 많고

20년 30년 평생을 비즈니스맨으로 살기 위해서

보완해야 할 점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입사 후 10년이 지난 지금

나의 모습에서 꽤 괜찮은 면이 있다면

그건 입사 후 1년의 치열함이 헛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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