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과 나의 길

Karu's Story #9

by 카루

환영합니다, Rolling Ress의 카루입니다.


프레임이란 무엇일까요? 간단하게 '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무언가를 찍어내는 틀이 아니라, 억지로 끼워 맞추기 위한 틀. 종종 우리는 다른 사람을 평가하게 되는 상황에 직면합니다. 어쩌면 매 순간 그러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처음으로 누군가를 만난다든지, '이 사람은 어떤가.' 하고 자기만의 기준을 세울 때 우리는 우리가 각자 가지고 있는 프레임과 패러다임을 통해 상대를 바라봅니다.


제가 정말 질릴 정도로 얘기하는 '상대평가' 체계에서도 프레임의 원리가 작용합니다. 나는 나만의 고유한 모양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평가 기준은 나를 온전히 반영하지 않죠. 평가 기준만의 고유한 프레임이 있습니다. 평가라는 건 참 이기적이에요. 나를 존중해주지 않고, 이미 정해진 기준에 따라서 나를 보는 거니까요. 내 장점을 온전히 바라보지 못하고, 단순히 성향이 다른 걸 단점으로 치부해버리는 경향이 강합니다.


내가 원 모양을 갖고 있다면 나를 원의 틀에 맞춰서 봐야지, 억지로 사각형 프레임에 끼워 맞추려고 하면 당연히 안 맞아 보입니다. 안 맞는 구멍에 아무 열쇠나 끼운다고 문이 열리겠습니까. 모든 사람은 자신에게 맞는 프레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프레임은 오직 자신만이 알고 있죠. 남들은 알지도 못하고, 만들지도 못합니다. 내가 아니니까. 내 본모습을 모르는데, 어떻게 나의 본모습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 상대가 나의 프레임을 갖는 거의 유일한 경우가 있습니다. 내가 상대의 프레임에 맞춰서 자라온 경우. 그런데 저는 이 경우를 별로 선호하지 않아요. 내가 더 이상 내가 아니게 되는 거니까.


나는 나 자신의 제대로 된 프레임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내가 누군지 알아야 하니까. 적어도, 나만큼은 나를 있는 그대로 봐줘야 합니다. 나조차도 나를 속이고 억지로 다른 프레임을 씌운다면 얼마나 비참한 일일까요. 프레임을 조작한다는 건 자기 자신을 속이는 일입니다. 내 진짜 모습을 부정하고, 내 가능성과 한계를 과장시키는 부작용을 낳습니다.


당신은 당신을 용서해주고, 격려해줄 수 있나요? 실수를 해도 너그럽게 봐주고, 힘들 때 토닥여줄 수 있는 사람인가요? 아니면 그저 '이 정도로는 안돼'라며 자신을 세뇌하고, 오히려 더 궁지에 몰아넣고 있진 않나요? 여러분의 본모습을 보지 않고 그저 이상만을 좇으며 자신을 그 틀에 맞추려고 채찍을 휘둘러가며 혹사시키고 있지는 않나요?




저는 이 학교에서 저만의 프레임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제 미래는 제가 개척해 나가야 하는 법. 남들이 정해준 대로 사는 인생은 얼마나 초라합니까. 저는 이공계로 진학하고 싶었어요. 저에게 공대란 꿈의 장소였거든요. 수학의 본질을 찾는 걸 정말 좋아하고, 화학은 혼자 공부해도 너무 재밌었습니다. 그런데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말죠. 제가 수학 성적이 높지 않을뿐더러, 문과 학교에서 이공계열로 진학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할 수는 있습니다. 수능 준비를 힘들게 돌린다든지, 수학/과학을 쭉 1등급을 맞는다든지. 그런데 여기선 변수가 있어요. 이공계 진출을 위해 노력하는 건 좋지만, 그것 때문에 다른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진 않은지 반드시 돌아봐야 합니다. 저도 이공계를 지망하면서 정작 제가 이 학교에서 살려야 할 '인문학'은 깡그리 날려버리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대입 시스템을 굉장히 싫어한다고 몇 번 말씀드렸죠. 지겨울 정도로 말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개 학생으로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순응해야 합니다. 내가 세상을 바꾸지 않을 거라면 말이죠. 그럼 대학에 맞춰봅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어떤 인재가 필요할까요?


"융합"이 바로 요즘 시대의 트렌드입니다. 저에게도 이미 여러 개의 열쇠가 있어요. 스페인어, 중국어와 같은 언어들, 화학도 있죠. 그리고, 제 최대 강점은 프로그래밍입니다. 저희 진로 선생님께서 가장 크게 강조하신 점이 이겁니다. 프로그래밍. 모든 것을 융합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임에도 불구하고, 그 열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적을뿐더러 열쇠가 있어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시더라고요. 후자가 접니다.


국제고에서 이공계라, 아무래도 학생부 종합 전형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가 아무리 원한다고 해도, 학교에서 개설된 과목 및 동아리까지 제가 손댈 수는 없으니까요. 대신, 융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은 남들이 따라오지 못할, 저만의 차별화 포인트가 됩니다. 저는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사실 지금 많이 흔들리기는 합니다. 3학년 때 미적분을 선택했고, 수능에서 화학 II와 물리학 I을 보려고 하는데, 갑자기 다시 문과로 틀어야 한다니. 사실 그냥 고생을 다 하면서 미적분과 과학탐구를 응시해도 됩니다. 이과가 사회탐구를 응시하는 게 안 되는 거지, 문과가 과탐을 보는 건 상관없어요. 그런데 똑같은 성적을 받는다면 저라면 이과를 택하겠습니다. 애초에 제 목표가 이공계였으니까요.


저는 언어학과를 중심으로 보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트렌드에 발맞춰 빠르게 변화하는 곳도 바로 언어학과입니다. 특히 한국외대는 최근 들어 영어학과를 ELLT로 전환시키며 언어와 공학을 융합하는 학과로 바꾸었죠. 한국외대에서는 이중전공을 통해 컴퓨터공학과도 전공이 가능합니다. 방법이 어떻든, 제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길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화학생도라면 헤스 법칙 다들 아시죠? "반응 엔탈피의 합은 어떤 경로의 합이든 모두 같다."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는 매끄러운 생기부가 중요합니다. 내가 3학년 때 어느 과가 가고 싶어 졌는데, 그에 맞춰서 3학년에 와서야 무언가를 시작한다면 이미 늦었습니다. 1, 2, 3학년이 매끄럽게 이어져 가야 해요. 그것을 위해, 저는 남은 2학년 동안 비교과 활동 및 수행평가, 독서 등을 통해 징검다리를 놓아야 합니다.


그 징검다리란 무엇이냐, 프로그래밍과 사회학, 인문학, 언어학의 교점입니다. 제가 고양국제고에 지원할 때부터 목표했던, 인문학적 소양을 가진 프로그래머로 성장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해나가는 과정입니다. 쉽진 않겠지만, 분명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래서 제가 스티브 잡스를 특히 존경합니다. 이런 말을 남긴 적이 있거든요.


기술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은
인문학과 결합한 기술이다.


프로그래밍이라는 것도 결국 사람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기에, 사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특히 저는 요즘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만들어보고 써보면서 "어떤 프로그램이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불릴 수 있을까"를 많이 고민해요. 그리고 그렇게 쌓은 노하우를 GGHS Time Table과 GGHS Todo에 반영했습니다.


프로그래밍을 어떻게 확장할 수 있을까요? 아까 언급했는데, 바로 4차 산업혁명입니다. 인공지능, R과 빅데이터, 머신러닝, 메타버스, 데이터 사이언스, 언어학 등을 공부해야 합니다. 특히, 선생님께서 전산언어학에 대해 공부해보라고 하셨습니다. 책을 읽거나, K-MOOC 등을 이용하거나. 다행스럽게도 제가 현재 파악하고 있는 경로가 있어서, 그쪽을 통해 공부를 해봐야겠습니다.


고양국제고의 선례가 하나 있습니다. 저와 비슷하신 분이라고 하는데, 내신이 높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S대학교 언어학과에 합격하셨다는. 그 '특수' 케이스의 열쇠는 바로 융합입니다. 사회학, 인문학, 프로그래밍의 융합. 프로그래밍은 문과생들에게 엄청난 강점인 셈입니다. 빅데이터나 데이터 과학과 엮이면 그만한 인재가 따로 없죠. 제가 무엇이 될지는 이제 지금의 제게 달렸습니다. 지난주까지 제가 저를 완전히 놓겠다고 했는데, 이제 잘못된 짐은 다 떨쳐내고 높이 올라갈 수 있는 엔진으로 교체하는 중입니다. 목표를 정했으면, 이제 날아가면 됩니다. 달을 향해 쏘세요. 빗나가도 별이 될 테니.


이제 교과목들의 수행평가도 중요해졌습니다. 비교문화, 공간정보와 공간분석. 사실 이 둘은 고양국제고의 전문교과입니다. 전문교과. 특수목적고등학교에서만 배울 수 있는 교과목들입니다. 그 말은, 이러한 전문교과에서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드러내야 나만의 생기부를 써 내려갈 수가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이런 식으로 융합이 잘 된다면 선택의 폭을 더 넓힐 수 있습니다. 이 융합의 가치가 매우 높아지면 진로 선생님께서도 이공계 학교들에 접수를 해볼 것을 권하신다고 하십니다. 저는 아직 그 단계까지는 아니에요. 이제 시작이니까요. 아무튼, 제가 처음에 언급했던 이공계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주어지는 겁니다.


Karu's Story 시리즈의 변곡점이 왔습니다. 이제 제가 이 학교에서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위주로 서술할 겁니다. 유튜브에서 어떤 분의 댓글을 봤는데, 덕분에 오늘 하루도 웃으면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더 유익하고, 재밌는 내용으로 찾아뵐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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