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옳은 길인가

Karu's Story #8

by 카루

환영합니다, Rolling Ress의 카루입니다.


원래 사람들은 모두 겉으로 멀쩡해 보이려고 합니다. 여러분들도 저를 볼 때, 특히나 블로그에서의 카루라면 뭔가 전자기기에 관심이 많고, 프로그래밍을 열심히 하는, 그런 사람으로 보이겠죠. 저는 카루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제가 만들어낸 캐릭터이지만 너무나도 완벽에 가깝습니다. 정확하게는 제 이상이라고 봐야겠지요. 그래서 저를 카루와 동화시키려고 합니다. 그러나 현실과 이상의 차이에 이따금씩 좌절하고는 하죠.


목표를 잃었습니다. 대체 왜일까요? 중간고사가 망해서? 반쯤은 맞는 말입니다. 솔직히, 요즘 너무 불안해요. 특히, 2주 전 소화불량 및 호흡곤란 관련 증상이 재발한 뒤로 학교가 무서워졌습니다. 내가 또 쓰러지면 어떡하지, 또 발작하면 어떡하지, 또 호흡곤란이 오면, 또다시 밥을 못 먹고 계속 토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습니다.


이상적으로는 학교생활 열심히 하고 공부도 많이 하고 잘 살아내고 싶은데, 이렇게 건강 문제가 발목을 잡게 되면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게 됩니다. 제가 바로 위에서 '살아내고' 싶다고 했죠. '살고' 싶은 것도 아니고, '살아가고' 싶은 것도 아니고. 어쩌면 이제 저에게 학교란 그저 버텨가야 할 하나의 관문으로 전락해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저를 챙겨주고, 마음을 나누는 소중한 친구들이 있기에 힘이 나는 게 아닐까요. '친구'라는 똑같은 단어라고 해도 거기에 의미 부여를 어떻게, 얼마나 하는가는 사람마다 다르겠죠. 저에게 친구들은 정말 소중한 존재거든요. 특히 제가 힘들 때, 저를 끌어올려 줄 수 있는 존재들인 만큼.


지금은 왠지 제 목표가 흔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고 싶은 학교들을 지원하기엔 현실의 벽이 가로막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단 수시는 물 건너갔습니다. 애초에 몸과 마음도 다 잡지 못했으면서 무슨 생각으로 목표를 이루겠다는 결심을 한 걸까요.


A sound mind in a sound body. 건강한 몸에 건강한 마음이 깃듭니다. 저는 건강도 잃고 마음도 잃고 학업도 잃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제발 저처럼 되지 마세요. 진짜, 체력 든든히 기르세요. 공부는 체력 싸움입니다. 생각해보니까 우리 학교 남학생들은 거의 매일 농구 아니면 축구하러 다니니, 어찌 보면 가만히 앉아서 컴퓨터나 하는 저보다는 훨씬 건강한 게 당연할 수도 있겠네요.


이제 뭘 해야 할까요. 시험이 끝나고 창의 진로 프로젝트 ShareTech 앱 만들기에 올인했습니다. 저는 우리 팀이 너무 좋아요. 진짜, 진심으로. 개발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고마운 법입니다.


요즘은 차라리 좀 편해요. 사실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기에도 벅찬 게 현실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럴 수 없다는 걸 알아요.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게 있고, 하고 싶어도 하면 안 되는 게 있어요. 자유의 제한은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우리는 종종 그 정도를 넘어서 과도하게 자신의 목을 옥죄는 게 아닐까 싶어요.


저는 평소에 사진을 많이 찍고 다닙니다. 나를 가장 쉽게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사진이니까요. 사진은 나와 소중한 사람들의 순간을 담아줍니다. 다신 오지 않을 순간을 담아 추억으로 만들어주죠. 저는 그래서 사진을 좋아합니다. 우리의 순간을 영원으로 남길 수 있기 때문에. 물론 나의 순간도 남길 수 있고, 또 내 시선을 담을 수 있습니다. 저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이것이 제 사진에 담겨 있는 의미입니다.


저는 저만의 세상에서 사는 걸 좋아합니다. 피곤하고 불안할수록 더 그래요.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고독하게 쉴 수 있는 공간. 그런 장소가 필요합니다. 공간이 아니라 장소라고 부르는 게 더 맞겠네요. 애착이 있으니까. 힘들 때 언제든지 도피할 수 있는 게 좋아요. 다만 학교에서는 그게 안 되죠. 학교에서 일어나는 어떤 일이 싫다고 해도 내가 그걸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냥 버텨내야 합니다. 그럴 땐 밥 먹고 쉬는 시간에 조용히 어디론가에 가도 좋고요. 어쩌면 남들이 봤을 때 "쟤 뭐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많습니다. 그중에서 저는 특히 상상하는 걸 좋아해요. 유독 제가 상상에 과몰입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단순히 피아노를 칠 때도, 내가 이 곡을 수많은 친구들 앞에서 연주한다고 생각하고 연습해요. 매번. 항상. 물론 그렇게 열심히 연습만 하기엔 아까우니까, 인스타에 연습 영상을 가끔 올리곤 해요.


그 외에는 주로 미래에 대한 상상을 합니다. 내가 어떻게 살지. 무엇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지. 누구와 함께 살아갈지. 잘 먹고 잘 살아갈지. 솔직히 지금으로선 어느 학교에 갈지가 제일 관심사겠군요.




세상은 내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아요.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믿고 싶겠죠. 작은 소원을 빈다던지, 혹은 '이것만은 되게 해 주세요.'와 같은 마음을 품고 지낸다든지, 아니면 이번에는 내가 원하는 바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한다던지.


막대한 기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바라던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굉장한 좌절에 휩싸일 겁니다. 그만큼 내가 내 시간과 감정을 많이 쏟았다는 뜻이니까요. 그런데, 그것들은 모두 이미 써서 없어진 것들이에요. 날려버린 당신의 마음에 더 이상 미련을 갖지 마세요. 그리고, 당신이 감정을 쏟았든 쏟지 않았든, 그걸로 인해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은 분명히 구분되어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종종 그 경계선을 잊고 지내곤 합니다. 당장 우리의 예시를 들어볼까요? 내신 성적이라든지, 친구 관계라든지, 극단적으로는 선택과목 수강 신청 결과 라든지. 그 규모가 크든 작든, 어떻게든 결과가 나오겠죠.


물론, 대부분의 경우 그 둘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까 말했던 내신을 예로 들어볼게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받는 겁니다. 그건 나의 노력에 달린 일이니까, 충분히 가능하죠. 그러나 다른 친구들의 성적이나 시험 문제까지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친구 관계도 그렇겠고, 선택과목 신청도 그렇죠. "내가 미적분을 선택할 거야!" 이건 됩니다. 그런데, "미적분 신청자가 13명이면 좋겠어!" 이건 안 됩니다. 다른 사람의 선택까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우리는 여기에서 혼란을 느낍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 힘이 미치는 것과 내 힘이 미치지 않는 것을 명확하게 구분해내지 못해요. 어쩌면 우리가 살면서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일 수도 있습니다. 한참을 후회하고 나서야 그 후회가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걸 깨닫기도 하고요.


세상은 경쟁을 부추깁니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부분입니다. 학교에서도 학생들은 서로 경쟁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계속해서 받고 있습니다. 당장 석차와 등급이 그 부분을 말해주죠. 그렇다고 경쟁을 거부할 수 있느냐? 아니요. 그것도 내가 결정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밟히든가, 밟든가. 우리가 우리 힘으로 결정할 수 있는 건 딱 거기까지입니다. 아니, 그보다 더 적을 수도 있겠지요. 내신은 그렇다 칩시다. 수상과 관련해서는 경쟁이 더더욱 심화됩니다. 거긴 아예 상위 20%로 선을 딱 긋고, 그 위는 수상, 그 아래는 탈락이니까요. "난 열심히 했어!"라고 하더라도, 그래도 다른 누군가가 나보다 더 열심히 했다면, 나는 바닥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입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평가의 꽃, 청소년기 노력의 결정체, 능력주의의 절정. 거기에 주위의 압박까지 우리를 옭아매죠. 마치 대학이 인생의 가장 큰 절벽이고, 대학만 잘 들어가면 인생에 꽃이 필 거라는 '착각'. 그런데 세상이 그리 쉽던가요. 좋은 대학을 나오면 여러모로 이점이 있는 건 맞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당신의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아요. 살면서 그보다 더 큰 장벽을 만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건질 건 건지고, 내려놓을 것들은 내려놓아야 합니다. 더 이상의 미련을 가지면 안 됩니다. 불가능한 걸 계속 끌고 가면 힘들어지는 건 우리뿐입니다. 대치하는 상황이라면 상대가 일부러 당신을 곤경에 빠지게 할 수도 있겠죠. 그럼 그냥 빠지세요. 빠지고 나중에 다시 올라와도 되지만, 빠지지 않기 위해서 몸부림을 칠 정도로 힘을 빼지 말라는 겁니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많은 상처를 입는 게 바로 사람과 사람 간의 일이 아닐까 싶어요. 제가 앞서 계속 언급했던 '상대평가'. 이것도 결국은 친구들끼리 경쟁을 하면서 피바다를 만드는 거죠. 제가 옛날 글에서 '상대평가의 잔혹하고 역겨운 면모'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는데, 이런 이유에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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