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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루 Jul 10. 2022

전하지 못한 편지

Karu's Novel C-3

"전하고 싶었어.

언젠가는 꼭 네게 말해주고 싶었어.


그런데, 너무 늦은 걸까."




난 그 날을 아직도 기억해.

처음엔 어색했지만, 우리가 처음으로 이야기를 나눴던 순간.

너의 밝은 모습과 환한 미소가 마음에 들었어.


너와 함께 공부를 했던 순간,

너와 면학실에 갔던 순간,

너와 함께 등하교를 했던 순간,

모두가 다 소중한 추억으로 남은 것 같아.


솔직히 나도 혼란스럽긴 했어.

내 마음을 나도 잘 알지 못해서.

내가 너에게 어떤 마음을 가진걸까, 하고.


나도 네가 좋은 건지 잘 모르겠어.

이게 좋아하는 건지, 항상 보고싶긴 한데

막상 사귀면 잘해주지 못할까봐 두렵고

이 마음을 표현한다면 네가 돌아설까 무서워.


가끔은 네가 미친듯이 보고 싶을 때도 있지만

어떨 때는 그냥 무덤덤하기만 하고.

잘 모르겠어.

좋아한다는 감정이 이런 걸까.

짝사랑.


그래, 그냥 속으로만 좋아하자.

괜히 티내서 친구 사이 멀어지지 말고.

이런 생각만 자꾸 들었던 것 같아.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것 같아.

너에게 그런 생각 안 갖기로 했는데

어느 샌가 나도 너를 많이 좋아하고 있더라고.


너와 더 친해지고 싶어서,

지금보다 더 가까워지고 싶어서,

친구로서의 선을 넘고 싶어서,


내 욕심이라는 걸 알아.

그래도, 이런 도박에 몸을 던져 뛰어들어보고 싶었어.

너와 함께 그리는 새로운 미래를 보고 싶어서.


편지를 썼어.

내 진심을 모두 담아서.

받아줄지, 안 받아줄진 너의 마음이지만

난 꼭 내 마음을 전해주고 싶었어.


이대로 다른 반이 되는 게 아쉬워서.

너와 조금이라도 더 함께 하고 싶어서.

복잡했던 내 마음을 조금씩 녹여냈어.


주말동안 설레발 치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잔 것 같아.

네가 이 편지를 받으면 어떤 대답을 해줄까,

네가 나를 어떻게 바라볼지가 너무 궁금했어.


월요일 아침이 됐어.

아침도 거르고 7시가 되자마자 집 밖을 나섰어.

너희 반으로 가서 네 사물함을 찾았는데, 비워져 있더라.


조금 이상하다 싶었지만

그래도, 차라리 얼굴 보고 주는 게 낫겠다 싶어서

네가 올 때까지 기다렸어.


유독 너희 반이 시끄럽더라.

무슨 일인지도 잘 몰랐는데,

소문은 금방 퍼지더라고.




네가 전학을 갔대.

아주 먼 곳으로.

급한 사정이 있어서 인사도 못 했다고.


심장이 내려 앉는 기분이었어.

초점 잃은 눈으로 내 손에 든 편지를 바라보고 있었어.

이젠 끝이구나.

네게 전해줄 방법이 없구나.


유독 너의 빈 자리가 눈에 띄어.

너는 나를 아마 친한 친구로만 봤겠지.

조금만 더 빨리 전할걸, 후회를 해도

이미 늦었는걸.


솔직히 많이 아쉬워.

그래도, 너와 함께 했던 시간들은 나의 예쁜 추억으로

가슴 속에 묻어두고 간직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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