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구르다 2026, 춘분 편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쓰는 편지, 백여섯 번째 장
‘춘분’이라는 말이 생기지 않았던 옛적이라 하여
밤낮의 길이가 서로 다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말이나 글자가 자연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도스토옙스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
“신(神)이 없는 세상이라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 없다.”
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사람 마음 안에 신이 산다는 어떤 믿음만큼이나
인간도 ‘스스로 그러한(自然)’ 존재임을 믿은 것이지요.
어쩌면 ‘춘분’은 ‘신’ 혹은,
자연과 변화의 관계를 찾아가는
하나의 ‘기호’나 ‘길’일는지도 모릅니다.
차(茶)는,
그 길의 안내자
그 기호의 색깔이자 맛이며 향기일지 모릅니다.
2026년 3월 20일,
정동주
당신을 보듬다, 소식지 구르다, rollingtea.net
https://www.tate.org.uk/art/artworks/nicholson-moonlight-and-lamplight-t0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