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분석력, 아쉬운 필력

<THAAD(싸드)>를 읽고

by 롤린스

‘북한은 핵 개발 국가다. 동맹 위협을 명분으로 미국은 언제든지 북한과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 중국은 북한과 소위 ‘혈맹’이다. 그보다 자국 턱밑으로 민주화의 상징인 국가가 들어서는 것을 더 원치 않는다.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는 순간 중국은 참전한다. 한반도는 전쟁터가 된다. 이런 상황에 중국 미사일 체계를 무력화시키는 싸드를 대한민국 남단에 배치한다? 중국은 성주부터 때릴 것이다. 한반도 불바다의 시발점이 대한민국이 되는 것이다. 더불어 일본과 중국 간 센카쿠 열도 분쟁도 잊으면 안 된다. 여기도 결국엔 미국과 중국의 화약고다. 터질 시 중국의 제1 타격 지점은 역시나 대한민국 성주다. 싸드 배치는 곧 전쟁이다.’


싸드 배치 논의가 본궤도에 오르기도 전인 2014년 초반, 저자는 소설 <싸드>에 위와 같은 분석을 내놨다. 2년 뒤 싸드 배치 논의가 활발해지자 저자는 유수의 언론사로부터 인터뷰 제의를 받았다. 소설 또한 재조명됐다.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소설이라 저자의 분석과 주장이 파편화돼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으나 퍼즐을 다 맞추고 감상한 글의 요점은 명확하고 깔끔하다. 한반도 정세에 관련된 소설을 주로 집필해 온 작가의 통찰력이 빛을 발한 작품이다.


저자의 다른 작품들도 그랬지만 여전히 소설 구성상 아쉬운 지점이 많다. 생각나는 대로 족족 가져다 붙인 인물 설정은 장을 넘길 때마다 충돌하기 일쑤고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별 볼 일 없는 삼류 변호사가 사건 해결 차 미국으로 건너가 엘리트들도 골머리를 앓던 일을 일사천리로 해결한다는 플롯은 그 자체로 코미디다. 저자가 뿌려놓은 퍼즐을 맞추고 싶다는 오기만 없었다면 진작에 책장을 덮었을 것이다. ‘부실한 소설 구성을 내 통찰력에 대한 독자의 호기심으로 메꾼다’가 애초 전략이었다면 대성공이다. 하긴, 이것도 대단한 능력이다.


19.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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