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죄와 벌>을 감상하고
김용화 감독에게 빚진 게 있다. CGV 미소지기 시절, <미스터 고>가 개봉했다. 모두가 <미스터 고>의 흥행을 점쳤다. 흥행 불패 김용화 감독이 연출을 맡고 3D 기술에 대한 호평도 자자했으니 틀린 분석은 아니었다. 우린 긴장했다. 밀어닥칠 가족 단위 관객들이 두렵기도 했다. 매니저들 생각도 우리와 같았다. 가장 크고 넓은 3관을 <미스터 고> 개봉일에 배정했다. 극장은 미어터질 일만 남았었다.
개봉 당일, 매점에 배치됐던 걸로 기억한다. 현실은 우리 예측과 너무도 달랐다. 잔뜩 튀겨 놓은 캐러멜 팝콘 주변을 알짱거리는 날파리들이 <미스터 고>를 찾는 관객보다 많았다. 더디게 흘러간 시간 속에 팝콘은 점점 눅눅해져 갔다. 내 기억 속 <미스터 고> 마지막 3관 상영 날, 상영관엔 고작 아버지와 아들 2명뿐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미스터 고>는 초라한 성적을 뒤로한 채 쓸쓸하게 강판당했다.
<신과 함께-죄와 벌>(이하 <죄와 벌>)도 <미스터 고>의 전철을 밟을 줄 알았다. 1,2편을 연달아 찍었고 CG 분량이 전체 영화의 7~80%를 차지하다 보니 제작비 회수는 어려울 거라고 예상했다. 개봉일을 얼마 앞두지 않고 공개된 예고편을 틀자마자 탄식부터 새어 나왔다. 김향기의 첫 대사부터 예감이 좋지 않았다. 예고편을 보며 불안은 가중됐다. 완성도 높은 CG에 반해 배우들의 연기가 전체적으로 붕 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럼에도 왠지 모르게 빨리 보고 싶단 마음이 컸다. 만화 역사에 길이 남을 웹툰이 영화화된다는 소식에 호기심이 절로 샘솟았기 때문이다. 불길한 예감을 떨치려, 혹은 확인하려 개봉 당일 관람했다. 불길한 예감은 빠르게 현실이 되었다.
연기는 과장됐고, 전개는 병렬적이며, 결말은 관객들을 기어코 울리겠다는 일념에 사로잡혀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김자홍의 선행->김자홍의 고백->삼차사의 변호->감동하는 재판관->김자홍의 선행…’으로 영화는 전개된다. 원작을 읽어보지 않았던 터라 과연 원작도 이런 전개 방식을 택했을지 역으로 궁금했다. 한국 특유의 저승 문화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라 들었건만 영화에는 ‘한국의 ㅎ’도 없다. 한국 영화의 절대 공식, ‘초반 웃음+후반 감동’만이 내가 본 유일한 ‘한국의 ㅎ’이었다.
후반부 자홍 어머니의 말이 틔는 장면에선 실소마저 나왔다. ‘이야~ 저렇게 눈물을 뽑아내는구나. 대단하네…’와 같은 일종의 감탄까지 합쳐졌다. 눈물 한 바가지 쏟고 나면 그동안 지루했던 영화도 나름 괜찮아 보이는 착시현상이 생긴다. 가족 영화로서는 완벽한 조합이다. <죄와 벌>도 이 조합을 꺼내든다. 생양파 한 무더기를 눈에다 무자비하게 비비는데 어찌 눈물을 아니 흘릴 수 있으리오.
영화에서 거둔 일말의 소득이라면 차태현의 아쉬운 연기력과 과소평가된 김동욱의 재발견 정도다. 강요된 눈물바다에 빠져 허우적댈 때마다 차태현의 연기를 보며 그나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예전부터 차태현은 감정의 파고가 큰 장면에서 연기력의 한계를 노출했다. 그런 장면들이 많지 않았던 터라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진 않았는데 이번엔 흥행에 눈이 먼 감독의 뚝심(…?) 때문에 그 치부가 훤히 드러났다. 김동욱의 연기가 빛을 발한 이유기도 하다.
흥행에 대한 우려와 달리 <죄와 벌>은 현재 <명량>의 뒤를 잇는 역대 관객 수 2위 작품이 되었다. 그 덕에 전체 제작비를 이미 회수했다고 한다. 신파 신공이 또 먹혔다. <7번방의 선물>도 그렇고 <죄와 벌>도 그렇고 언제쯤 한국은 대책 없는 신파와 작별할 수 있을까.
PS: 최근 <신과 함께-인과 연>이 개봉했다. <명량>의 흥행 기록을 빠른 속도로 갈아치우고 있다. 1편처럼 무료 티켓으로 본다면 모를까 지금으로선 보러 갈 마음이 전혀 들지 않는다.
★: 2.0
18.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