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 블록버스터의 정수를 넘어 정점에 선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을 감상하고

by 롤린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미션 임파서블 3>로 처음 접했다. ‘완벽한 공산품’이라는 이동진 평론가의 한 줄 평처럼 정말 블록버스터의 정수였다. J.J 에이브람스가 투척한 ‘토끼발’이란 괴상한 어감의 떡밥을 두고 톰 크루즈와 필립 시모어 호프만이 벌이는 밀당에 넋이 나갔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그 뒤로 나온 4편 <고스트 프로토콜>과 5편 <로그네이션>은 보다 ‘첩보극’에 방점을 둬서 3편에 비해 약간 심심한 감이 없지 않았다.


3편으로부터 12년이 지난 2018년, 시리즈의 6번째 작품 <폴아웃>이 개봉했다. 이제는 질릴 법도 하지만 늘 일정 수준 이상의 재미를 담보하는 시리즈였기에 곧장 극장에서 관람했다. 관람 직후 내게 한 가지 공식이 하나 생겼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3의 배수 작품들은 모두 별 다섯 개다.


톰 크루즈는 웬만하면 모든 액션 장면을 본인이 직접 소화한다. 익히 알려진 유명한 사실이다. 최소한의 안전장치만 착용한 채 초고층 빌딩을 기어올랐고, 이륙하는 비행기에 매달리기도 했으며, 5분 이상 잠수하는 법까지 깨우쳤다. 완성도 높은 시리즈를 향한 그의 열의를 짐작하게 한다. 이번 <폴아웃>에선 건물 사이를 건너뛰다 발목이 부러지고, CG 없이 후반부 헬기 추격 장면을 찍고자 1년 6개월 동안 헬기 조종법을 익혔다고 한다.


배우의 헌신은 그 결과물이 훌륭할 때에만 진정 빛을 발할 수 있다. 단순히 나열하는 것에만 그칠 게 아니라 다양한 앵글과 유려한 편집으로 그 속도감과 박진감을 살려야만 환갑을 바라보는 톰 크루즈의 노력이 헛되지 않다. <폴아웃>은 이 모든 요소가 만개한 작품이다. 시리즈 전편에 걸쳐 톰 크루즈의 ‘리얼 액션’이 잘 녹아있으나 <폴아웃>엔 그 이상이 담겨있다. 블록버스터의 정수를 넘어, 그 정점을 보여준다.


단지 액션만 훌륭한 게 아니다. 서스펜스 또한 남다르다. 수십 년째 현장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이단 헌트를 위한 IMF의 처우는 형편없는 수준이다. 말단 직원과 별반 다르지 않다. ‘임무 실패 시 국가는 네 존재를 부정할 것’이란 말을 질리도록 들어왔다. 20년 근속 직원을 이리 대하는 조직에 반감이 안 생길 수 없다.


<폴아웃>은 이 점을 파고든다. 관객이 주인공을 의심하게 만든다. 시리즈 사상 최초다. 심지어 ‘이단이 조직을 배신해도 괜찮을지도…?’라는 마음마저 생긴다. 이단 헌트가 느끼는 회의감, 이를 바라보며 생기는 합리적 의심, 정말 배신해도 이해할 것 같은 응원 심리 등이 얽히고설켜 극 전체를 쫀쫀하게 만든다.


나아가 <폴아웃>은 정보기관의 본질을 묻는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정보기관들을 또 다른 악역으로 상정할 수 있었으나 그 길로 나아가지 않는다. 때론 야비하고 냉정할지언정 대의를 위해 ‘사소한 인간관계’ 따위는 저버릴 각오가 돼있는 집단으로 묘사한다. 이단 헌트 또한 언제나 처음과 같은 마음가짐이라는 답을 자신의 인생을 희생해 가며 내놓는다. 동료 요원들마저 세계 평화 수호에 자신을 내던질 결의에 찬 애국지사들로 그려진다. 이처럼 <폴아웃>은 ‘애국’, ‘국가주의’, ‘세계 평화 수호’ 등을 복합적으로 녹여낸 ‘빼어난 첩보극’이다.


‘언제 적 세계 평화 수호냐’며 비아냥거릴 수 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로그네이션>에 이어 이번 <폴아웃>에서도 IMF의 존재 이유를 설파하며 세간의 조소를 정면돌파한다. 첩보물의 당위성을 인정받으려는 제작자 톰 크루즈의 뚝심이 엿보인다. 그 결과, 20년 넘은 첩보물 시리즈의 명맥이 더욱 튼실해졌다.


<본> 시리즈는 저물고, <007> 시리즈도 바람 앞에 촛불인 마당에,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존재감은 한층 커졌다. 이참에 바라는 점이 생겼다. ‘톰 형, 형 마음 잘 알겠으니까 몸 조심하시고 우리 딱 10편까지 찍읍시다. 있는 돈, 없는 돈 다 갖다 바칠 테니…’


★: 5.0

#미션임파서블폴아웃


18.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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