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쿨섹한 GV에 자기 부정의 등장이라…

<데드풀 2>를 감상하고

by 롤린스

펀쿨섹한 GV에 자기 부정의 등장이라…

<데드풀>의 대대적 흥행은 찰진 애드리브 공이 컸다. 유혈 낭자 액션은 덤이었다. 라이언 레이놀즈의 셀프 디스와 선 넘는 애드리브로 북미 수익만 3억 불이 넘었다. R 등급 영화로선 매우 드문 사례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아성을 끝내 뛰어넘진 못했지만 “나는 예수랑 동급이다”란 극 중 데드풀의 대사가 무색하지 않은 성적이었다.


전작과 비교해 <데드풀 2>는 확실히 커진 스케일을 자랑한다. 대박 난 전작 덕에 세 배나 불어난 제작비를 효율적으로 사용했다. CG 완성도는 아쉽지만 박진감이 배가 됐다. 특히 케이블과 벌이는 첫 대결과 도심 속 케이블 vs 엑스 포스 장면은 공들여 찍은 티가 역력했다. 사이사이 데드풀의 드립 또한 극 상황과 잘 녹아들어 집중도를 높여줬다. 정작 하이라이트 액션 장면의 스케일이 많이 작은 게 흠이지만 액션 장면들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사실 <데드풀 2>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는 화끈한 액션보단 복면 너머 열일하는 데드풀의 찰진 구강 액션에 모여져 있었다. <데드풀 2>는 그 기대를 완벽히 충족시킨다. 천적(?) 울버린부터 조지 부시, 예수, 그리고 자기 자신까지, 그 수위와 범위는 한층 강해지고 넓어졌다. 이에 비례해 양도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극이 전개될수록 구강 액션에 점점 무뎌져 갔다. 피로도를 극복하고자 영화는 결국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리는 우를 범하고 만다.


극 전개상 구멍이나 극적 긴장감이 싱겁게 해소됐을 때 데드풀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 영화 각본이 왜 이따위야?’란 대사를 날린다. 처음 들었을 땐 제4의 벽을 훌쩍 뛰어넘은 것 같아 통쾌했다. 원작 캐릭터의 특성을 영화에 절묘하게 녹였다고 느껴졌다. 문제는 (내 기억이 맞는다면) 해당 대사가 극 중 두 번 이상 나온다. 같은 대사를 반복해 듣다 보니 ‘영화 얼개가 헐겁다’는 자기 고백처럼 다가왔다. 그것도 <데드풀> 시리즈의 제작자이자 주인공인 라이언 레이놀즈의 입으로 말이다.


해당 대사는 ‘너네도 이 맛에 <데드풀> 보잖아?’를 전제한다. 영화에 대한 자신감으로 볼 수 있지만 ‘전개상 구멍은 이런 대사 몇 줄로 퉁쳐도 괜찮지?’로도 느껴진다. 거부감이 없지 않다. 제4의 벽을 넘어 관객과 대화를 시도하는 데드풀은 분명 히어로 장르에서 보기 드문 문법이다. 다만 각본의 완성도마저 힐난하는 극 중 데드풀의 모습은 재미 보단 무책임에 가깝다. ‘관객과의 대화’(?)는 어디까지나 극 내용에 부합하는 선에서 발현될 때 재미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데드풀 2> 제작진은 부디 자기 부정을 ‘펀쿨섹’으로 여기지 말았으면 한다. 추진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3편에 더 많은 자기 부정이 나올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3편에선 좀 더 극 내용과 연관된 ‘관객과의 대화’로 가득 찬 구강 액션물로 돌아오길 기대해 본다.


PS: 쿠키 영상이 본편보다 더 재미있다는 게 가장 큰 함정…


★: 3.5

#데드풀2


18.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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