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차 검찰개혁 촛불 문화제>를 가 보고
2016년 12월, 광화문광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촛불 집회로 한창이었다.
당시 나는 군 복무 중이었다. 여러모로 ‘참석’할 수 없었다. 훗날 역사에 기록될 그날의 분위기를 난 TV로만 접했다. 수십만 명이 같은 정치 구호를 외치며 함성 지르는 그 광경을 온몸으로 느껴보지 못해 안타까웠다. TV 화면 속 짧게 훑는 영상과 달리 직접 보고 듣는 건 분명 달랐을 거라 아쉬워했다.
그래서 오늘 오후 서초동에서 열린 <제8차 검찰개혁 촛불 문화제>에 ‘가 봤다’.
한눈에 다 담기지 않는 인파가 거리를 메우고 있었다. 콘서트나 집회에 참여해 본 적이 별로 없어 ‘이 정도면 ~만이다’란 느낌은 오지 않았다. 서리풀터널을 기점으로 교대역을 거쳐 약 1.3km 거리의 대로변과 예술의 전당부터 대검찰청 너머까지(사람이 많아 도저히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을 보며 그 규모를 가늠할 뿐이었다.
집회는 생각보다 깔끔했다.
얼마 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규탄 총궐기 대회>와 달리 소속 정당, 단체, 모임 깃발이 나부끼지 않아 시야가 탁 트였다. 둘러보니 가족 단위 집회 참석자들이 많았다. 서로 김밥을 나눠 먹으며 마치 소풍 온 듯 그들은 집회를 즐겼다. ‘‘불특정다수’란 표현을 이럴 때 쓰는 건가?’ 싶었다.
즐기는 와중에도 집회 참석자들은 목청껏 ‘조국 수호, 검찰 개혁’을 외쳤다.
구호의 함의는 무엇인지, 불특정다수를 모이게 한 동력은 무엇인지, 이를 바라보는 윤석렬 총장과 조국 장관의 심경은 어떨지, 혹여나 인근 성모병원에서 재활치료 중인 박 전 대통령이 데자뷔로 트라우마를 호소하진 않을지 등을 곱씹으며 집회 주변을 거닐었다. 역시 오길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오늘 서초동 집회를 보며 편견 하나가 깨졌다.
소위 ‘촛불 집회’엔 5, 60대 참여가 저조할 거라 생각했다. 70대 이상 어르신들은 아예 보지도 못할 거라 예상했다. 백발의 할아버지가 오른손엔 ‘조국 수호, 검찰 개혁’ 팻말을, 왼손엔 추위에 떠는 할머니의 손을 잡은 채 목 좋은 자리를 찾아 집회장 구석구석을 다니시는 모습을 보며 편견 덩어리인 나 자신을 질책했다. 심지어 5, 60대는 집회 주요 참석자들이었다.
그래서 다음엔 태극기 집회에 가보려 한다.
거기선 어떤 생각이 떠오를지, 무슨 편견이 깨질지, LED 촛불이 다 팔릴 것을 대비해 아이돌 응원 야광봉까지 챙겨 온 상인들이 거기선 어떤 물건을 꺼내 놓을지 벌써 궁금하다.
P.S. ‘참석’과 ‘가 봤다’의 작은따옴표는 내 정치 성향을 공공연하게 밝히기 두려워하는 내 그릇의 발로다.
19.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