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집회 단상

<문재인 하야 범국민 2차 투쟁대회>를 가 보고

by 롤린스

대형 전광판과 스피커, 나부끼는 태극기, 매캐한 닭꼬치 연기, 열띤 함성을 내뱉는 군중들. 흡사 월드컵 거리 응원 같았다. 목놓아 대한민국을 외치는 것 또한 비슷했다. 다만 “끌어내”고 “몰아내”야 하는 상대는 다른 나라가 아니라 대한민국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이었다.


2019년 10월 9일 오후 3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하야 범국민 2차 투쟁대회>에 ‘가 봤다’.

10월 3일 열렸던 집회보다 참석자 수는 적어 보였다. 그래도 광화문부터 조선일보 사옥 앞 대로변은 집회 참석자들로 빼곡했다. 광화문 앞으로 가보려 했으나 “청와대로 가자”는 인파들에 막혀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조선일보 사옥부터 서울시청까진 비교적 한산했다.


예상했던 대로 서초동 촛불집회에 비해 집회 참석자들의 평균 연령대는 높았다.

등산복을 입은 60대 이상의 중장년 참석자가 많았다. 너도 나도 태극기를 들고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장관을 비난했다. 촛불집회처럼 일치단결된 반복적인 구호는 없었다. 연사의 외침에 호응하거나 웅얼거리는 스피커 소리에 맞춰 제각각 “퇴진”, “반대”, “처단” 등을 “문재인~” 뒤에 붙였다. ‘문재인’, ‘조국’, ‘빨갱이’만 나오면 태극기부터 흔들고 소리치는 참석자들을 보며 부흥회에 온 것 같다는 착각마저 들었다.


동원된 참석자들은 아닌 것 같았다.

가족 단위 참석자들과 동문회나 향우회 등 각종 단체 소속 참석자들이 많았다. 특정 정당 깃발이 태극기와 함께 나부끼지도 않았다. 정당이 참여한 행사는 우리공화당과 자유한국당 부스에서 벌였던 ‘문재인 하야 1000만 서명 운동’이 전부 같았다. 광화문광장 자체가 유명 관광지다 보니 외국인 관광객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며 “Oh my god”을 외쳐댔다. 성조기를 둘러맨 한 어르신은 이 관광객들에게 다가가 함께 사진을 찍었다.


“하늘의 목소리를 들었다”며 “빨갱이를 몰아내자”는 집회 주도자의 말에 참석자들은 열광했다.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광장의 정치’가 아니라 ‘광분의 정치’였다.


19.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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