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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롤로 May 04. 2023

시대를 담아낸 화가, 에드워드 호퍼

10년을 기다린 그의 전시회를 앞두고

"호퍼는 왜 좋아하세요? 전에 호퍼 전시회 이야기해 주셔서 찾아봤는데, 그림들 보니까 왜 좋아하시는지 갑자기 궁금해졌어요."


질문을 듣고 '호퍼를 왜 좋아하냐니요. 어찌 이 작가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죠'라고 반문할 뻔했다.


에드워드 호퍼를 좋아한다. 왜냐고 물어보면 보통은 그의 그림이 가지고 있는 빛과 공간에 대해 내가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반응이라고 하면 좀 과한 표현 같아 그가 그려내는 빛과 공간이 마음에 들어서라고 이야기하기는 한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나는 그가 그려낸 그림 자체를 좋아하는 것인가. 


미술작품을 감상할 때 보통은 그림 자체만 가지고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사람, 그림이 가지고 있는 서사에 대해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사람으로 나뉜다. 호퍼를 왜 좋아하냐는 물음에 대한 나의 대답이 진실이라면 나는 그의 그림 자체를 좋아하는 것이리라. 그가 표현해 낸 색감, 빛깔, 공간감 등이 나의 취향인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취향과는 별개로 호퍼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위대한 예술은 작가의 내면세계를 훌륭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내면세계는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개인적인 시각으로 구현된다. 인간이란 존재는 매우 광활하고 다양한 왕국과 같다.'


그의 말대로라면 나는 개인적인 시각으로 구현된 그의 내면세계를 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로보고, 어떤 내면의 서사를 가지고 있기에 그렇게 아름다운 빛깔로 자신의 세상을 새롭게 빚어내는 것일까. 이제 나는 단순히 그의 그림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의 내면을 알아야 할 상황에 처한 것이다.


그렇다면 늘 하던 것처럼 일단 그의 삶을 살펴본다. 어려서부터 그림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고, 생계를 위해 그림을 그린 적이 있고, 그의 사실주의적 그림은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으며, 현재에도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중에 한 명이다. 그리고 수많은 작가들이 그렇듯 그에게도 조세핀이라는 뮤즈, 동반자가 있다.


이제 그의 그림을 하나, 둘 다시 살펴본다. 


그의 삶과 생각들을 알고 나면 그림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의 그림을 보았을 때 느꼈던 원초적인 끌림은 이제 없다. 내 앞에는 물리적인 형태로 표현된 위대한 작가의 내면세계가 있을 뿐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작가에 대해 알게 된 나는 이제 그의 그림에서 무엇을 느끼게 되었는가.


외로움, 공허함 이제 나는 그의 그림들 속에서 이런 것들을 느낀다. 


색감은 밝은 톤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어두운 구석을 가지고 있으며, 등장인물들의 표정 속에서 외로움, 슬픔 그리고 소외감 같은 것도 보인다. 광각 카메라로 담아낸 듯한 넓은 화각은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느끼게 해 준다. 그렇다. 그의 그림 속에는 그가 살아낸 그의 '시대'가 담겨 있다.


10년을 기다린 그의 전시회를 앞두고, 다시 한번 그림들을 되새겨 본다.

이층에 내리는 햇빛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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