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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롤로 Jun 20. 2023

브루노마스 후기

티켓 구경도 못하고 공연장 근처에도 못 가본 후기

브루노마스 공연 티켓팅을 가열차게 실패하고 난 후 애써 그의 공연 소식이나 인터넷 매체에 떠도는 그의 소식을 피하며 지냈다. 이대로 그를 보내야 하나라고 생각하며 중고나라와 당근마켓을 뒤적거려 보았다. 터무니없는 가격에 올라온 표들을 보며 한숨짓고 있을 때 친구한테서 연락이 왔다.


"중고나라 봤냐? 티켓 가격 무슨 일이냐. 그냥 포기하자."

"그래, 가서 뭐 하냐 피곤하기나 하지. 포기하자."


하지만 그렇게 쉽게 포기가 되는가. 9년 만의 내한이고 다음번에 언제 다시 내한할지도 모르니 이번 콘서트는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악의 축 같은 되팔러들의 표를 거금을 주고 구매하는 것도 싫었다. 결국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인터파크 어플을 시간 날 때마다 들어가서 취소표를 노리는 것.


"야, 나 포기 못해. 오늘부터 취케팅 들어간다."

"오케이. 나도 도전한다. 따로 앉아서 보자."


취케팅인 만큼 같이 앉아서 보는 건 어림도 없고, 멀리 떨어져서라도 친구와 함께 한다면 만족할 수 있다. 인터넷에 존재하는 취케팅 방법을 다시 한번 복습하고 주말이면 새벽까지 잠들지 않고 그 시간까지 기다렸다. 두근대며 왔다 갔다 했지만 이번에도 실패. 침대 끝에 던져진 핸드폰을 다시 집어 들고 친구에게 연락했다.


"성공?"

"실패. 야 포도알 만지지도 못했다."


예매 시 티켓 좌석이 포도알처럼 생겨 포도알이라고 부른다. 취케팅 시도도 결국 실패. 시간은 하염없이 흘렀고, 계속해서 취케팅에 도전하는 와중에 시야제한석 공지가 떴다. 이게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시야제한석 티켓팅 날짜에 또다시 도전했다. 


"성공?"

"매크로 미쳤나!"


컴퓨터가 자동으로 예매를 해주는 매크로 시스템이 있다. 인간은 컴퓨터를 이길 수 없었다. 역시 이번에도 실패. 나는 똥손인가. 와이파이를 바꿔야 하나. 나도 매크로를 돈 주고 사서 시도했어야 하나. 여러 가지 생각이 오가는 와중에 이제 정말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브루노마스와는 인연이 아닌가 보다. 


그렇게 공연 전날까지 이런저런 시도를 했지만 표를 구하지 못했다. 이제 남은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중고나라에 접속해 티켓을 주욱 훑어봤다. 


"연석, 110만 원짜리 올라왔어. 어때 갈래?"

"....."

"....."


"안 갈 사람들이 표를 왜 이렇게 많이 산 걸까"


지속된 티켓팅 스트레스에 지친 우리는 결국 공연을 포기하고 함께 족발을 먹으며 행복하게 주말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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