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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롤로 Jun 14. 2023

주말에 문득 든 생각

주말에 문득 느낀 삶의 자세

햇살이 길게 내리쬐고 있는 아침 커튼을 젖히고 베란다 창문을 연다. 아직은 시원한 바람이 볼과 팔등을 스치고 방 안으로 스며들어온다. 바람이 남기고 간 짧은 여운을 뒤로하고 샤워를 한다. 냉장고를 뒤적거리다가 참외 하나와 바나나 하나를 꺼내고 계란 프라이를 한다. 간단하게 아침을 차려 먹고 오전 운동을 위해 체육관으로 향한다.


체육관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묻고, 모두 도착하기를 기다려 함께 운동을 한다. 땀을 양껏 흘린 후에 함께 점심 식사를 한 후 헤어져 집으로 돌아온다. 다시 씻고 얼음 가득한 잔에 커피를 채운 후 책을 보며 마신다. 한동안 책을 보다 잠시 눈을 붙이고 저녁을 맞이한다. 나른한 오후를 짧지만 깊은 잠으로 보내고 난 뒤 휴일의 밤을 준비하는 것이다. 넷플릭스에서 마음에 드는 영화를 고른 뒤 맥주와 간단한 안주로 저녁을 대신한다. 오전에 흘린 땀 덕분에 취기와 함께 찾아온 떨치기 힘든 졸음이 밀려와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한다.


한동안 주말을 술과 여행과 지나친 운동 그리고 정처 없이 어딘가에 몰입하는 것으로 보내던 시절이 있었다. 진탕 취해 잠들어 주말 내내 숙취로 고생한다거나, 금요일 밤에 여행을 시작해 일요일 밤늦게야 마무리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주말 내내 꽤 먼 곳까지 다녀온다거나 하면서 말이다. 


헌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주말의 시간을 내내 쏟아부어 몰입하다 보면 생각보다 빨리 지치고 싫증이 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실로 균형 없는 혼돈은 재미가 없었다. 물론 평일에 찾아오는 규칙적인 삶을 뒤로하고 주말을 통해 누리는 카오스적인 삶은 충분히 재미있었지만 매 주말마다 카오스가 계속되는 것 또한 어느 정도 규칙성을 갖고 나니 지루해져 버린 것이다. 그래서 찾게 된 것이 균형적인 주말이었다. 무리 없고 균형적인 주말을 갖는 것. 그리고 그 균형이 조금 지루해질 때쯤 다시 카오스를 찾아 움직이는 것.


그러한 삶이 보다 더 충만하고 나를 생기 있게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매주 새로운 것을 하거나 바쁘게 사람을 만나거나 해야 나에게 더 생기가 차고 기운이 북돋아지는 것이 아니다. 내가 새롭지 않아도 이미 계절은 늘 새롭고 내가 맞이하는 하루하루도 늘 새로운 것들 투성이다. 지금 누리고 있는 이 균형 잡힌 주말이 언제 또 싫증 날지 모르지만 당분간은 이 균형 속에서 새로운 계절과 하루에 충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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