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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롤로 Jun 27. 2023

6월 설매재자연휴양림에서

푸릇푸릇한 6월 설매재 자연휴양림에서의 하룻밤

바람이 점점 더 눅눅해지고, 하늘의 해가 그 열기를 더해가는 계절. 6월이 왔다. 아마 7월부터는 자연이 점점 더 사람을 밀어내는 더위가 찾아올 것이기에 그전에 어디 한 곳 들러 바람도 맛보고, 숲도 맛보고, 장작불에 이것저것 음식을 해 먹고 싶기도 하여 다시 설매재를 찾았다. 


설매재는 내가 처음 캠핑을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자연휴양림답게 숲이 우거지고 한적하여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자 한다면 꽤나 적합한 곳이다. 산 꼭대기에 위치한 캠핑장과 그 아래 백패킹 사이트가 있다. 그리고 오래된 산장인 통나무 집도 있어서 캠핑 장비가 없는 사람도 자연에서의 한가로움을 쉬이 즐길 수 있다. 특이하게도 통나무 집 안에 화목 난로가 있어 한겨울에 불을 지피고 불멍을 즐길 수가 있어 자주 찾는다.


첫 캠핑을 설매재에서 했을 때, 백패킹 사이트에서 혼자 하룻밤을 보냈다. 아무도 없는 곳. 빛도 없고 사람도 없어. 청각이 극대화되는 그곳에서 밤새 잠들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소리와 산짐승들이 가끔 방문하는 소리에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잠에서 거듭 깼다. 오죽 무서웠으면 텐트 가장자리에 도끼를 꺼내 두고 잠을 청했다. 하지만 그저 무서웠던 것만은 아니다. 도시에서는 만날 수 없는 그 완전한 어둠과 고요함, 그리고 나무 사이로 쏟아져 내리는 별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 이후로는 설매재에서 캠핑을 하지는 않지만 가끔 통나무 집을 찾는다. 특히 겨울에 통나무집 화목난로에 불을 지피고 불멍을 할 때면 자연 속에서 캠핑을 하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따뜻한 실내에서 난로에 고구마나 감자를 구워 먹거나 차를 따뜻하게 데워 마실 때면 한겨울의 추위도 나쁘지 않구나라는 생각마저도 들 때가 있다. 통나무 집 안에서 눈이 가득 쌓인 휴양림의 전경을 창밖으로 바라보는 것도 제법 운치 있다.


6월에 처음 방문해 본 설매재는 짙은 초록이 가득했다. 이제 막 더위지기 시작한 계절을 알리기라도 하듯 여기저기 무성한 풀과 잎은 하늘을 죄다 가려 햇빛이 겨우 틈을 찾아 내리쬐는 곳이 되어 있었다. 날벌레와 풀벌레들이 조금씩 모습을 보이고 있었고, 새와 다양한 동물들도 제법 많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도시에서는 쉬이 느끼지 못하는 계절의 변화가 이곳에서는 너무나 선명하게 와 있었다. 


창밖으로 들려오는 새소리에 잠에서 깨어 아침 산책을 했다. 선선한 아침 바람을 맞으며 정상에 올라 산등성이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이내 여기저기 분주히 움직이는 캠핑장 사람들의 움직임에 나도 정신을 차리고 통나무집으로 돌아와 아침밥을 차려 먹는다. 그리고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이른 아침에 눈을 떴기에 잠시 통나무 집에서 잠을 청한다. 잠에서 깨어 짐을 정리한 후 짙은 초록으로 폭발하는 생명력을 가득 담은 산속에서 온몸 가득히 좋은 기운을 담고 다시 서울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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