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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롤로 Jan 11. 2024

백수 아들의 엄마 집에서 살아남기  - 프롤로그

구조조정에서 이직까지 1년을 야무지게 버텼던 기록의 시작

이 이야기는 2023년 구조조정을 진행한 회사에서 나온 내가

1년을 아주 야무지게 놀고먹고 새 회사로 가기까지의 기록이다

23년 9월에 갔던 설악산 대청봉. 백수 생활의 부작용으로 피부와 체력이 참 좋아졌다

새해를 맞이해 지난 1년간 회사를 그만두고 내가 무슨 일을 했나 숫자로 정리해 봤다.


블랙야크 백대명산 22개 등반

서울 지역 등산 & 러닝 모임 약 70회 참석 (30회 이상 직접 리딩)

인스타그램 등산 계정 팔로워 1,000명 달성

실업급여 6회 수령

영상 및 행사 외주 작업 약 20회

스타트업 파트 타이머 근무 2회 (실업급여 수령 중에는 신고하고 근무 기간만큼 제외하고 받음)

전통악기 비파 레슨 12회 참석

남의 결혼식 7회 참석

새 핸드폰 1회 분실 (할부 기간 2개월 남은 시점)

해외여행 1회


다다음 주 새 직장에 다시 출근하면서 올해는 내가 무엇을 남겨볼까 하다가

일단 나의 야무지고 찬란했던 2023년의 기록을 1년이란 시간이 지난 지금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으로 남겨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시작은 2022년 연말부터의 기록이 될 것이다.



이직 희망자의 적절한 퇴사 시기는? 그런 고민은 사치다

2022년 9월 사내 행사 사진. 이때 보고서에 올려야 한다는 핑계로 연예인 셀카 샷을 따라 해봤는데 망한 셀카 경연 대회 출품작이 돼버렸다.

때는 바야흐로 2022년 12월 400명 규모 스타트업에서 조직문화 팀장 대행 직무를 맡고 있던 나는 그래도 스타트업 하나에서 3년 버텼으니 슬슬 이직 각을 세워보자는 원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공간을 관리하면서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직무로 입사했지만 코로나가 터진 3년의 재직 기간 동안 3명의 팀장님의 퇴사와 막내 팀원이었던 내가 혼자 남아서 진행했던 팀 클로징, 조직문화로의 직무 이동과 거기서도 팀장님의 퇴사로 인한 갑작스러운 팀장 대행 직무까지


좋게 말하며 경험치 이벤트가 터져버려서 다양한 방향으로 성장하는 시간을 보냈고 나쁘게 말하자면 진짜 일을 다하면서 개처럼 굴렀으니 회사와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어버린 상태였고

2023년은 일단 회사에서 조직문화 커리어를 다지는 시간을 가지면서 동시에 경력직 신입으로 업종 변경을 노려보자 그리고 실패하면 더 단단하게 다진 조직문화 커리어로 다음 해를 준비하자 라는 꽤나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찰나였다.


적절한 퇴사 시기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까지는 못 세웠지만 내가 준비가 되었을 때라는 지극히 P 다운 계획을 세운 찰나에, 나의 그런 고민을 회사가 해결해 주는 사건이 터져버렸다.



부모님은 생각보다 자녀의 회사 기사를 잘 챙겨본다. 구조조정 소식까지


22년 행사 지원을 나갔던 타 팀 워크샵에서 벌칙에 걸리고 좌절하는 나의 모습. 회사에서의 즐거웠던 추억 중 하나지만 구조조정 당시 절망감을 잘 표현할듯해 가져왔다

새해 조직개편 때 나의 처우에 대해서 논의도 하고 새로운 팀 회식도 참여하고 은밀하게 이직 목표는 세웠지만 계속 열심히 회사 생활을 병행하겠다고 마음먹었던 나에게 구조조정은 꽤 큰 이벤트였다.


다만 이 글은 '내가 회사를 어떻게 그만두었나' 가 아니라 지난 1년간 엄마 집에서 얼마나 야무지게 내가 놀고먹었는지를 쓸 예정이기에 이야기를 짧게 요약하자면 우리 회사가 구조조정을 한다는 기사여기저기 뜨기 시작하고 어찌저찌해서 나도 나가게 되었다.

퇴사가 확정된 이후에 뭐 딱히 일은 안 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사람들한테 인사나 하고 다니는 지금 나이에 경험하기 참 힘들고 거지 같은 좋은 경험도 해봤고, 먼저 회사를 나간 좋은 형님 누님들이 사주는 밥도 얻어먹고, 생각보다 우리 회사 기사를 잘 찾아보던 우리 엄마도 꽤 크게 화를 냈었다 정도로 정리가 된다.


당장 그전 주까지만 해도 타 부서 어디와 협력하고 무슨 일을 하면서 한 해를 그려가자라는 논의도 하고 내 나름대로 약점을 개선할 계획도 세우면서 어쨌든 멋지게 이직을 성공한다면 동료들의 축복을 받으며 동화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날 나만의 적절한 퇴사 시기를 생각했었지만, 그건 내 계획이고 회사의 계획은 달랐다.



거지 같은 상황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일류? 호구? 50%면 배팅해 봐야지

우리 엄마 집 바로 앞에 있는 무인 매장에 최근에 올라온 공지사항이다. 위례 신도시는 거대한 다람쥐 도둑이 사는 겁나 무시무시한 동네, 그야말로 후드 그 자체이다


계획이 많이 달라졌고 어쨌든 미운 정 고운 정들었던  회사에서 함께 일하던 좋은 동료들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는 건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지만 (솔직히 거지 같았고 다시는 겪고 싶지는 않은데 뭐 어쩌겠는가 젠장) 아무튼 백수 아들내미가 방에 틀어박혀서 꽁해있는 모습은 썩 보기 좋지 않을 것이니 최대한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쨌든 이직 준비에 좀 더 박차를 가하는 기회로 삼고, 치열하게 살아온 지난날들을 쉬는 기간으로 즐겨보자는 생각을 했던 나는 실업급여도 받으면서 전 직장에 들어가기 전에 했던 프리랜서 활동을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고 열심히 세금도 납세하고 국방의 의무도 다했던 만큼 실업급여라는 나라가 주는 좋은 제도를 감사한 마음으로 받으며 재정비라고 쓰고 노는 시간을 갖기로 마음먹었다.


그렇다면 30대 백수 아들은 엄마 집에서 살아남기 위해 뭘 했을까, 경기도 촌놈은 거대 다람쥐가 젤리와 캐러멜을 훔쳐먹는 위험한 위례 신도시에서 뭘 하면서 지냈을까?


다음 시간부터 본격적으로 알아보도록 하자...



바쁜 당신을 위해 전지전능한 ChatGPT 님이 해주는 요약

작가는 2023년 회사 구조조정 이후 1년간의 실업 기간을 되돌아보며 이 기간 동안의 개인적인 경험과 활동을 강조합니다. 주목할만한 성취에는 야외 활동 참여, 사회적 행사 참석, 실업 수당 수령 및 프리랜싱이 포함됩니다. 이야기는 또한 기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예상치 못한 직업 상실과 작가의 긍정적인 시각에 대해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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