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챌 연습 ㅠ

테스트 두번째 ㅠ

by 쥐석경
4인의 아지 빌런


유감스럽게도 오늘은 비가 오지 않았다. 그간 크고 작은 비가 끊이지 않았기에 오늘도 우기가 이어지는 거 아닌가 했지만 한국(KOREA)엔 우기가 없었다. 맑은 날엔 산에 오르려 했지만 맑지도 않았고 흐리지도 않았고 비가 오지도 않았으며 나는 밖에 나가지 않았다. 오늘은 휴일이었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누적된 습기 탓인지 나무 침대가 삐걱거렸다. 나는 그 침대에 누워 일(WORK)과 돈(MONEY)에 관하여 생각해보았다. 일을 하면 돈을 벌고 돈을 벌려면 일을 해야 되고 그럼 일은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건데 일이 좋아 일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을 좋아하면 워커홀릭이라고 부른다. 홀릭이라는 단어에서 이미 일은 선호의 범주에서 벗어난 '나쁜 것'으로 규정된 것이다. 애초에 일은 그 자체의 의미인 '나쁘고 유해한' 무언가일 뿐이다.


반면 돈은 일의 목적이자 삶을 유지시키는 필수적 요소이다. 일이 마무리되면 돈을 받고, 돈은 일이 마감되었다는 컨펌이다. 그래서 돈은 그 자체의 의미인 '완료된' 것이다. 결국 돈은 종점이며 그 대척점에 있는 일은 기점이 된다. 그러나 이런 이분법이 일과 돈의 속성을 정확히 나타낼 수 있을까. 돈과 달리 일은 지속된다. 일은 기점도 되지만 기점과 종점 그 사이가 되기도 한다. 일은 돈에 비해 압도적으로 긴 시간을 지닌다. 우리는 일을 '하고 있다'고 현재형으로 말하는 데에는 익숙하지만 돈을 '받고 있다'고 말하는 건 뭔가 어색하다.


여기 제1의 아지 빌런이 있고 제2의 아지 빌런이 있고 제3의 아지 빌런이 있으며 제4의 아지 빌런이 있다. 이들은 4인의 아지 빌런이다. 아지 빌런에겐 뚜렷한 목적이 없지만 그저 이 세상에 존재할 뿐이다. 생각해보면 우리 인간도 아지 빌런과 같은 존재다. 누가, 어떻게, 왜 만들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여기서 누군가는 우리를 부모님이 만들었다고 반박할 수 있겠지만, 최초의 인간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물으면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아지 빌런은 아지가 만들었지만 아지가 누군지는 모른다. 이 글을 쓰는 나도 모르고 브런치도 모르고 대통령도 모르고 대학에서 수 년간 물리학을 가르친 이학 박사 윤준영 씨도 모른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아지의 정체가 아니다. 우리는 아지를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과 그가 아지 빌런을 만든 이유를 모른다는 데에 주목해야 한다.


아지 빌런의 몸통에는 ag라는 글자가 새겨있는데 ag는 agency를 뜻한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모두 성과 본관을 갖는데 같은 성씨라도 본관이 다르면 다른 가문이다. 아직 학연과 지연(delay)과 혈연이 남아 있는 사회에서 같은 가문이라는 점은 사회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측면에 입각해 agency의 발음을 살펴보면 '에이 전씨'라는 걸 눈치챌 수 있다. 즉 아지 빌런의 성은 전씨이고 본관은 에이(A)인 것이다. 대한민국에 에이라는 본관이 있을 리 만무하지만 디지털 세계에서 0과 1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아지 빌런의 정체성은 현실에 닿지 않으므로 굳이 현실과 비교해 생각할 이유는 없다.


agency와 유사한 사례로는 스테이씨가 있다. 어느 순간부터 '스'테이씨는 우리의 사이에 '스'며들어 에이셉 꾹꾹이 춤을 추게 만들었다. 이미 저명한 행위예술가들은 무언가에 홀린 듯 에이셉 꾹꾹이 춤을 따라하여 유튜브에 올리고 있는데, 파급력을 지닌 영상들은 저마다 에이셉 꾹꾹이 춤을 전파하여 프랙탈 도형처럼 자기증식을 촉진하였다.


꾹꾹이 춤을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말대로 사람들은 에이셉 꾹꾹이 춤에 열광하였고 에이셉 꾹꾹이 춤은 고양이도 아닌 인간들을 꾹꾹이로 만들며 자기 정체성에 혼란을 주었다. 스테이씨가 사람들을 고양이로 만들어 얻게 되는 이익은 무엇일까. 그 전에 스테이씨의 코어(CORE)를 파악하는 일이 우선이다.


스테이씨는 agency가 에이 전씨인 것처럼 스테 이씨로 본관과 성을 나누어 표기할 수 있다. '스테'라는 본관 역시 대한민국에 존재하지 않지만 이것은 가상의 세계다. 한편 스테이씨에는 이씨 성을 가진 멤버가 단 한 명인데 그는 바로 아이사다. 바로 이 아이사가 스테이씨의 코어인 것이다.


아이사는 외적으로 고양이를 닮았으며, 사실 여부는 면밀히 검토해봐야겠지만 고양이가 환생한 것이라는 논문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만약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고양이의 본체인 아이사가 온 세상을 고양이의 세계로 만들기 위해 꾹꾹이 춤을 전파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한편 스테이씨 못지 않게 대중을 집단 환각에 빠뜨리는 단체가 있는데, 그게 바로 에스파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들에겐 초능력(에스퍼)이 있는 걸로 추정되는데 스테이씨보다 수월하게 사람들을 조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경계할 필요가 있다. 에스파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들이 넥스트레벨을 넥스트레블로 발음하는 것으로 미루어 보면 결코 가볍게 볼 상대가 아니다. 레벨은 레드벨벳의 줄임말이고 레드벨벳의 웬디는 파워업에서 레벨을 레블로 발음하지 않고 레벨로 발음했다. 캐나다 유학 경험이 있는 만큼 웬디의 발음은 정확하다. 그런데 에스파는 보편적인 발음을 거부하였다. 레벨은 레드벨벳이 될 수 있지만 레블은 레드벨벳이 될 수 없고 레지던트이블이 될 뿐이다.


에스파는 현실과 가상을 오가며 표적을 정조준한다. 우리는 찰나의 순간에 에스파의 힘에 무너져 자신도 모르게 넥스트레블을 흥얼거리며 정체성을 잃어갈지도 모른다. 실제로 에스파의 넥스트레블은 3일 만에 유튜브 5천만 뷰를 넘겼으며 이미 거리에는 에스파의 추종자들이 투핫투핫을 외치며 디귿자 춤을 추고 있다.


어쩌면 이것은 현실일지도 모른다. 아니 가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모호해진 지금, 이 둘을 분리하려는 시도는 무의미하다. 우리는 어떤 곳에 있든 자기 자신을 자각하고 자유의지대로 사고하고 행동해야 한다. 비록 이 세상이 에이셉 꾹꾹이 춤과 넥스트레블로 가득 차 있어도 나는 나일 뿐이다. 워너비를 부른 있지가 마피아 게임에 심취된 상황에서 우리는 누구에게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 역경을 헤쳐나가야 한다.


2021. 05. 22.

매거진의 이전글비가 오지게 내리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