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잠든 새벽 2시, 나는 브런치에 들어왔죠
#01
불면의 밤이 길어진다. 잠을 자지 않을 이유가 없지만 이대로 잠드는 것은 뭔가 허무하다. 자꾸 그런 생각이 든다. 오늘, 아니 어제를 떠올려보니 저녁 잠을 자긴 했다. 하지만 지금 이 불면의 원인은 저녁 잠이 아니라 복잡한 심리적 문제인 듯하다.
아직 단언할 수 없지만 나는 글을 쓰는 능력을 잃어버린 것 같다. 짧은 글은 괜찮다. 그러나 3천자 정도만 되어도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한 호흡으로 동일한 맥락의 글을 쓰는 게 어렵다. 많이 막히고, 주제에서도 이탈하여 어느덧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쓰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나의 정신작용에 어떠한 문제가 생긴 걸까. 그리고 그 원인은 무엇일까.
지난 달까지 나는 자격증 공부 때문에 새벽 늦게 자곤 했다. 새벽 4시, 5시. 잠을 그만큼 줄인 건 아니지만 수면 패턴이 엉망이 되어 두통에 시달릴 정도였다. 이러다 인지 능력에 심각한 손상이 오지는 않을지 진지하게 걱정하기도 했으니까.
오랫동안 잘못된 수면 습관 때문에 이러는 것이라면 납득할 수 있다. 그 대가로 자격증을 딸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무엇이 자꾸 나를 괴롭히는지 알고 싶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웬만하면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다. 비록 얼굴을 맞대며 육성으로 이야기하는 건 아니지만 인터넷 공간도 실제 세계의 확장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닉네임으로 여러 커뮤니티에서 활동했었는데, 나와 소통한 유저들이 어딘가에 실존하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지금 내가 이 이야기를 브런치에 늘어놓는 건 몹시 이례적이다. 나뿐만이 아니라 대부분 그럴 거라 생각한다. 그나마 브런치에는 자기 이야기에 거리낌 없는 사람들이 많아 보이지만, 열린 공간에서 자신의 내면을 훤히 드러낼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내가 왜 이런 글을 올리기로 했는지는 모르겠다. 나도 나를 알 수가 없다. 사람은 자신을 이해한다고 착각하지만 사실은 착각일 뿐이다. 우리의 사고 과정은 능동적인 활동에 의해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뇌 속에 있는 신경 물질이 물리적인 법칙에 의해 이동함에 따라 이루어진다고 믿고 있다. 자유의지는 허울 좋은 허상일 뿐. 만약 이 세상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면 동일한 상황과 동일한 조건에서 우리는 동일한 생각과 동일한 행동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삶은 철저하게 설계된 결과물이다.
비슷한 내용이 『모렐의 발명』에도 나오지 않았나. 따져보면 비슷한 내용은 아니지만, 모렐이 만든 영상 속 인물들이 떠오른다.
이 글은 무언가 답을 내고자 쓰려는 게 아니다. 감정의 배출구라고 해두자. 일기장에 써야 마땅한 글을 브런치에 올리게 되어 유감이다. 그래도 누군가는 의미 있게 읽어줄 거라 생각한다. 공개된 곳에 글을 쓰면 나한테도 의미가 있다. 그래야 나중에 이런 글을 안 쓰려고 노력할 테니까.
우려했던 대로 글은 의식의 흐름에 따라 종잡을 수 없게 되었다. 나는 이런 글을 사랑한다.
#02
나의 최근 관심사.
앞서 사람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자신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헛된 건 아니다. 나는 인생을 '죽음을 납득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는데, 인생은 '자신을 납득해나가는 과정'이라고 바꿔 쓸 수도 있겠다.
나를 정의하기 위해선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살펴보면 된다.
요즘은 50여 개의 노래를 무한반복으로 듣는다. 특별히 좋아서 듣는다기보다는 새로운 음악을 탐색할 여유가 없다는 게 맞을 듯하다. 최근 플레이리스트에 추가된 곡은 아이브의 ELEVEN이라는 곡인데 무난해서 넣었다.
에스파의 Next Level과 Savage도, 오마이걸의 불꽃놀이도 많이 들으니까 예전 같지 않다. 음악은 쉽게 질리는 게 단점이다. 이제 아이돌 음악 그만 들을 때가 된 건가.
유일하게 챙겨 보는 스포츠는 배구였는데 최근 농구가 추가됐다. WKBL 올스타 투표도 생각날 때마다 하고 있다. 신지현 선수가 현재 2위, 유승희 선수가 9위다. 허예은 선수는 예전에 20위였는데 자꾸 밀려나가고 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그런데 왜 올스타 투표엔 30명밖에 없는 걸까.
글을 쓰기 시작한 지 1시간 째. 처음엔 쓰고 싶은 게 많았지만 귀찮아졌다. 좋은 현상이다. 이로써 불면을 마치고 잠을 잘 수 있을 테니까. 새벽에 쓰는 글은 마치 수면제 같다. 인체에 무해한 수면제다.
은하가 지금 이 순간 후회없이 보여주고 싶다는 게 과연 무엇일까.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걸그룹 여자친구의 '열대야' 첫 소절이다. 역사는 이어진다. 은하(정은비), 신비(황은비), 엄지(김예원)은 비비지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눈 아프니까 그만 자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