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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화성 나들이 2

물의 도시, '수원'과 만나다

by 크림동동


수원 화성 성곽 둘레길은 총 5-6km 정도로 2-3시간이면 다 돌 수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두 번, 행리단길에서 바로 올라갈 수 있는 화서문-장안문 코스는 시도해 봤다. 굳이 완주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면 마음에 드는 구간을 택해 조금씩 걸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번에 우리가 걸었던 구간은 '창룡문-연무대-화홍문(방화수류문)' 이었다.



연무대(鍊武臺)


연무대는 정조가 군사를 훈련시키던 장소다. 훈련을 하려면 많은 군사가 모여야 하기 때문에 연무대 앞은 탁 트인 공간이다. 남편에게 연무대의 한자 뜻을 풀이해 줬더니 '지금으로 치면 연병장이네' 했다.


지금의 연무대는 시민들의 좋은 휴식처다. 연무대 앞에는 성곽 안쪽으로 잔디 비탈길이 넓게 조성되어 있어 많은 시민들이 연날리기와 국궁 체험을 즐기고 있었다. 파란 하늘과 그림 같은 흰 구름, 그리고 푸른 잔디밭 위에서 우리도 휴일의 정오를 만끽하며 잠시 앉아 쉬었다.

KakaoTalk_20250922_115623836_07.jpg 연무대 앞에 뛰어가는 두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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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250922_115623836_08.jpg 옛 성곽 위 파란 하늘에 점점이 떠 있는 구름이 환상적이었다.
KakaoTalk_20250922_115623836_10.jpg 너무도 날씨 좋았던 날
KakaoTalk_20250922_115623836_11.jpg 남편도 우리 집 코뉴어, '도도'와 잔디밭에서 잠시 놀았다.


화홍문(華虹門)


창룡문까지 간 다음 차를 주차한 곳으로 다시 돌아온 다음 이번에는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어렴풋이 반대 방향에 경치 좋은 수문이 있다는 정보를 본 듯했기 때문이다. 곧 물소리가 들리더니 얼마 가지 않아 화홍문이 나타났다.


화홍문(華虹門)'방화수류문(訪花水流門)' 혹은 '북수문(北水門)'이라고도 불린다. 화홍문을 보자 바로 '수원이 물의 도시'라는 사실이 확 다가왔다.


수원(水原)은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물의 원천이라는 의미다. 도시 이름에서부터 '물 수(水)'자가 들어갈 정도이니 예부터 물이 많기로 유명한 고장이었던 모양이다. 예를 들어 수원 광교 신도시에는 큰 호수 공원이 있는데 어디서 듣기에 우리나라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고 했다. 그런데 이 호수는 인공적으로 조성한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있던 큰 저수지라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수원에는 내가 모르는 크고 작은 저수지가 많았다. 하지만 외지인, 그것도 수원과는 대각선 끝에 있다시피 한 부산 출신인 나한테는 그런 이야기는 모두 낯설었다. 광교 호수 공원만 해도 몇 번 가본 적은 있지만 수원이란 지명과 연결 지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광교 신도시와 화성 행궁이 있는 수원 구도심은 행정구역상 같은 도시여도 내 머릿속에는 별개의 장소였다. 그것처럼 '수원'이라나 이름 역시 '물의 고장'이라는 그 본래의 의미와는 따로 단지 하나의 지명일 따름이었다.


그런데 이날 화홍문을 본 순간 수원이 왜 물의 도시인지 알 수 있었다. 한옥 누각 아래 7개의 무지개 모양의 수문을 통과해 경쾌하고 흘러가는 물줄기를 보니 가슴까지 시원했다. '화홍', 즉 '빛나는 무지개'라는 이름 그대로 물줄기는 7개의 무지개 문을 통해 시원하게 도심을 내지르고 있었다. 누가 문의 이름을 지었는지 정말 딱이었다. 시민들은 누각의 너른 대청에 올라 여기저기 자유로이 앉아 있었다. 거기에서 뜨거운 햇볕을 피하기도 하고 삼삼오오 앉아 수다를 떨고 있었다. 왁자하면서도 편안한 모습에 나도 마음이 한가로워졌다. 아마 과거 정조 대왕이 새로운 수도로 수원 화성을 꿈꾸었을 적에 바란 백성들의 삶이 이렇지 않았을까? 물이 흐르고 물자가 모이고, 그래서 백성들이 배부르고 편안하게 물을 보며 왁자하게 떠들고 편안할 수 있는 곳, 그런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시원하게 흘러가는 물줄기를 보며 나도 잠시 누각에 앉아 쉬었다. 볕은 뜨거었지만 대청마루 바닥은 서늘했고 바람은 기분 좋았다. 바깥 풍경을 보며 언제까지라도 이렇게 있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은 이미 점심때를 지나가고 있었다. 점점 배가 고파졌다. 이제는 밥을 먹으러 가야 했다.

KakaoTalk_20250922_115623836_13.jpg 화홍문. '빛나는 무지개 문'이라는 뜻이다.


KakaoTalk_20250922_115623836_14.jpg 화홍문을 지난 물줄기가 시원하게 수원 도심을 내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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