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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화성 나들이 3

갈비탕 찾아 삼만리

by 크림동동


수원 화성에 오면 어쩐지 통닭이나 갈비 중 하나를 먹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을 느낀다. 통닭은 예전에 한번 먹었으니 이번에는 왕갈비탕을 먹기로 했다.


수원은 갈비로 유명하다. '수원'이란 곳에 대해 서울 밑에 있는 도시라는 정도밖에 모를 때에도 '수원 갈비'만큼은 귀에 친숙했다. 그때는 왜 '갈비' 앞에 굳이 '수원'이란 이름이 붙는지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이 글을 구상하며 찾아본 수원 갈비의 역사는 다음과 같다.


'조선 22대 임금 정조는 화성으로 도읍을 옮길 생각을 하고 성, 즉 지금의 수원 화성을 짓는다. 이 큰 공사에는 수레를 끌 소가 많이 필요했다. 또 농사를 장려하고 이곳 농민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종자와 소도 나누어주었다고 한다. 이렇게 소가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레 우시장이 형성되게 되었다. 일제 강점기 때는 그 규모가 전국 3대 안에 들 정도로 컸다고 한다. 따라서 소갈비를 이용한 갈비, 갈비탕 등이 유명하게 되었다. 현재의 수원 갈비의 원조는 1940년에 세워진 '화춘옥'이지만 아쉽게도 현재는 자리하고 있지 않다. 대신 가보정, 본수원 갈비 등 수원 갈비의 명맥을 이은 여러 식당들이 여전히 수원 갈비의 명성을 잇고 있다.'


요즘 수원 갈비는 대부분 미국산 소고기를 쓴다고 한다. 한우가 너무 비싸고 수량이 많지 않아 그런 것이 아닐까 짐작된다. 수원의 대표적인 갈빗집, 가보정의 경우 한우 갈비는 28,000원이다. 반면 또 다른 유명한 식당, 본수원 갈비의 미국산 소고기 갈비탕은 18,000원이다. 그 외 대부분 미국산 소시기를 사용한 수원 갈빗집의 갈비탕은 17,000원이다. 그러니 아무리 한우가 맛있다지만 이 정도 가격 차이를 감내하고 한우 갈비탕을 먹기에는 무리다.





처음 가려고 했던 곳은 가보정이나 본수원 갈비였다. '수원갈비' 하면 가장 유명한 곳이기도 했고, 제대로 된 수원 갈빗집에 가서 왕갈비탕을 맛보고 싶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일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화성 성곽 둘레길을 돌다 보니 시간이 길어져 결국 점심때를 놓쳤다. 다시 장소를 옮기자니 배도 고프고 번거로워 화홍문, 즉 북수문 근처 식당들을 뒤졌는데 희한하게도 '갈비탕 품절', 혹은 '갈비탕 주문 안됩니다'라는 식당이 많았다. 두 군데서나 퇴짜를 맞고 겨우 한군데 들어가서 갈비탕을 먹긴 했는데 하필 관광지에서도 멀고 '왕갈비탕 한 그릇 13,000원'이라는, 가격 말고는 내세울 게 없는 식당이었다.


그래도 배고픈데 장사 없다고, 배도 고프고 피곤해서 더 이상 돌아다닐 수가 없어 그냥 들어가서 먹었다. 그렇게 갈비탕을 먹었더니 갈비탕을 먹었는데도 제대로 먹었다는 만족감 없었다. 오히려 갈비탕에 대한 갈증이 커졌다.





근래에 먹은 갈비탕 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은 김해 장유 신도시 이모 집들이에 갔다가 들렀던 식당의 갈비탕이었다. 위치는 장유 롯데 아울렛 근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우1번가'라고, 굉장히 큰 고깃집이었는데, 역시 맛있는 식당이라면 일가견이 있는 이모가 자신 있게 추천하며 데려간 곳이었다. 내가 갈비탕을 시키자, '이 집 갈비탕은 고기가 너무 많아 먹다가 배가 부를 정도'라고 하셨다.



과연, 그 말처럼 갈비탕은 푸짐했다. 나는 원래도 건더기 파이지만, 그날은 진짜 고기만 건져 먹는데도 배가 불렀다. 두고두고 생각이 났다.

SE-ed537b35-a090-4fdc-a04b-b891ebf89aef.jpg?type=w1 한우 1번가의 왕갈비탕


아마 수원 왕갈비탕을 생각했을 때 내가 먹고 싶었던 것은 그런 푸짐한, 고기가 아주 실하게 들어 있는 갈비탕이었다. 그런데 생각과는 달리, 아니, 정반대로 먹어본 것 중 가장 빈약한 갈비탕을 먹었다.




세상 일들이 대개 그렇다. 살다보면 일이 생각한 대로 풀리는 때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구부러진 길도 가다 보면 결국 어딘가에 닿는다. 그렇게 해서 다다른 곳이 의외로 마음에 들 수도 있다.


이번 갈비탕 일만 해도 그렇다. 마음에 차지 않는 갈비탕을 먹고 났더니 오히려 갈비탕에 대한 갈증이 커졌다. 마음에 드는 갈비탕을 찾아 식당 순례를 하느니 차라리 한번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레시피를 보니 못할 것도 없어 보였다. 명절이 지나면 시장에 가 봐야겠다.


이렇게 수원에 왕갈비탕 먹으러 간 나들이는 갈비탕을 한번 직접 끓여 보겠다는 다짐으로 엉뚱하게 끝나 버렸다. 처음 집을 나설 때 이런 결말을 예상이나 했을까? 이래서 인생이 재미있나 보다. 그나저나 나는 아직도 제대로 된 수원 왕갈비탕을 먹지 못한 셈이다. 여전히 그 맛이 궁금하다. 아무래도 언젠가 또 수원으로 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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