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희와제과
지난 주, 갑작스레 부산을 가게 되었다. 평일에 내려가는 건 오랜만이라 문득 '희와제과가 오늘 영업을 한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이런 기회는 놓칠 수 없다. 그래서 달려간 희와제과. 이번이 몇 번째 방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대충 N 번째 방문.
금요일 12시 30분 정도에 도착했는데 앞에 대기 줄이 대여섯 명 정도 있었다. 매장 안 2명 나갈 때마다 2명씩 입장시켜준다. 그래서 얼마 기다리지 않고 들어갈 수 있었다. 예전 밤단팥빵 나오는 시간인 10시에 맞추어 추운 날 40분 이상 길게 줄을 서던 기억이 났다. 그때에 비하면 아무리 시간 차이가 있다지만 줄이 확연히 짧아 희와제과의 인기가 떨어진 것은 아닌지 살짝 궁금하기도 했다.
드디어 입장. 빵을 고르는 규칙은 예전과 다름없다. 손에 1회용 장갑을 끼고 쟁반 위에 종이를 얹은 다음 마음에 드는 빵을 집으면 된다. 1회용 장갑을 끼게 하는 게 마음에 든다. 사실 희와제과에서는 빵을 집으려면 장갑이 필수다. 밤단팥빵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큰 빵들이 꽤 있어서 집게로는 집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매장이 좁아 줄을 서서 가다시피 하며 빵을 골라야 했다. 내가 원하는 밤단팥빵을 집으려면 잠시 앞사람이 전진하기를 기다려야 했다. 그 사이 매장을 둘러보니 살짝 달라진 점도 눈에 띄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지금까지는 매장 직원들이 모두 남자였는데, 이번에는 여자로 교체되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예전에는 밤단팥빵이 늦게 가면 품절일 정도였는데, 이제는 이 시간에 와도 살 수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점심때 와도 밤단팥빵을 살 수 있다는 건 좋았지만, 사람 마음이란 게 이상해서 이런 상황이 되면 빵 인기가 떨어져서 그런 건지 살짝 의심이 드는 거다.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는 빵값이었다. 지난번에는 밤단팥빵 가격이 4,500원이었는데 이제는 5,200원이었다! 단팥빵 하나에 5,000원이 넘는 거다. 아무리 맛있다고는 해도 정말 부담되는 가격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빵집만 탓할 수는 없다. 직접 시장에 나가보니 물가가 얼마나 상승했는지 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당장 팥만 해도 지난달 갔던 강화도 전통 시장에서 국산 팥 한 되에 20,000원이었다. 불과 몇 년 전 12,000원 하던 게 아직 생생한데 그사이 70% 이상 오른 거다. 바로 옆에 중국산 팥은 8,000원이었다. 식당 주인이나 빵집을 하는 입장이라면 유혹을 느낄 법도 한 수준이었다. 슬픈 이야기는 앞으로도 팥 가격이 떨어질 것 같진 않으니 당분간 비싼 팥빵 가격은 감수해야 할 것 같다.
이렇게 눈물이 날 정도로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희와제과의 밤단팥빵은 먹을 가치가 있다.
무엇보다 양이 많고 실하다. 빵을 집어 들면 순간 손이 밑으로 축 처질 정도로 묵직하다. 얇은 피 안이 단팥 소로 꽉 차 있다. 빵 반죽은 얇지만 황남빵만큼 얇지는 않고, 빵의 성질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피의 두께를 유지하는 것도 대단하다. 팥소는 모두 국산 팥이고 안에는 밤이 통째로 2-3개 들어있다. 처음 빵을 보면 크기에 놀라 어떻게 다 먹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과하게 달지 않은 풍부한 팥만에 먹다 보면 어느새 하나 다 먹게 된다. 물론 빵을 다 먹고나면 다른 걸 더 먹을 여력은 없다.
이번에 내가 산 빵은 시그니처인 밤단팥빵 3개와 호두 단팥빵 3개. 한 번 가기가 힘드니 갈 때마다 많이 구입하게 된다. 호두 단팥빵은 밤단팥빵보다 크기가 좀 작은데 팥소에 밤 대신 호두가 들어간 것만 틀리다고 했다. 크기가 작은만큼 가격도 밤단팥빵보다는 조금 낮다. 밤단팥빵이 부담된다면 대신 호두 단팥빵을 사도 될 것 같다. 하지만 나라면 희와제과까지 갔다면 밤단팥빵을 사길 추천한다. 그만큼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보장할 수 있다.
단팥빵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빵은 아니지만 내 주변에 팥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다. 남편, 시어머니, 친정 부모님 등. 그들 모두 희와제과의 밤단팥빵에 엄지손가락을 척 올린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부산에 갈 때마다 은근히 내가 사 오기를 바란다. 내가 만약 내 인생에 마지막으로 팥빵을 딱 하나만 먹는다면 단연코 희와제과의 밤단팥빵을 고를 거다. 나에게 희와제과의 밤단팥빵은 전국 최고의 단팥빵이다.
교통이 불편한 데다 택배도 되지 않아 친정집에서 멀지도 않은데 은근 가기 힘들었던 희와제과. 소식을 듣자 하니 최근 광안리에 '서희와제과'도 문을 열었다고 한다. 하지만 애정하는 가게가 매장 수를 늘리면 그 가게를 사랑하는 이로서는 은근 걱정이 된다. 자칫 맛이나 품질이 떨어질까 우려되는 거다. 그러니까 앞으로 더 이상 매장을 늘리지도 말고, 지금처럼 택배도 하지 말고, 언제까지나 지금처럼 고고한 위치에서 비교할 수 없는 그 맛을 그대로 유지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단, 빵값은 더 이상 안 올랐으면 좋겠다.
다음에 부산에 오면 또 갈 생각이 있냐고? 당연 재방문 의사 10,000%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