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도(畵以道)' 전시를 다녀와서
명절 연휴 일요일, 삼청동 현대 갤러리를 찾았다. '화이도(畵以道)' 전을 보기 위해서다.
계기는 우연히 보게 된 '오마이뉴스 기사', 그다음으로는 '유튜브에서 본 2월 추천 무료 전시'였다. 삼청동이면 집에서 가기에 멀지도 않고, 경복궁 옆이라 명절 분위기도 나고 게다가 무료이니 여러모로 갈 만할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이러한 조건들이 잘 맞아도 제일 중요한 전시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화이도'는 민화와 궁중화를 중심으로 여러 화가들의 재해석을 풀어내는 전시다. 민화 중에서도 설날이라는 시기를 의식해서인지 특히 호랑이를 소재로 한 민화를 테마로 선택한 게 특징인데 이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병오년이 호랑이해는 아니지만, 전통적으로 호랑이는 우리 민족에게 익숙한 민화의 소재였다. 우리 옛 조상들은 호랑이를 무서우면서도 친근하게 생각해서 산신령으로 삼기도 하고 사람보다 나은 효자로 생각하기도 했으며 때로는 여우나 토끼의 꾀에도 넘어가는 어리숙한 존재로 보기도 했다. 그만큼 호랑이는 옛사람들에게 가까운 존재였다. 어떻게 보면 우리 민족의 시조라고 할 수 있는 단군 할아버지의 탄생 이야기에조차 곰과 호랑이의 경쟁 이야기로 시작하니 우리네와 호랑이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지도 모른다.
전시는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현대 갤러리, 두가헌, 현대화랑, 이렇게 세 개의 건물에서 전시를 하고 있었는데 전시실이 나뉠 때마다 주제가 조금씩 달라졌다.
현대 갤러리와 두가헌에서는 민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가 6인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기대했던 민화 원화와 궁중화는 현대화랑에서 볼 수 있었다.
민화가 유행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민화와 관련된 전시는 처음이었다. 현대 미술은 항상 어려웠지만 친근한 민화가 소재여서 그런지 이번 전시는 편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민화의 전통적인 소재인 호랑이와 말의 해를 기념하는 말 그림뿐만 아니라, 닭, 까치, 책이 꽂혀 있는 서가 등 전통적인 민화와 문예화의 소재를 이용해서 독특한 질감, 때로는 강렬하고 때로는 은은한 색감을 사용해서 다양한 형태의 풀어내는 작가들의 세계가 흥미로웠다.
하지만 역시 가장 좋았던 건 현대화랑의 민화였다. 우리 민화에서 호랑이는 왜 까치와 함께 하는 일이 많은 걸까? 말로만 듣던 호랑이가 담배를 피우는 그림에서는 토끼가 마치 곰방대에 불을 붙여 주는 듯 앉아 있었다. 그림을 뚫고 나올 듯 꿈틀거리는 두 마리 용의 그림은 보기만 해도 힘이 났다.
전래 동화처럼 민화도 작가가 없다. 형식이나 섬세한 붓 터치도 없다. 그러나 그 속에는 조상들의 삶의 모습이 담겨 있다. 엉성한 듯하면서도 자연에 가깝게 녹아들어 가 살아가는 우리 민족의 모습이 그 속에 보인다. 땅과 자연과, 동물과 하나가 되어 그 속에서 울고 웃고 무서워하며 한 해를 살아가는 조상들의 모습이 민화에는 담겨 있다.
설날 연휴를 시작하며 오랜만에 기분 좋은 전시 관람이었다. 2월 28일까지 진행한다고 하니 생각 있다면 서둘러 가 보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