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헤일메리

너무나 미국적인 '초긍정형 캐릭터'

by 크림동동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보고 왔다.

화제작이기도 하지만, 이달 초 독서 모임에서 원작을 다루었기 때문에 책과 영화를 비교해 보고 싶었다.


영화와 책을 다 본 입장에서 둘 중 하나만 추천한다면 영화를 추천한다.


책이 설명이 좀 더 자세하고 그래서 내용 이해가 잘 되긴 하지만 그만큼 머리 아픈 공학 용어에 시달려야 한다. 원작자인 앤디 위어가 아무래도 공학도 출신인데다가 영화 배경이 모두 우주, 그리고 SF적인 상황 설정이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공학 세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모든 설명이 숫자와 용어로 채워져 있다. 아무리 일반 독자 대상으로 쉽게 풀어냈다고 해도 일단 낯선 용어에서 오는 압박감이 상당핟.


그리고 책은 분량도 너무 많다. 무려 700페이지가 넘는다. 지난 모임에서 다들 분량이 너무 많이 읽기 힘들었다는 의견이었다.


영화도 3시간에 가까운 긴 편이긴 하지만 요즘 영화에 비해 딱히 더 길다는 느낌은 없다. 시간이 줄어든 만큼 복잡한 설명은 모두 압축되어 영화가 더 단순하게 느껴진다. 다른 말로 해서 이해가 쉽다는 이야기다. 원작의 특징인 이중 평행 플롯은 영화에서의 교차 편집으로 더 돋보인다. 처음부터 영상화를 염두에 두고 책을 쓴 것처럼 보일 정도다. 게다가 영화는 원작을 보며 머리로만 상상했던 이미지를 실제 눈으로 본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우주를 배경으로 하고 외계인이 등장하는 작품이라 이 부분을 어떻게 살려냈을지 궁금했었다. 다들 기대하던 외계인, '로키'는 상상하던 대로, 아니 그 이상으로 귀엽게 구현되어 보는 내내 즐거웠다. 물론 단점도 있었다. 여러 가지 설명들을 너무나압축되어 지나가는 감이 강했지만 어차피 이런 전문적인 부분은 길게 설명해도 일반 관객은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서 이 편이 더 영리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책과 영화의 비교를 떠나 "프로젝트 헤일메리"라는 작품 자체만을 이야기한다면,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라일랜드 그레이스'라는 '초긍정형 캐릭터'였다. 가장 절망적이고 어두울 수 있는 상황(눈 떠 보니 우주, 게다가 나 혼자)에서도 한없이 밝은 주인공은 미국이기에 가능하고 생각해 낼 수 있는 캐릭터였다. 한편으론 미국 개척 시대, 미지의 땅을 향해 저돌적으로 나아가던 개척자들의 모습도 보이면서, 들쑥날쑥, 뒤죽박죽이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창의적인 에너지가 가득한 미국인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전체적으로 이 영화는 굉장히 미국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제목부터가 미식축구에서 경기 막판에 역전을 노리며 던지는 마지막 롱패스를 뜻하는 '헤일메리'인 것부터가 그렇다.


주인공의 성격처럼 영화는 전체적으로 밝은 에너지로 넘친다. 외계인이 나오는 영화는 수없이 많지만 이토록 호의적인 만남은 꽤 오랜만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동안 에일리언처럼 만나자마자 이빨부터 드러내는 침입자형 외계인에 너무 익숙해져버린 탓이다. 사실 '인간과 외계인의 우정'이란 주제는 82년 'ET'부터 계속 있었던 흔한 것이지만, 요즘 들어 흔치 않은 것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오랜만의 고전적인, 그러나 형태는 새로운 옛 주제의 등장이 반갑기조차 하다. 특히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랄 수 있는 '로키'의 귀여움은 영화를 반드시 봐야 할 이유일 정도이다.


공학 용어로 무장했지만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SF 판타지다. 수많은 과학적 배경 이야기를 할 것도 없이 추긍정형 주인공의 모습부터가 그러하다. 하지만 관객은 그런 인물이 현실 속에는 있을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있을 거라고 믿고 싶어한다. 희망은 언제나 소중한 것이고 어떤 순간에도 그걸 놓지 않는 모습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원하고 되고 싶어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캐릭터가 나와 활약하는 모습만 봐도 마음이 든든해진다.


오랜만에 재미있는 영화도 보고 에너지도 받아 왔던 즐거운 나들이였다.


추천!


작가의 이전글엉망진창 김치 담근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