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두 번이나 갈 줄 몰랐어요
중국 여행은 두 번째다. 작년 봄 시안에 처음으로 중국 여행을 갔다. 하지만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생각했다.
‘또 와야겠다!’
왜 중국일까? 작년에 중국에 갔고 올해도 갈 거고, 심지어 또 갈 생각이 있다고 하면 대개 ‘중국을 굉장히 좋아하시나 봐요?’와 같은 반응이 돌아온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은 갈 생각도 않던 곳이었다.
세상에 여행지는 많지만 중국만큼 호불호가 갈리는 곳은 드물다. 중국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가고 또 간다. 중국만큼 볼거리 많은 곳은 없다고 한다. 중국은 음식도 맛있고, 사람들도 처음 마음 터놓기가 힘들어 그렇지 한번 알고 나면 그렇게 속정 깊을 수가 없다고 한다. 중국은 싫어하는 사람들은 반대다. 그런 곳을 어떻게 가냐고 한다. 무섭고 더럽다고 한다. 사회주의 국가라서 정부가 무슨 일을 할 지 모른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작년에 중국 여행을 갔고 올해도 또 간다고 하면 이렇게 말한다.
"중국을 좋아하나 봐요?"
여기에 중국어도 못하면서 자유 여행으로 간다고 하면 '대단하다', '용기있다'는 감탄까지 따라붙는다.
중국은 특이한 곳이다. 지구 어느 구석에 처박힌, 아주 오지가 아닌, 어느 정도 사람들이 잘 아는 나라들 가운데 중국만큼 이런 저런 소문이 많은 나라는 없었다. 소문도 소문 나름, 중국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괴담 수준이다. 10여년 전쯤 홍콩에서 주재원 생활을 할 때였다. 당시에는 '장기 인신매매단' 이야기가 나돌았다. 이는 중국이 처음인 외국인 뿐만 아니라 중국 시골 사람한테도 해당되었다. 이를테면 중국의 어느 시골에서 갓 상경한 사람이 대도시에 내렸는데, 한순간 정신을 잃었고, 눈을 떠 보니 낯선 여관방에 배에 수술 자국이 난 채로 누워 있더라는 식이었다. 단순 이야기로 치부할 수 없었던 것이 당시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와 같은 홍콩 신문에는 아이패드와 같은 최신 전자 기기를 사기 위해 시골에서 올라 온 중국 청년들이 장기 매매단의 이야기에 넘어가 장기를 팔았다는 기사가 실리곤 했던 것이다. 장기 매매 이야기 외에도 '중국산 가짜 식품' 이슈도 있었다. 오래도록 썩지 않게 하기 위해 락스에 채소를 담구었다는 이야기, 식당에서는 폐식용유로 요리를 한다는 보도, 진짜보다 더 공을 들인 가짜 계란, 중국의 가짜 음식 이야기는 수도 없이 많았다. 그 정점은 2008년 단백질 함량을 늘리기 위해 분유에 멜라민을 넣었던 '멜라민 분유 파동'이었다. 이 사건으로 수많은 중국 아기들이 죽거나 신장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다. 이런 이야기들로 보면 중국이 '믿을 수 없는 곳',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르는 곳'이라고 여겨지는 것도 당연했다.
굳이 이런 괴담이 아니어도 중국은 여행자에게 쉬운 레벨이 아니었다. 우선 중국어라는 장벽이 있었다. 세계 어느 나라든 고유 언어는 있지만 영어는 여행자의 공통 언어처럼 생각어되었다. 유일하게 이 공식이 통하지 않는 나라가 중국이었다. 중국에서는 메뉴판, 간판, 도로 표지판 뿐만이 아니라 지도, 결제앱과 같은 의사소통과 이동에 필수적인 앱까지 모두 중국어로만 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중국어를 모르는 사람은 순식간에 까막눈이 되는 체험을 할 수 있었다. 거기다가 구글, 유튜브, 카톡처럼 중국 밖에서는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검색 엔진과 메신저 앱도 중국에 들어가는 순간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중국에 들어간다는 건, 말 그대로 완전히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가는 사람들은 많았다. 주재원이나 일 때문에 가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여행자도 많았다. 이들이 이용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패키지 여행 상품이었다. 사실 위의 단점들을 빼고 본다면 여행지로서 중국의 매력은 차고도 넘쳤다. 대륙 스케일의 넓은 땅덩어리, 수많은 소수 민족과 다양한 문화, 수천년에 달하는 역사,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빼어난 자연, 맛있는 음식 등 여행 상품으로서 중국은 볼거리가 무궁무진했다. 그래서 여행 상품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 패키지 여행 상품이 다른 나라를 대상으로 하는 상품에 비해 눈에 띄는 특징은 바로 노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이 다수라는 점이다. 이른바 '효도 여행', '가족 여행'의 대표적인 여행지가 바로 중국이다. 가까운 거리, 저렴한 가격, 수려한 경관, 게다가 우리나라와의 역사적, 문화적 관계 등을 생각하면 나이 드신 어르신들에게 중국만한 관광지가 없다. 주변에는 환갑 때, 혹은 칠순 때, 그도 아니면 모임 또는 가족 여행으로 '계림'에 다녀왔다, '장가계'에 다녀왔다는 어르신들이 넘쳐났다.
그런데 바로 이 점 때문에 나는 중국 여행이 꺼려졌다.
원래도 패키지 여행을 좋아하지 않았다. 가성비 차원에서의 패키지 여행의 장점은 명확했지만, 그때문에 필연적으로 따라붙을 수밖에 없는 패키지 여행의 단점, 즉 '빡빡한 일정, 일행들과의 관계, 가이드 팁과 옵션 이슈' 등은 도저히 내키지 않았다. 여기에 중국 패키지 여행은 '효도 여행'이라는 색채가 한 겹 더 있었다. 그리고 효도 여행을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여행지도 자연 경관이 좋은 곳으로 몰려 있었다. 중국 땅이 이렇게 넓은데도 대부분의 여행 상품은 계림, 장가계, 구채구 등에 가는 것들 뿐이었다. 나는 이런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보고 싶은 것은 중국의 역사, 문화도 있지만 현대 중국이었다. 지금 중국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내 시간과 돈을 들여 스타일에도 맞지 않는 빡빡한 일정을 감내하며 어르신들과 함께 자연만 감상하고 온다? 아무래도 내키지 않았다.
그렇게 오랫동안 중국은 나에게서 여행지의 목록에 오르지 않았다. 아침 저녁으로 중국 뉴스는 들었지만 한번도 중국으로 여행 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반전은 갑자기 찾아왔다. 계기는 너무나 사소했다. 어느 날, 경유 여행지를 뒤지던 중 우연히 상하이 항공권과 숙박을 검색하게 되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항공권은 10~20만원 수준, 5성급 호텔을 20만원대. 마치 예전에 처음 동남아 리조트 가격 같았다. 입이 딱 벌어졌다. 중국 여행이 저렴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가격에 한번 눈을 뜨기 시작하자, 이 비용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중국 여행이 가지고 있는 무궁무진한 매력이 물밀듯이 떠올랐다. 그때부터 중국 여행을 열심히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고작 돈 때문에 마음이 바뀌었던 거냐고 할 수도 있다. 사실만 말하자면 그렇다.
하지만 중요한 건 계기가 아니다. 그날 이후 내가 중국을 보는 눈이 바뀌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일단 중국이 저렴하고 볼 거리 많은 여행지로 인식되자 그때부터 나는 중국 여행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패키지 여행은 싫었다. 그렇다면 자유 여행으로 진행하면 될 일이었다. 가장 큰 난관인 중국어? 다행히 기술의 발달로 번역앱을 사용할 수 있었다. 실제 번역앱의 도움으로 중국어를 못하는데도 무사히 중국에 다녀왔다는 후기들을 꽤 접할 수 있었다. 중국어는 차차 공부해서 실력을 쌓아 언젠가 내 힘으로 말하는 걸 목표로 하기로 했다. 내친 김에 중국어 강좌도 등록했다. 중요한 건 의지였다. 가고자 하는 의지가 있으니 그 전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던 것들도 하나씩 극복해 갈 수가 있었다.
그렇게 해서 작년 4월, 시안을 다녀왔다. 첫 중국 여행이었다. 자유여행이었고, 중국어는 여전히 못하는 상태였다. 하지만 성공적이었다. 이런저런 사건 사고가 없던 건 아니었지만 무사히 다녀왔다. 그렇게 첫 중국 자유여행을 마친 후 나는 용기를 얻었다. 같이 갔던 남편은 '이만하면 되었다'며 '중국은 두번 다시 가지 않아도 되겠다' 했지만 나는 반대였다. 오히려 가고 싶은 곳이 더 많이 생겼다. 구석구석 중국을 더 많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뒤졌다. 다음에는 어디로 갈까, 어디를 가는 게 좋을까? 그래서 생각한 곳은 두번째 여행지는 바로 쿤밍(곤명)이었다. 충칭이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