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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 원베일리 식당과 카페 탐방

좋긴 하다, 하지만...

by 크림동동

원베일리 식당은 입주민만 가능하다.

하지만 지인의 지인 찬스를 써서 이용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식당


출입

출입부터가 힘들다.

당연하겠지만 외부인 이용을 철저히 차단한다.

입주민만이라고 이용이 쉬운 것은 아니다.

카톡으로 예약해야 한다.

이용 시간까지 지정해서 예약하고 나면 딱 그 시간이 되어야만 출입할 수 있다. 혹시나 일찍 간다고 해서 입장을 빨리 할 수는 없다.

입장할 때도 '안면 인식'을 통해 철저히 외부인의 차단을 막는다.


메뉴

메인 메뉴가 따로 있고 반찬은 뷔페식으로 운영하는 곳도 있지만 원베일리의 경우 한 상차림이다. 단, 샐러드와 깍두기, 김치, 피클 같은 밑반찬은 리필이 가능하다.

일주일 식단표가 미리 나오는데, 메뉴가 좋을 경우 이용하려는 주민이 많아 이용이 힘들 수도 있다고 한다.

우리가 간 날의 메뉴 '이색 왕만두떡국'과 '소보로 비빔밥'이었지만 늦은 시간으로 예약을 잡는 바람에 '소보로 비빔밥'은 이미 품절이었다.

가격은 메뉴 관계없이 무조건 11,000원으로 정해져 있었다.

단, 도시락의 경우 9,000원이었지만 사서 그 자리에서 먹는 건 안되고 포장만 가능했다.

메뉴를 고르면 관리비에 포함되어 정산되는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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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푸드에서 운영했는데, 가격을 이렇게 정한 데에는 여러 계산이 있었겠지만, 그래도 '11,000원'이라는 가격이 싸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한번 정도, 혹은 급할 때에는 먹겠지만 '굳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가격이었다.



음식

음식은 로봇이 서빙했다.

대기업에서 음식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맛은 보장되었다.

가격도 비싼 편이고 리필도 안 되어서 양도 푸짐했다.

하지만 남은 음식 포장은 안 되었다.


가장 큰 장점은 깔끔하고, 무엇보다 위생적이라는 점이었다.

우리가 먹은 '이색 왕만두떡국'을 기준으로 보자면, 왕만두국에서는 색깔을 들인 큼지막한 만두 2알과 떡국떡이 가득 들어 있었다.

반찬으로 배추겉절이, 오미산적구이, 과일샐러드, 오이지무침이 나왔다.

오미산적구이는 2점 나왔는데 정갈했다.

배추겉절이는 마치 칼국수집 김치 마냥 약간 달달하면서도 입에 착 붙는 양념이었다.

과일샐러드는 무난했고, 오이지무침은 꼬들하면서도 살짝 짰다.

리필 밑반찬으로는 깍두기와 오이 양파 피클이 있었다. 깍두기가 잘 익어서 맛있었다. 칼국수집 깍두기처럼 양념이 달고 듬뿍 있는 게 아니라 시원하고 아삭한 맛이어서 자꾸 자꾸 손이 갔다.

P20241128_132421584_DB087B3B-1517-45F8-B901-736092A956F4.HEIC 우리가 먹었던 이색손만두떡국



총평

전체적으로 괜찮았지만 11,000원이라는 가격은 여전히 비싸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스템이 간편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밖에 나가 먹는 음식이 대체로 11,000원보다는 높은 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바쁠 때 한두 번 정도는 이용할 만하다고 느꼈다.

무엇보다 아파트에 이런 식당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든든하게 느껴질 것 같았다.

이건 음식의 맛이나 가격과는 관계없이, 요즘의 대단지 신축 아파트가 주는 이점이었다.



스카이카페


식당이 입주민만 이용할 수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스카이카페는 외부인도 이용 가능했다.

이건 원베일리를 지을 때부터 서울 시와 약속된 사항이라고 했다.

아파트 부지를 외부에 공개하는 대신 용적률을 좀 더 받는 식이라고 하는데, 이런 쪽에는 지식이 없어 잘 알지 못한다.

이유야 어쨌든, 카페는 외부에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입장하는 데 식당처럼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없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보면 반포대교, 동작 대교, 세빛섬 등을 아우르는 탁 트인 한강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내부도 여느 예쁜 카페 못지 않게 고급스럽게 꾸며 놓았다.

엘리베이터를 기준으로 공간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는데, 엘리베이터 공간은 주문 및 베이커리 진열, 오른쪽은 의자와 탁자 배치 등이 가장 카페에 가깝고 분위기가 좋았지만, 자리가 하나도 없었다. 왼쪽은 마치 호텔 로비 혹은 대기실 같은 분위기여서 한적했다. 대체로 여기 앉아 있다가 오른쪽에 자리가 나면 옮겨 가는 분위기였다. 그래도 이곳 역시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으로 럭셔리한 분위기를 한껏 풍기고 있었다.

그 옆에 다시 문이 있고 나가면 테이블이 있었지만, 외부 공간이라 날씨가 좋을 때 이용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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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른쪽 카페 공간에는 자리가 없어서 왼쪽 로비 공간에 자리를 잡고 앉아 커피를 주문했다.

커피 가격은 7,000원부터 시작해서 비싼 편이었다.

베이커리 역시 타르틴 베이커리가 들어와 있어서 맛있기는 하지만 비싼 편이었다.

외부에서도 경치가 좋은 곳에서는 음료 가격이 올라가는데 이곳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듯했다.

그래서 카페에 사람이 북적이지 않았던 듯했다.

듣기로는 원베일리에는 커뮤니티 내에 카페가 2군데 정도 더 있는데, 다른 카페들은 모두 지상에 있다고 했다. 커피 가격도 2,500원 정도로 저렴하다고 했다. 그래서 입주민들도 한두번 정도 스카이 카페에 왔다 가면 보통은 1층 카페를 더 많이 이용한다는 거였다. 충분히 납득이 갔다.

다행히도 7,000원이나 했던 커피는 맛있었다.

직원은 친절한 편은 아니었지만 커피 맛과는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주문한 타르틴의 바나나 크림 타르트는 기억과는 입에 착 달라붙지는 않았다.

타르트 맛이 변한 게 아니라 배가 부른 상태여서 그랬거니 하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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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오니 가격이나 뷰, 아파트 카페, 아파트 이름 등등 온갖 복잡한 관련 주제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누군가는 부의 격차를 느낄 것이고, 누군가는 단순히 부럽기만 할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단지 아파트이고 카페일뿐 아무 느낌이 없는 곳일 수도 있다.


겉보기에 이곳은 좋다. 무슨 나쁜 말을 애써 할까? 단지는 넓고 지하철은 가깝고 지상엔 차가 다니지 않고 한강변이 코앞이다. 아파트 안에 식당과 카페, 운동 시설, 독서실 같은 온갖 커뮤니티가 있는 것도 부족해 아파트 상가, 그리고 아파트 앞이 온갖 상가와 교통의 요충지인 고속터미널이다. 학군으로 봐도 대한민국 최상이다. 이곳이 집인 사람들이 부러워지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것이 미리 사둔 선견지명이라면 감탄할 만하고, 예전부터 가지고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새 아파트의 소유자가 되었다면 그런 행운 역시 부러울 따름이다.


하지만 굳이 뾰족한 시선으로 보지 않는다 해도 보이는 것은, '그들만의 세계'이다. 점점 부의 수준에 따라 '너와 나를 나누는 구분'은 보이지 않는 것에서 보이는 것으로 선명해진다. 처음에는 지역이 틀렸지만 그 다음엔 아파트, 이제는 아파트 이름만으로는 부족해서 굳이 담벼락을 세우고 얼굴 인식으로 입주민과 외부인을 구분한다. 이 단지 안에 사는 사람들은 천상의 세계에 사는 듯 보이지만, 그런 이들도 실제로는 다른 세계와 다 맞닿아 있다. 하지만 굳이 보지 않으려 하고 알고 싶어 하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면 그것도 나의 질투심일까?


이런저런 마음의 소음을 걷어내고 말하자면, 커피 맛은 좋았고 뷰는 훌륭했다. 카페로서는 합격이었다. 더욱이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이야기까지 나누어서 개인적으로는 참 좋았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다시 외부인으로서, 일부로 이곳까지 와서 방문할 것 같지는 않다.

호기심에서 한번 와 본 것으로 충분하다.

그래도 한 번 와 볼 만은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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