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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새벽 미사를 다녀오며

by 크림동동

2025년, 새해 첫날, 6시 새벽 미사를 다녀왔다.

새벽 공기는 차가웠지만 어제만큼은 아닌 듯했다. 성당 가는 길에 젊은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여기저기 서 있었다. 밤새 새해맞이 파티를 했거나 클럽에서 즐기고 나온 듯한 모양새였다. 그들에게는 가는 해도, 오는 해도, 파티를 열 구실에 불과할지 모른다. 새벽 미사를 갈 때마다 느끼지만 성당 가는 길이 성스럽기는커녕 정반대여서 좀 아이러니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아직 깜깜하지만 하늘을 한번 쳐다봤다. 어둡긴 해도 구름이 낀 건 분간할 수 있었다. 오늘 아침 해돋이는 아무래도 보기 힘들 것 같았다. 어차피 요즘 분위기 때문에 해돋이, 해맞이 행사들이 대거 취소된 상황이니 차라리 잘 된 건지도 모른다. 그래도 여전히 해맞이 명소에는 사람들이 모여 있을 텐데 어쨌든 실망이 클 것 같았다.

살짝 늦었기 때문에 발걸음을 서두르는데 골목길에 떨어진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발걸음을 멈추고 집어 보니 묵주였다. 누군가 성당을 가다가 떨어뜨린 모양이었다. 손에 쥐는 묵주로 나무로 된 것이 경건한 분위기였다. 새해 첫날 성당 가는 날 아침 묵주를 주은 것이 좋은 징조일까 아닐까. 어떻게 할까 잠시 망설이다가 일단 그대로 가지고 성당으로 향했다. 미사 후 성당 사무실에 맡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서둘렀지만 애초에 늦게 나와 그런지 미사에 5분 지각했다. 미사에 온 신자 수가 생각보다 많아 살짝 놀랐다. 새해에 하느님의 은총을 바라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고 생각하니 사람 마음의 온기가 느껴져 잠시 몸까지 푸근해지는 듯했다. 오늘은 ‘천주의 성모마리아 대축일’이다. 신부님이 강론은 항상 살짝 지루하고 졸린다. 그런데 오늘은 그 말씀 중에 귀에 꽂히는 게 있었다. 성모 마리아께서는 ‘그리스도의 어머님’이기보다는 당신 스스로가 ‘그리스도의 제자라는 직함에 더 행복해하셨을 거라는 말씀이었다. 가슴이 찌르르했다. 그래, 내가 바로 원하는 것도 그것이다. 내 아들의 좋은 엄마이고도 싶지만 나 자신으로 서고 싶다. 그래서 언제나 아쉽고 불안하고 고군분투하는 거다. 성모님도 나와 같은 마음의 짐을 짊어지고 사셨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막혔던 가슴이 뚫리는 듯했다.

기도로 새해를 시작할 수 있어 좋았다. 기도를 드리고 싶었다. 지난 한 해는 모두에게 힘들었다. 특히 연말을 장식하듯 날아든 엄청난 사고 소식은 12월 들어 숨 쉴 틈 없이 계속된 사건 사고의 정점을 찍는 듯했다. 덕분에 우리도 연말 기분은커녕 즐기는 것조차 죄스러운 심정이 되었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2024년 마지막 날 온 식구가 건강하게 한 자리에 모였고 같이 식사했고 덕담을 나눌 수 있었다. 2025년은 아들의 출국으로 한해를 연다. 또 새로운 나라에서 다시 적응하고 좌충우돌해야 하는 아들의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대견하다. 남편 역시 지극히 힘든 경기에 어떻게든 회사에서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모습이다. 거기에 힘을 보탤 수 없어 미안할 따름이다. 나이 들어가시는 부모님은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어떻게 보면 어떤 것도 안심되는 것이 없다. 그래도 조금만 더, 하루만 더, 이런 살얼음같은 평화라도 이어졌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이다.

그래서 기도했다. 여전히 제대로 기도하는 법은 모르지만, 하느님은 내 이런 모습 속에서도 진실된 마음을 보시리라 믿으며 기도를 드렸다. 2025년은 가족 모두에게 부디 더 나은 한 해이기를 빌었다. 나에게도 더 나은 한 해이기를 빌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밖에 없기에 빌고 또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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