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진지한 치질 수술 경험기 1

프롤로그

by 크림동동

새해 1월부터 치질 수술을 받았다.


나는 겉보기에 말랐지만 별로 병원을 자주 가는 편이 아니다. 항상 건강에 대한 이상한 자신감이 있었다. 그래서 평생 병원, 특히 치질 같은 것과는 인연이 없을 줄 알았다. 잘못된 생각이었다. 나 역시 다른 사람과 다른 바가 없었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내 몸도 점점 나이 들고 탈이 났다. 하지만 하필 치질 수술이라니! ‘치질’이라고 하면 ‘더럽다’, ‘평소 잘 관리하지’라는 생각부터 든다. 나 역시 은연중에 그랬다. 그런데 바로 내가 치질 수술을 하게 될 줄이야! 하지만 어쩌랴, 나의 그곳에 탈이 나 버렸다.


수술 때문에 병원을 다니며 많은 것을 경험했다. 병원 대기실에서 하염없이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 표정은 무표정하고 불안해 보였다. 긴장으로 까칠해진 얼굴들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번다 해도 항문외과 의사는 하고 싶지 않을 것 같다.’ 수술 후 입원 기간 동안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했다. 그토록 바라던 휴식이건만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나중에는 기이할 정도로 잠에 떨어지는 게 싫기조차 했다. 그리고 무서워하던 첫 배변의 시간. 그리고 가장 원초적인 행위에서 생각지도 못한 기쁨을 맛보았다.


퇴원 후 치질 수술 경험을 정리하다가 깨달았다. 말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그중 어느 것도 빠뜨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으로 ‘연재’란 걸 시도해 보기로 했다. 지저분하게 들리지만 그보다는 훨씬 진지한 치질 수술 경험기가 이제부터 시작된다.


수술 후 잘 쓰고 있는 치질 방석. 방석 위의 'be happy', 문구가 딱이다.


keyword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