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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맹포토 Apr 06. 2023

봄, 형상과 색상

 집 근처 산에서 봄내음 만끽하기

지난주엔 갑자기 다가왔다 벌써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벚꽃을 필두로 매화, 진달래, 목련 등이 다양하게 만들어내는 풍경을 촬영하느라 바빴다. 2023년은 여느 때보다 더 봄꽃이 서둘러 찾아온 느낌이다. 꽃이 떠날세라 촬영에만 몰두한 나머지 글 작업을 전혀 하지 못해, 지난해 이맘때의 봄 풍경 촬영기부터 공유하고자 한다.


4월 중순의 이른 아침, 네시 반부터 집 근처에 위치한 관악산에 올랐다. 봄의 속삭임에 집중하며 무거운 카메라 배낭을 짊어진 채 바위에 앉아본다. 억지로 일어나 맞이한 아침임에도 전혀 피곤하지 않고, 내 얼굴로 쏟아지는 햇빛을 그대로 놔둬보는 여유도 부려본다. 어깨 위 무게도 느껴지지 않을 만한 이 상쾌함...!


소리를 듣는다. 깊은 겨울로부터 다시 날아온 새들의 외침이 나를 둘러싼 공기를 가득 채운다. 이제 느낀다. 차가운 바람이 나를 방해하지도 않고, 사실 바람 자체가 별로 없다. 신선한 태양만이 나의 뼛속까지 따스하게 덥혀준다. 냄새를 맡는다. 내 주변 열기를 만들어내는 지구의 마른 냄새가 내 코까지 올라온다. 야생화의 은은한 향기 또한 내게 조심스럽게 다가온다. 본다. 내 주변의 나무들 위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싱싱한 초록잎들이 선명한 초록빛을 통과시킨다. 어리고도, 진취적으로 보이는 이파리들... 진달래와 야생 벚꽃이 내 앞의 풍경을 수놓는다.

나는... 지금이다.

이 봄날 전체에 당신을 초대하고 싶다. 봄의 이 모든 색깔과 형상이 당신의 영혼 속에 살고 있는 인상주의 화가에게까지 가 닿았으면 한다.


일출 전


사진 1. 이른 아침, 빛은 아주 밋밋하고, 풍경의 색상도 좀 그러하다. 진달래꽃 색깔만이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다. 겨울의 결핍보다는 훨씬 환대받는 휴식 시간. 더 나은, 더 따스한 내일을 위한 약속을 찾을 수 있다.


사진 2. V자 모양의 나무들이 이 진달래 덤불로 시선을 이끈다. 이 숲 속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진정한 색깔을 향해.


일 년 중 이 시기에 나는 형태에서 영감을 얻는다. 자연이 헐벗으면 나무들이 나의 표지가 된다. 무채색의 가지들, 나무껍질과 죽은 나뭇잎들은 이렇게 작은 색깔의 등장마저 더 돋보이게 만든다.


사진 3. 한국 진달래 잎의 갈라진 부분은 너무나 여려, 어두운 나무 기둥과 명확히 대비되어 보인다.


사진 4. 가지로 매듭 져있는 듯한 소나무의 기둥은 흥미로운 구도의 요소가 되고, 특히 세로로 긴 형태가 원형 모양의 꽃들과 너무나 조화로운 대비를 만들어낸다.


일출


사진 5. 마침내 태양이 두터운 소나무숲을 뚫으며 빛을 낸다. 큰 키의 나무들이 따뜻한 빛을 들이려고 작은 창을 만들어내고, 어떤 색상도 여기 닿는 순간 두드러진다. 자연은 다시 생기를 느끼는 듯, 나도 그러하다. 이제 모든 게 달리 보인다.


일출 시점에, 명암은 극적으로 증가한다. 형태조차 나의 렌즈 앞에서는 더 돌출된다. 따스한 대각선의 빛이 20분 전에는 알아챌 수도 없었던 따사로운 장면 속으로 나를 안내한다.


사진 6. 여기 어두운 기둥들은 햇빛이 비치는 뒷배경으로 인해 좀 뻣뻣한 패턴을 만들어낸다. 여기서 진달래의 역할은 이 완고한 패턴을 해제시키는 것. 그러면서 자신이 더욱더 관심을 받고 있다.


아침 빛


따스한 일출의 빛은 짧게 지나갈 때 가장 아름답다. 금세 이는 우리가 아는, 위에서 비추는 보통의 하얀빛으로 바뀌었다. 나는 매력적인 구도를 찾아 한 번 더 열심히 뛰어다닌다.


사진 7. 여기서 야생 벚꽃이 가진 하얀 색상은 프레임을 어두움과 밝음으로 나누고, 이 경계의 중앙의 분홍색 덤불이 시선을 이끈다. 덤불이 사진 속 거의 유일한 '색깔'이어서, 이 구분을 더 효과적으로 만든다.


사진 8. 나의 영혼으로 가는 관문을 찾았다...


사진 9. 이 길은 냇가로 이어진다. 모든 흐름이 의도한 방향으로 흘러가는지를 점검하며, 커다랗고 화려한 덤불이 이를 내려다본다.


사진 10-1. 이 물줄기가 폭포에 이르기까지의 여정. 아직은 겨울잠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못한 모습이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귀청이 떨어질 정도로 포효할 것이다.

사진 10-2. 지금 당장은 길들여져 있는 폭포의 물줄기, 셀 수 없이 많은 분홍색 점들을 먹여 살리고 있다.


사진 11. 태양은 곧 하루의 여행을 끝낼 것이다. 이미 몇 개의 운 좋은 꽃잎을 선발해, 마지막 광선을 선사한다.


일몰


오늘의 마지막 빛, 따스한 측광이 풍경으로 시선을 돌리게 한다.


사진 13. 모든 자연이 지고 있는 태양을 바라본다. 그 에너지의 마지막 흐름을 모두가 움켜쥐려 하고 있다. 그리고 아주 곧, 꽃잎은 오므리며 암술들을 위한 밤의 대피소를 마련할 것이다.


사진 14. 생명을 주는 이 따스함... 가능한 오래 즐기자.


숲에서의 봄 여행에 동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꽃이 가진 분명한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숲에서의 다양한 모양들, 그리고 제가 발견한 다양한 색상들끼리의 소통에 초점을 맞추며 야생화에 좀 더 다르게 접근하려고 시도해 보았습니다.


저의 작업에 대해 느끼신 점이나, 조언해 주실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댓글로 남겨주시고 공유도 해주세요. 그러다 보면 언제 등산길에서 만날 수도 있겠지요?


그럼 다음 여행에서 또 뵐게요.

아 비앙또! (À bientôt! : “또 만나요!”를 뜻하는 프랑스어)


*원고 번역 및 편집 : 김혜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저의 풍경사진 촬영 여정에 함께 하실 수 있어요. 인스타그램에도 더 많은 한국의 풍경 사진이 담겨있으니 많이 많이 들러서 감상해 주세요! 홈페이지 호맹포토의 Blog에는 다양한 풍경사진 촬영기가 영어와 프랑스어로도 작성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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