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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맹포토 Apr 18. 2023

봄 : 꽃, 그리고 풍경

 북한산과 관악산에서 활짝 피어나다

한국의 봄은 짧다. 내가 봄마다 거의 꽃 촬영에 집중하는 이유다. 이 기간 야생화 가지는 꽃들에 자리를 내주고, 한국의 밀도 높은 숲에서 이런 장면은 만나기가 정말 힘들다. 지난 편의 진달래에 이어, 이번에는 좀 더 풍성한 봄의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한다. 


이 날, 나는 좀 더 많은 분홍색의 아름다움을 기대하며 산에 올랐다. 높은 곳에서 하루를 꽉 채우며 느끼는 자연에 대해 담아보고자, 일출 촬영부터 시작하기로 하고 이른 시간 등반을 시작했다.


운 좋게도 깨끗한 아침이었다. 일출 시간에 맞춰 새벽 세 시에 일어났기 때문인지 오르는 길이 다른 때보다 힘들었다. 그래도 결국 상상하는 모든 풍경이 실현될 가능성을 가진 이 봉우리에 도착해 장비를 세팅했다. 아직은 춥고, 찬 바람도 불지만, 느낌이 좋다. 드디어 눈앞의 풍경에서 빛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진 1. 일출 직전의 빛을 받은 인수봉(왼 편 바위 봉우리)과 뒷배경을 이루는 도봉산. 아직 최고의 상태는 아니지만 이 날의 시작으로는 충분한 아름다움이다. 사진 속, 언제나 강한 녹색을 하는 봄의 잎들이 보인다. 정말로 한 명 한 명의 두 눈에 기쁨을 선사한다.


사진 2. 그녀가 왔어요! 빛이 몸을 데워줄 정도로 강하진 않지만 곧 원하는 바를 얻게 되리라. 그리고 이 겹겹이 펼쳐진 산은 한국의 전통적인 경치인데, 충분히 맑은 날엔 정말이지 선물이다. 


이제 난 내가 왜 이른 시간에 산에 올랐는지 안다 : 태양의 측광은 어떤 종류의 빛과도 다른 전망과 형상을 만들어낸다. 이 아침의 유일한 장애물은 바람이었다. 이 지점에서는 바람이 항상 불긴 하는데, 이 날엔 평소보다 좀 더 많이 불었다. 삼각대를 사용할 수 없고, 절벽의 가장자리에 근처에 서있는 것 또한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 하지만 적어도 진달래가 휩쓸려 가진 않았기에 이 숨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곳의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생겼다. 봄 버전이다. : 


사진 3. 커다란 바위의 그림자와 절벽 꼭대기에 끼인 두 진달래 가지,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당신의 시선을 뒷배경인 산 정상으로 이끌고 있다. 조금만 더 오른다면, 장애물이 없는 사진도 찍을 수 있겠다.


사진 4. 서울의 가장 높은 지점이 내 눈앞에 있다 : 백운대. 이름답게 가끔 안개구름 위로 서서 보는 풍경으로 유명하다. 오른편에서 오는 일출의 태양빛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나를 절벽 아래로 밀어버릴 것만 같은 바람만 아니었다면 여기서 아침 내내 바람을 따라 춤추는 꽃들을 보며 머물렀을 것이다. 


사진 5. 이 날 아침의 사진 중에서 가장 맘에 드는 것. 완벽한 빛에, 재미난 선과 반복되는 선이 공존하며, 진달래는 색 대비에 있어 아주 섬세한 느낌을 더하고 있다. 


이제 내려갈 때. 바람의 아찔함을 느끼며 빛이 좋을 때 포착할만한 위풍당당한 진달래를 발견했다. 절벽에서 떠나온 나는 서로 다른 종류의 꽃잎을 찾으며 내려간다.   


사진 6. 흰색의 진달래가 분홍색 진달래 옆에 위치한 풍경을 본 적이 없기에, 기록해야만 했다. 이 빽빽한 장면을 단순화시키기 위해 아침의 빛 근처에 V 모양을 위치시켰다. 어떻게, 제 시도가 성공인지 실패인지 알려주세요! 


사진 7. 우리는 더 좋은 미래로 가고 있을까? 우리의 더 좋은 버전으로? 우리 모두 더 좋은 빛을 향해 뻗을 수 있을까?


늦봄이 되고 덤불 위 꽃이 사라지고 나면, 이제 나무 위 꽃들이 피어날 시간이다. 특별히 한 종류는 매년 실패 없이 나의 시선을 이끈다. 바로 아까시나무! 세계적으로 아카시아(acacia)라고도 불리지만 아카시아 나무는 따로 있으며, 진짜 영어이름은 블랙 로커스트(black locust)다. 과거 종 이름(pseudoacacia)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생긴 실수 때문에 아직도 아카시아로 불리고 있긴 하다. 아무튼 이름과 상관없이 한 가지 확실한 게 있다 : 천국과도 같은 향을 가졌단 것! 매년 난 라일락이 가장 좋은 향을 가졌다고 나 자신을 설득하는데, 모란이 피면 마음이 바뀌고 또 결국 이 아까시나무 꽃이 피어나면 또 흔들린다. 향이 정말 좋기 때문이다.


아까시나무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면, 아주 키가 크면서도 매우 낮은 고도에서 자란다는 점이다. 결국 빽빽해서 사진으로 포착하기가 아주 어렵다. 시도한 바를 보여드린다. 


사진 8. 아까시나무가 뭔지 보여드리기 위해 금방 찍은 사진


사진 9. 파란색 하늘에 대응하며, 하얀 꽃무리가 내가 매년 기대하는 풍경을 만들어낸다. 바람은 이들이 우아하게 춤추게끔 만들고, 동시에 향긋함을 내게 가져다주기도 한다. 


사진 10. 가끔은 가지들이 멋진 형상을 만들어낸다. 이 Y자 모양 가지는 나의 시선을 아랫부분에 위치한 밝은 색 꽃잎으로 이끈다.


사진 11. 이 쪽도 마찬가지, 꽃을 가장 중점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모양과 빛에 신경 써서 작업했다. 양 측면의 기둥 두 개가 하얀 꽃잎을 지지하고, 이 꽃잎으로 시선을 집중시키는 가운데 구부러진 가지 근처에서 하나의 자연스러운 틀이 창조되고 있다.


사진 12. 이 파노라마 사진에서 나는 어두운 부채꼴 형상 안으로 모든 나무 기둥들을 넣어보려고 했다. 태양 빛을 받으며 수평을 이루는 꽃잎으로써 이 부채꼴을 깨트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산들바람과 함께 마음대로 춤추는 여기 이 모든 요소들을 상상하실 수 있다면 좋겠다. 혼을 빼놓을 정도의 아름다움!


아카시나무의 또 다른 아름다움도 포착할 수는 있었지만, 일단 여기 두고 다시 등산길에 올라본다. 높은 산은 또 다른 꽃의 영역이다. 높은 곳의 꽃나무는 큰 키를 감당하지 못할 것만 같지만, 놀랍도록 아름답게 핀다. 오늘은 두 가지, 바로 팥배나무와 병꽃나무에 집중해 보겠다. 일단 둘이 함께 있는 사진, 이런 풍경은 흔치 않다.


사진 13. 팥배나무와 병꽃나무가 각각 위와 아래에 자리한다. 이 두 나무를 하나의 프레임 안에서 보는 것은 정말이지 흔치 않은 경험이며, 특히 이곳에서는 더 그러하다!


사진 14. 관악산에서 아주 높은 곳은 아닌데,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여기는 일몰을 촬영하기에 가장 좋은 위치다. 전혀 유명하지 않은 곳인데, 왜인지 이유는 모르겠다! 이 거대한 바위는 독특한 형태와 질감을 가졌고, 이곳의 전망 또한 매혹적이다. 


사진 15. 이 사진의 제목을 지어봤다 : '끝까지 살아남은 자'. 또 다른 팥배나무가 아래쪽에도 있긴 하나 이미 져버렸고, 여기 이 아이들만 바위의 보호를 받으며 오늘의 마지막 빛 앞에 꿋꿋이 서있다. 촬영 당시 여기서 찍었던 두 개의 사진을 합쳐서 만든 결과물이란 점도 고백해야겠다. 특히 팥배나무와 바위 이 두 가지 요소를 잘 담아낸 두 장을 합쳤다. 


아직 해가 지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분이 원하실만한 또 다른 병꽃나무를 보여드린다. 


사진 16. 이 사진은 완전히 극적이다. 병꽃나무는 보통 곧게 자라는 가느다란 줄기를 따라 깔때기 모양으로 피는 분홍색 꽃을 가진다. 위에서 내려다보며 마치 풍경을 즐기듯 자신의 바위 위에 위풍당당하게 서있다. 그리고 제 전시에 오셨던 모든 분은 제가 얼마나 이끼 낀 돌을 좋아하는지 아시죠? 이 사진에서는 하얀 이끼가 내 기대를 넘어설 정도로 돋보인다. 


사진 17. 하루가 끝나간다. 1년 중 가장 처음으로 만나는 화려한 계절에 작별인사를 한다. 


이 봄날의 사진 촬영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좀 더 다양한 지역의 꽃을 보시면서 즐거우셨다면 좋겠습니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저의 풍경사진 촬영 여정에 함께 하실 수 있어요. 인스타그램에도 더 많은 한국의 풍경 사진이 담겨있으니 많이 많이 들러서 감상해 주세요! 홈페이지 호맹포토의 Blog에는 다양한 풍경사진 촬영기가 영어와 프랑스어로도 작성되어 있습니다.


아래쪽 댓글을 통해서는 사진에 대한 의견, 등산 및 사진작업 관련 제안을 해주셔도 좋습니다. 공유도 감사합니다. 그러다 보면 저희도 언젠가 산에서 만날 수 있겠지요?


그럼 다음 여행에서 또 뵐게요.

아 비앙또! (À bientôt! : “또 만나요!”를 뜻하는 프랑스어)


*원고 번역 및 편집 : 김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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