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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맹포토 Feb 21. 2023

실크와도 같은 물줄기의 향연

  봄에 찾은 용마산, 여름의 명지폭포

폭포와 인간의 삶은 많은 부분 닮아 보인다. 딱딱한 바윗면에도 여기 앉아있는 부드러운 이끼 위에도, 물이 갈 길은 언제 어디에든 있다.

우리의 인생도 그렇다. 길은 어떻게든 난다. 어떤 사람은 순수한 의지로써 길을 개척하고, 또 누군가는 사회가 만들어준 길을 간다.


흐르는 물이 없을 때, 폭포는 마치 허전한 마음을 내비치듯 메말라 있다. 우리도 외로울 때, 내 삶에서 의미를 찾을 수 없을 때 마음이 메마른다. 반대로 비가 너무 많이 오면, 폭포엔 물이 넘쳐나 결국 그 길이 파괴된다. 우리 인생에서도 욕심, 감정, 작게는 음식 등 어떤 요소가 과해지면 자기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패턴에 접어든다. 결국 오직 아주 적당한 양의 물만이 폭포를 엄청난 아름다움과 함께 빛나게 하고, 우리의 인생에도 중요한 의미와 행위가 적절히 자리 잡을 때에야 비로소 마음의 균형을 찾는다.


이번 두 번째 여행 두 편은, 폭포 사진을 찍으며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을 경험한 이야기다.

한국의 여름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열기, 그리고 비. 이 열기란, 산을 그리도 좋아하는 내가 산을 쳐다보기 조차 싫어지게 만들 정도로 강력하다. 비는 좀 낫긴 한데, 요즘 들어 매년 파괴의 본능을 보여주며 일시적으로 우리 인류를 아프게도 한다.

어쨌거나 적절한 비는 생명을 번성하게 한다. 동식물은 물론 폭포에게도 적용된다. 그리고 내게도 그렇다. 여름의 빗물은 삼복더위에 지쳐있던 나를 다시금 산에 오르게 만드는 유일한 존재이기에.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이 비는 나를 계속해서 더 목마르게 한다! 폭포 사진은 찍으면 찍을수록 더 찍고 싶고, 나는 발전을 더 갈구하게 된다. 더욱 더욱 더욱…


독자분들이 저와 공감해주셨으면 해서, 좀 더 계절을 거슬러 올라가서 시작하고자 한다.


사진 1. 작년 3월, 용마산에서 이름 없는 한 폭포를 찾았다. 난 이를 ‘돌탑 계곡’이라고 부르는데, 누군가가 돌멩이를 쌓아 올려 만든 돌탑이 계곡길을 따라 끝없이 펼쳐진다.


사진 2. 물이 거의 없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7월이여 오라, 이곳은 엄청나게 아름다워질 것이다… 그때까지 어떻게 기다릴 수 있으려나?


사진 3. 짠! 이전 장면은 이 우거진 초목의 출발대일 뿐이었다. 경주 시작! 나무들은 가능한 많은 햇빛을 보려고 시도한다, 마치 최대한 많은 폭포 사진을 찍으려는 나처럼.


사진 4.  자연은 이제 자신의 목소리로 꼭대기에서 노래한다. 우기가 시작되며 구름은 낮아졌고,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안개를 따라 폭포가 부풀어간다.


사진 5. 다른 날의 상태. 거대한 비가 구름 안에서 마지막 휴식을 취하며, 폭포 위에 집중된 반짝이는 빛을 선물로 주었다. 마법 같다.


사진 6. 이 아름다움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기술로 응답한다. CPL필터(원형 편광필터)와 10 스톱 ND필터. 가능한 길게 설정한 셔터스피드는 폭포 촬영의 필수 요소.


폭포의 아름다움에 더 가까이 가보자. 여기 내가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폭포, 명지폭포가 있다. 서울에서 북동쪽으로 차로 한 시간 반 정도 거리에 있으며, 거대한 산맥 안의 1,200미터 높이까지 가야만 비로소 만날 수 있다. 내가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물이 정말 차가우며, 물 웅덩이가 아주 깊고, 주변의 다이빙 발판 역할을 해줄 만한 바위는 이곳을 더 완벽하게 만들어준다! 예쁘기도 예쁘다. 게다가 그늘 안에 있기에 셔터 스피드를 늦추기 위해 ND필터를 추가하는 수고를 들이지 않으면서도 이렇게 실크 느낌의 폭포를 완성해 낼 수 있다.


사진 7. "환영합니다, 여기가 입구예요." 여기 이 바위가 마치 폭포의 표지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모습을 기억하시면서 이어지는 사진들을 봐주시길 바란다.


웅덩이는 굉장히 번들거리고, 곤충으로 뒤덮인 거대한 바위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촬영을 위해 유일하게 내가 타고 올라갈 수 있는 곳은 폭포의 반대쪽이었다. 취할 수 있는 각도가 드물 때, 가끔 이런 상황은 나의 사진 여행을 좀 더 도전적으로 만들고 난 이를 사랑한다!


사진 8. 이 날의 굉장한 햇빛과 함께 자연이 만들어낸 색 대비는 모든 노력을 가치 있게 만들어주었다. “기다려 폭포야, 조금만 더 올라갈게…!”


사진 9. 이제 비로소 맞는 높이까지 왔다! 나는 이 왼편의 나뭇가지로 전면에 살짝 흥미를 주면서, 여전히 당신의 시선을 뒷배경인 폭포로 이끌려고 시도 중이다.


삼각대를 이 가파르고 미끄러운 바윗면에 세워둔 채 균형을 잡고, 충분히 긴 셔터스피드로 촬영을 하는 일은 쉽지 않았으나, 그만큼의 가치가 있었다. 그리고 바위 앞 나뭇가지의 U자 모양은 바위 선에 따라 아주 멋지게 구부러져 있어, 마치 평화 심벌이 거의 뒤집어진 형태 같아 보이기도 한다.


 

사진 10. 이 이미지 안에서 모든 요소가 가장 적절한 자리에 딱 맞아떨어졌음을 느낀다.


이 마지막 사진에서 폭포는 주변의 바위가 만들어내는 선들과 조화를 이루며, 전면의 나무와 바위가 만들어내는 또 다른 선의 안쪽에 잘 자리를 잡았다. 오르기는 꽤 힘들었지만, 어쨌든 난 이 결과물에 만족한다.


같은 공간에서 다른 각도와 구성으로 찍은 이 사진들(사진 7~사진 10)을 주변에 보여줬는데,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사진은 한 장으로 일치하지 않았다. 독자분들은 어떤 모습의 명지폭포가 가장 마음에 드는지 알려주세요!


지금까지의 폭포 촬영에서 나는 하나의 기술을 바탕으로 한 목표에만 매진해 왔다. 바로 폭포를 실크처럼 최대한 부드럽게 표현하기! 이것만이 폭포를 적절하고, 예술적으로 포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해 왔다, 다음의 폭포를 만나기 전까지는...


또 다른 폭포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마저 해드릴게요.

아 비앙또! (À bientôt! : “또 만나요!”를 뜻하는 프랑스어)


*원고 번역 및 편집 : 김혜민


유튜브 채널에서 저의 풍경사진 촬영 여정에 함께 하실 수 있어요. 홈페이지 호맹포토의 Blog에는 다양한 풍경사진 촬영기가 영어와 프랑스어로 작성되어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도 더 많은 한국의 풍경 사진이 담겨있으니 많이 많이 들러서 감상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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