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희방폭포(소백산)
이전 글과 이어지는 <폭포, 그리고 균형> 두 번째 이야기다. 이번엔 소백산 국립공원의 희방폭포를 소개한다.
사진 1. 국립공원이라 수영은 금지되어 있는 곳. 안타깝도다!(사진과 관계없는 코멘트 죄송합니다 ^^;)
위 <사진 1>은 희방폭포의 대표 이미지와도 같다. 물줄기들이 23미터 위로부터 무성하고도 작은 협곡을 향해 꽂히고, 바위를 만나 부서진다. 햇빛은 웅덩이의 중심에 오직 위쪽에서만 내리쬔다. 이 정도 높이에서 물은 정말 거대한 속도로 모이니, 나는 내 카메라의 셔터 스피드를 굳이 늦출 필요가 없어 편안하다.
사진 2. 이 작은 협곡의 대표적인 특징은 젖은 바위 여기저기에 자리 잡은 이끼다. 이끼가 풍경에 대단하리만치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바위에 앉은 이끼는 독특하게 빛을 반사하면서, 이윽고 이끼의 면 위를 타고 흐르는 초록색 파도를 상상하고 기다리게 만든다.
사진 3. 정사각형으로 편집해 본 버전. 정사각형과 파노라마 중 어떤 버전이 더 좋으세요?
<사진 2>와 <사진 3>은 각각 희방폭포가 파노라마와 정방형으로 담긴 모습이다. 나조차 이 두 버전 중 어떤 것을 고를지 결정하기 힘들었는데, 나의 느낌엔 후자인 정방형 버전에서 전면에 자리 잡은 물줄기들이 좀 더 강렬한 이미지를 준다. 이끼를 품은 물결 패턴 또한 그러하다. 좀 더 가까이 가보자.
사진 4. 이 사진에서는 이끼가 좀 더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가? 마치 바위 위에서 서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작은 덤불숲 같다.
자그마한 공간에 이렇게나 많은 세부적인 요소가 자리 잡고 있을지 전혀 기대하지 못했다. 한국의 여름은 진심으로 아름답다.
이렇게 이 장소를 전체적으로 이해한 뒤, 비로소 전진하는 듯한 폭포를 향해 나 또한 성큼 다가간다. 이전 장소들에서 나는 느린 셔터스피드와 함께 물 자체가 가진 요소는 무시한 채, 부드럽고 새하얀 질감에만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이곳의 물은 아주 위협적으로 쏟아져내려오고 있었고, 나는 이를 사진으로 재탄생시키고 싶어졌다. 또 여기서 돌진하는 물줄기를 하나의 대조적인 대상으로 삼으며, 전면부에 고정적인 피사체를 추가할 수 있다면 오히려 더 좋은 콘셉트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기술적인 설정을 다시금 조절해야 했다. 여기 그 결과가 있다.
사진 5. 이 단풍나무는 프레임에 넣지 않고 지나치기에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지금, 저 물의 속도가 느껴지는가?
피사체를 앞에 둔 나는 셔터스피드를 전보다 낮추며, 물줄기가 떨어지면서 만들어내는 이 장관을 유지해 보려고 노력했다. 이 나무야말로 사진 속에서 전체적인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느낌이다. 컬러, 흑백 두 버전 모두로 편집해 보았다.
더 가까이 가보려고 한다. 망설이지 말고 스크롤을 위로 올려 다른 사진을 보시고 다시 내려오셔서, 느낌을 비교해 보시길 추천한다. 마지막 이미지를 드린다.
사진 6. 사실 이 사진은 내가 간절히 포착하고팠던 장면이다. 정지되어 있는 단풍나무의 가지가 힘찬 폭포의 형태와 비슷한 결을 취하고 있는 순간, 나의 인생이 일깨워진다.
우리를 둘러싼 사회는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가, 하지만 막상 우리 인간의 행복은 가만히 숨 쉬는 정도의 아주 단순한 능력 안에 있어 보인다는 종류의 생각을 한다. 빠르게 쏟아지는 물결 위로 평온하게 자리를 지키며 비슷한 방향을 가리키는 나뭇가지가 독자분들께도 그러한 이미지를 전달드렸길 바란다.
<사진 6>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 나는 산들바람이 나뭇잎들에게 아주 잠깐의 고요함이라도 선사하기만을 기다리며, 젖어있는 뾰족한 바위 위에 위태롭게 선 자세로 30분 간 촬영했다. 이것이 바로 고요함의 정석! 그리고 단풍으로 붉게 변한 가을의 이곳은 어떨지 상상해 본다. 몇 달 뒤 이곳으로 분명 다시 오겠다고 다짐한다.
이 한 장의 사진 덕분에, 나는 내가 얼마나 촬영 내내 한 곳만 바라봐왔는지를 깨닫는다. 넘쳐흐르는 폭포처럼, 햇빛이 센서에 그저 오래오래 머물 수 있게끔 했던 나의 선택은 결국 이 사진을 찍는 이유를 스스로 무시하는 것과도 같았다. 역동적으로 바삐 움직이는 물처럼, 나는 현장을 앞에 두고도 눈을 가리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마지막 촬영과 함께 나는 ‘균형’이란 개념을 발견한다. 의도를 가진 촬영과 편집은 모든 사진작가에게 중요한 열쇠가 된다. 적절한 정도의 기술, 색깔, 빛, 그리고 움직임을 활용하는 것은 사진 기술의 기본이 되지만, 이들을 어떠한 목적을 위해 적절하게 사용할 때 비로소 이는 예술의 카테고리로 편입될 수 있는 것이다. 셔터 스피드를 적절히 조절하며, 올여름의 가장 경이로웠던 풍경이 내게 이 진리를 상기시켜 주었음에 감사함을 느꼈다.
또 나에게 주어졌던 이 아름다운 가르침이 독자분들에게 또한 자그마한 영감이라도 드릴 수 있었기를, 그리고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여러분의 매 움직임에 균형이 함께 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제가 사진작가로서 나아가는 과정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가끔 잘못된 길을 향하고 있었음을 인정하는 일, 특히 이렇게 공개적으로 보여주는 일은 쉽지 않지만, 이것이 적어도 독자분들께 예술을 어떻게 봐야 하며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에 대해 다시 상상하는 데 도움을 드릴 수 있다면 결국 유익한 일이 아닐까 감히 생각합니다.
이 폭포 사진들을 즐겨주셨다면, 또 사진을 보시고 동네 주변 자연을 찾아 산책을 나가보고 싶은 마음이 여러분께도 생겼다면 저는 충분히 만족합니다!
그럼 다음 여행에서 또 뵐게요.
아 비앙또! (À bientôt! : “또 만나요!”를 뜻하는 프랑스어)
*원고 번역 및 편집 : 김혜민
유튜브 채널 을 통해 저의 풍경사진 촬영 여정에 함께 하실 수 있어요. 홈페이지 호맹포토의 Blog에는 다양한 풍경사진 촬영기가 영어와 프랑스어로 작성되어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도 더 많은 한국의 풍경 사진이 담겨있으니 많이 많이 들러서 감상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