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공원의 향기

도심 속 단풍과 빛의 하모니에 취하다

by 호맹포토

한국의 가을 색깔...! 어마어마한 숫자의 관광객이 매년 이때 한국을 찾는 이유다. 오늘은 생동감 넘치는 이 시간의 반짝이는 풍경을 보여드리고 싶다. 서울 중심부에 위치한 평화로운 안식처이자 자연의 아름다움이 넘치는 는 이곳, 가을 아침의 국립 현충원으로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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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일출 전의 엷은 안개는 이 주변 수많은 시민들도, 출근 시간에 늘어가는 교통체증도 무시하게 해주는 마법과도 같은 힘을 지녔다. 이 박무 속으로 들어가서 색깔, 모양, 빛이 현실을 반영하게끔 해보자.


안갯속에서, 형태가 마치 땅으로부터 솟아 나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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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햇빛을 받은 안개는 꿈꾸듯 산란되는 빛을 그려내고, 이는 특별하게 생긴 이 나무를 배경으로부터 선명하게 분리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풍경.


이윽고 박무는 사라지며, 따사로운 일출이 부여하는 측광에 자리를 양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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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직선으로 부딪치는 이 측광은, 이 특별한 나무의 형태에 확실한 생명력을 불어넣는 느낌이다. 동의하시나요?


부드럽고 평면적인 빛과, 집중되는 측광의 차이를 경험하고 나면, 분명 개인별로 더 좋아하는 버전이 생길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가을의 색깔을 가진 사진들을 다양하게 제시하며, 이 개인별 선호도에 도전장을 내밀어보고 싶다. 하지만 선호하는 빛의 타입에 맞고 틀린 건 없음을 일단 명시한다. 빛은 각각의 특질을 가지기에, 두 가지 빛 중 무엇을 선호하냐는 개인의 판단에 달린 것이다. 사진작가로서의 역할은 보는 분들의 시야를 넓혀주(고자 시도하)는 것 정도다. 한 방향으로 집중되는 측광을 사용한 촬영 사례를 먼저 보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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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처음으로, 인간의 건축물을 나의 사진에 포함시켜 보았다! 정자가 화려한 색상의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진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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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 이런 스타일의 사진 작업은 한 방향으로 부딪치는 강렬한 빛과 가장 잘 어울린다고 느낀다. 눈에도 즐겁지만, 이 빛이 노란 잎과 정자에 스포트라이트를 주고 있어서 좋다. 엽서에 넣어도 괜찮을 것 같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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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6. 이 사진에서는 가장자리 빛이 마음에 든다. 많은 기둥을 가진 단풍나무는 이러한 종류의 빛 아래서 단연 최고의 피사체가 된다. 특히나 사진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부드러운 대비는 붉은 낙엽을 더욱더 빨갛게 돋보이게 만들며 기분 좋은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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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7. 이 사진은 측광을 활용한 전형적인 사례다. 여기서 빛은 주요 피사체를 분리시켜 돋보이게 해 주면서 한 편으로 또 다른 주제를 강화시켜 주는 데 활용된다. 바닥의 그림자와 함께 벤치가 시선을 끄는데, 이 기다란 그림자는 충분히 높은 곳에서 때려주는 빛 덕분에 만들어졌다. 하지만 여기서 더 메인이 되는 피사체는 커다랗고 붉은 단풍나무다. 아침의 햇빛이 이 단풍나무에 근사하게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지 않은가? 자연의 창조해 낸 위대한 풍경만으로도 좋은 사진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가을의 세부 요소에 더 가까이 다가가면서, 이번엔 부드러운 빛이 선사하는 장점을 보여드릴 것이다. 서로 다른 두 개의 각도에서 담아본, 기운 넘치는 어린 단풍나무의 사진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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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8-1, 8-2. 주황색과 붉은색의 단풍잎이 전하는 근사한 아름다움 외에도, 내가 좋아하는 사진 기술 하나를 보여드리고 싶다 : 주요 피사체를 돋보이게 할 만한 작은 세부요소를 추가하기. 이 세부요소는 주도적으로 이미지를 만들어내거나 반대로 해치지 않으면서도, 구성을 좀 더 들여다보고 싶게 만든다. 사진 8-1에서는 뒷배경에 보이는 살짝 희미한 나무 기둥, 사진 8-2에서는 뒷배경의 대각선 소나무 기둥이 주인공 나무의 가지와 함께 완벽한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 그야말로 미묘한 감상의 즐거움을 자극하는 작업. 읽기 전에, 이런 세부요소를 알아채셨나요?


다음의 사진에서는 아름다운 나뭇잎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한다. 묘지 주변을 배회하며-묘지라고 하니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이곳은 어떤 묘지보다도 아주 관리가 잘 되어있는, 묘지보다는 공원에 가까운 곳이다-높은 곳에 위치한 두 개의, 녹색 이끼로 가득한 단풍나무 가지를 발견했다. 붉은 단풍잎과 형광 초록색이끼의 색 대비가 눈앞에서 폭발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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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9-1, 9-2. 이 구성이 아주 맘에 들지는 않는다. 나뭇가지들이 만들어낸 타원 모양과 색 대비가 흥미롭고, 서로 다른 나뭇가지의 환경 또한 재미나긴 하지만, 프레임의 오른쪽에만 단풍잎이 집중되어 있어 아쉽다. 다행스럽게도 이들은 이끼 뒤에 위치해 색 대비를 더 명확하게 만들어 준다. 왼쪽 단풍잎 밀도가 오른쪽만큼 높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이번엔 반대로, 단풍으로 번잡스러워 보이는 뒷배경을 조금 조절해보고 싶었다. 그러려면, 사진작가로서 사용할 수 있는 도구가 몇 개-아웃오브포커스로 희미하게 처리하기, 안개를 이용해 피사체를 돋보이게 하기 등- 있는데, 나는 여기서 셔터 스피드를 가능한 길게 늘임으로써 단풍이 희미해지게끔 했다. 잎은 바람에 지속적으로 흔들리는 한편, 나뭇가지 위의 이끼는 움직임 없이 강한 부분이어서 이를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뒷배경이 붐빈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사진에 또 하나의 대비 효과-움직임 vs 정지-를 추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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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0-1, 10-2. 사진 9-1, 9-2보다 이번 사진의 구성에 좀 더 자신 있고, 특히나 긴 셔터스피드로 찍은 사진이 마음에 든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선명한 단풍, 희미한 단풍 중 무엇을 더 선호하시나요?


커다란 요소에서 아주 작은 요소로 넘어가는 전환점에서, 파로나마 사진을 한 장 함께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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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1. 노란색 부분은 어떻게 혼자 붉게 변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데, 아무튼 다른 잎과 시간차를 두고 색깔을 바꾸는 자연 덕분에 이렇게 멋진 풍경이 완성되었다!


이제 우리의 발밑을 볼 차례다. 이 날 작업은 아주 부드럽게 비추는 햇빛 덕분에 수월하게 진행되었고, 이 장점을 십분 활용하고 싶어 몸을 낮추고 땅바닥에 내 카메라를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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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2. 두 가지 색 단풍나무 앞에서, 잔디 사이 솟아난 이 작디작은 열매를 발견했다. 맥문동이라고 불리는 이것은 늦여름에 아름다운 보라색과 파란색의 꽃을 피우고, 이후 한겨울이 오기 전까지-때로는 겨울 내내도- 블랙베리를 만들어낸다. 나의 시선을 멈춘 것은 흑요석과도 같은 이 동그란 열매에 반사되는 하늘이다. 나무 위로 생겨나는 밝은 구멍을 비춰주는 이 모습이 좋다. 이 사진은 조금 늦은 아침에 찍은 거라 이슬이 이미 사라진 상태지만, 다음 사진부터는 이른 아침의 촬영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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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3. 아침이슬이 열매 위에 완벽하게 앉았다. 정말 매혹적인 질감 아닌가요? 먹고 싶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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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4. 초록 잔디 앞에서 열매가 좀 더 잘 분리되어 돋보이는 버전. 하지만 이때부터 이슬이 흘러내리기 시작해서, 이제 여러분의 시선을 열매가 아닌 뒷배경의 '불꽃놀이'로 이끌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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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5. 마지막 세부 요소 : 커다랗고 오래된 나무에서 떨어진 새 단풍잎. 이 사진에서 아직 공기 중에 더다니던 안개가 지루할 수 있는 뒷배경을 감춰줘서 행운이었다.


솔직히 말해, 나의 촬영 기술이 지금보다 좋지 않았을 때에는 풍경사진에서 작은 세부요소를 포착할 때 광각만을 사용했었다. 아직도 배울 게 많다는 걸 알지만, 지난 시절을 돌이켜봤을 때 확실히 스스로 발전했음을 알 수 있다. 여러분도 만일 어떤 기술이든 현재 연습 중인 것이 있다면, 한 번 과거를 돌이켜 보시기를 추천드린다. 내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깨달을 수 있어 긍정적인 마음이 생기고, 동기부여도 된다.


'라떼' 호맹의 인생 조언 끝! 마지막 사진과 함께 물러가겠다. 이번 글을 통해 부드러운 빛이든 강렬한 측광이든 어떤 것을 어떻게 보여주고 싶은지에 따라 작업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이 잘 표현되었다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숨은 트릭이 있어서 아껴뒀던 사진을 풀어본다. 내가 가장 선호하는 빛은 부드러운 빛과 강렬한 측광이 섞인 버전인데, 아마도 '분산된 측광' 정도로 부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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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6. 이 매력적인 한국의 소나무는 현충원 호수(현충지) 앞에 위치해 있다. 이는 이곳 안개가 일출이 한참 진행된 이후에도 왜 다른 곳보다 좀 더 오래 머무는지를 설명해 준다. 이렇게, 아침의 엷은 안개를 때리는 강하고 직접적인 빛이 주변에 평화롭게 분산되는 결과가 만들어졌다. 햇빛과 안개의 조합은 동화 속과 같은 분위기도 연출하는데, 이 사진을 마지막까지 아껴둔 더 중요한 이유! 태양이 소나무의 침 위에 머물러있던 이슬 위에 빛을 밝혀주며, 반짝이는 바늘 모양을 만들어내고 있다.


제가 촬영에서 활용하기 좋아하는 두 가지 빛의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술적인 설명이 많았어서 아쉽기도 하지만, 제 사진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효과적으로 잘 전달해 주길 원하는 마음에서 사진작업 과정을 더 구체적으로 써보았습니다. 한국 가을의 마법과도 같은 아름다움이 여러분의 마음을 열어주었기를 바랍니다.


유튜브 채널에서는 영상과 함께 저의 풍경사진 촬영 여정에 더 실감 나게 즐기실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도 더 많은 한국의 풍경 사진이 담겨있으니 많이 많이 들러서 감상해 주세요! 홈페이지 호맹포토의 Blog에는 다양한 풍경사진 촬영기가 영어와 프랑스어로도 작성되어 있습니다. 저의 엣시(etsy)에서는 풍경사진 출력본 구매를 통해 제 작업을 지원해 주실 수도 있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한국 자연사진 촬영에 대한 질문은 언제든지 아래쪽 댓글을 통해서 해주시고, 제 글도 공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여행에서 또 뵐게요.

아 비앙또! (À bientôt! : “또 만나요!”를 뜻하는 프랑스어)


*원고 번역 및 편집 : 김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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