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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맹포토 Mar 29. 2023

지나간 겨울, 얼음의 추억

 도시에서 산속에서... 투명하게 반짝이던 아름다움

봄으로 추정되는 3월 말이 왔지만, 아직 꽃이 많이 피지는 않고 있다. 미세먼지 농도로 봐도 풍경사진 촬영에 불리한 시기니, 겨울 촬영 이야기를 또 풀어봐야겠다. 모든 인간과 동물, 나무와 꽃이 하나 되어 따스한 날이 오기만을 기다리던 한겨울의 촬영 이야기다.


서울처럼 큰 도시에 살아도, 겨울의 추위를 피해 갈 도리는 없다. 인공열이 많다 한들 매년 겨울 강물은 얼어붙고, 집이나 차에 따뜻하게 머물다 보면 바깥에 나간다는 생각 하나만으로도 얼굴이 찌푸려진다. 결국 겨울이 가져다주는 투명하고 반짝거리는 선물을 조금씩 잊어버리게 된다. 바로 얼음, 오늘의 주제다.


요즘엔 세계적으로 겨울이 덜 혹독하다고들 하고, 어디서든 물이 다시는 얼지 않는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기후 변화가 심각하다고 한다. 그러니 이 '전능한' 겨울 이야기를 한 번 봐주시면서, 겨울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이 제가 열망할 만큼 가치 있음을 여러분께 설득할 기회를 주셨으면 한다.


일단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인위적인 도시 풍경을 떠나기 전에, 한강을 살짝 들러본다.


사진 1. 겨울이 가까워 온다. 국회의사당과 여의도의 빌딩들 앞에서, 한강은 기온 변화를 느낀다. 앞쪽 배경에서, 튕기는 강물 방울에 의해 버드나무의 가지들은 이미 얼기 시작했다. 사실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윽고 태양이 떠오르고, 이 새로운 투명한 친구는 녹아버린다.


겨울이 다가온다. 강물은 적어도 지면까지 오면 곧 멈출 것이다. 그리고 금방, 흘러오는 강물의 압력과 한낮의 태양 아래서 강둑 위 얼음 덩어리에 부딪쳐 갈라지는 소리로 교향곡을 만들어낼 것이다.


사진 2. 잔잔해진 물 위로, 눈에 띄는 바위들이 잠시 '모자'를 쓴다. 딱딱하면서도 연약한, 이 얼음층은 멈추지 않을 추위를 예측하는 것 같기도 하다.


겨울이 발을 들여놓자, 강둑의 잔물결까지도 얼어버린다.   


사진 3. 이 얼음은 이제 바위 위로 올라올 것이다.


겨울이 왔다. 해가 지고, 추위는 할 일을 했으며, 강물 면은 이제 움직일 수 없다.

산에도 천둥 같은 폭포의 자리를 미묘한 물줄기가 대신하고 있다.


사진 4. 이 폭포의 웅덩이에는 상처가 보인다. 얼어붙는 과정이 그리 평화롭지 않았나 보다. 탈출하려고 엄청난 노력을 했던 거품을 가둔 채, 투명한 층으로 딱딱하게 변해버린 물 안에서 덩어리들이 서로 형성되고 부딪치며 이렇게 환초 형상을 만들어냈다.


사진 5. 얼음이 투명하고 부드러워지기까지는 여러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겨울이라 해도 아직 활동적인 폭포 아래에서는 절대 볼 수가 없다. 정말이지 복사 불가능한 질감과 형상의 선물세트!


사진 6. 때때로, 다른 계절이 남기고 간 것이 이 움직이지 않는 세계에 사로잡혀 있는 걸 확인한다. 지나간 생명의 색깔... 소멸된 따스함의 마지막 자취다.


모든 것이 멈춰있는 듯한 겨울, 우리는 자연이 전혀 생산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아무래도 인간의 편견일 것이다. 커다란 경치보다 오히려 세부적인 것들로 눈을 돌리면, 신비로운 자연을 금방 찾을 수 있다. 함께 겨울의 예술 세계로 빠져 보시죠.


사진 7. 결정체는 그들이 만든 얼음 아래 세상을 한 방울 한 방울씩 떨어뜨려서 덮어버릴 기세다. 여기, 왼쪽의 날카로운 가장자리들이 오른쪽의 둥글게 굳어진 형상으로 진입해 가는 모습이다.


사진 8. 여기 얼어붙은 기둥들의 인상적인 세부 요소들은 시각적으로 잘 만들어진 공상과학 작품을 상기시킨다.


하지만 얼음은 이렇게 두드러진 선들로만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물과 추위의 재간이 이러한 결과물을 무한대로 만들어낸다.


사진 9. 여기, 거품들 위로 서리가 끼어 보인다. 이건 아주 간단한 현상이 아니다! 모든 것이 부드럽고 투명하다. 서리가 낀 면은 면 아래에 붙잡혀있는 아주 작은 거품들, 그리고 우리의 시선에 혼란을 주는 특별한 각도에 의해 만들어졌다. 질감이 참 매력적이다.


얼음은 우리의 두 눈과 노닐며, 우리의 거대한 건축물에 영감을 주는 아주 작은 구조들을 생성해 내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얼음은 예술가이기도 하다.


사진 10-1, 10-2. 이 '작품'에서 무엇을 발견하셨나요? 저는 산의 정상에서 장장 몇 세기를 지내온 한 그루의 나무를 보고 있습니다. 아마 분재를 상상하신 분도 계시겠지요? 또 다른 건 뭐가 있을까요?


이 작품 한 점은 폭포 물방울이 만들어냈다. 방울들이 서로서로의 위에서 얼어붙고, 결국 폭포 주변에 보호막을 만들었다. 이 사진을 찍을 때 폭포는 얼음과 대항해 싸우고 있었고, 이 보호막은 마치 폭포를 지켜주려고 애쓰는 느낌이었다. 다르게 말하면, 자연이 잠시나마 조각의 기쁨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랄까?


서울 중심부에서 포착한 한국의 얼어붙은 겨울, 그리고 자연의 예술과 함께한 사색에 동행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만일 여러분이 계신 곳의 겨울도 춥다면, 당신의 발걸음을 재촉시킬 만한 자연의 작은 업적들을 찾으실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얼음을 가까이서 찍는 과정은 저의 유튜브 채널에서도 하나의 영상으로 다뤘습니다.


그럼 다음 여행에서 또 뵐게요.

아 비앙또! (À bientôt! : “또 만나요!”를 뜻하는 프랑스어)


*원고 번역 및 편집 : 김혜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저의 풍경사진 촬영 여정에 함께 하실 수 있어요. 인스타그램에도 더 많은 한국의 풍경 사진이 담겨있으니 많이 많이 들러서 감상해 주세요! 홈페이지 호맹포토의 Blog에는 다양한 풍경사진 촬영기가 영어와 프랑스어로도 작성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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