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제주에서 더 아름다워지는 자연
오늘은 요즘의 쌀쌀한 날씨와 어울리는 자연을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지난해(2022년) 2월, 겨울에 갔던 제주도.
제주는 언제 가도 좋다. 영어와 프랑스어로 작성하는 나의 개인 블로그 글에는 제주도의 특징을 장황하게 적었지만(바람과 바위와 여자가 많은 삼다도, 한라산 이야기 등등등) 한국분이 주요 독자일 이곳에는 제주도 소개를 건너뛰어도 될 것 같아 마음이 가볍다.
제주의 세 가지 요소가 여태 유효한지는 모르겠으나, 그래도 제주는 아직까지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자연의 아름다움이 보존되고 있는, 또 독특한 매력을 가진 감사한 땅이다. 이 매력들을 총 세 가지 파트로 나눠, 다음 회차까지 소개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 파트. 초목
제주도는 1,849 제곱킬로미터의 작은 섬이라 이론적으로만 보면 식생이 다양하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예측은 사실과 완전히 달랐다. 한라산이라는, 섬 중간에서 하늘을 향해 뻗어나가는 커다란 화산 덕분에, 이곳 식물들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높은 고도, 더 높은 숲, 그리고 갈대로 뒤덮인 분화구... 백록담으로도 불리는 원뿔형 분화구인 한라산의 정상서부터 아래로 내려가보자면, 무성한 소나무 사이에 이미 일생을 마친 나무가 셀 수 없이 많다. 단순히 수명이 다 한 것일 수도 있고, 번개나 질병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또 다른 어떤 장소에서는 무성해져 있는 그들의 모습이 나로선 설명할 수 없이 놀랍다. 눈 속에서는 특별히 더 그러하다. 그런데 이 모든 놀라움을 사진으로 담아내기는 좀 힘들다. 게다가 여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어, 내가 원하는 만큼 원하는 곳을 자유롭게 어슬렁거리기가 불가능하다. 어쨌거나, 여기에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특이한 모습의 '견본'을 한 컷 담아본다.
사진 1. 배경을 둘러싸고 있는 소나무의 갈색 잎들이 겨울의 색깔을 보여주고 있는 방식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마치 위대한 풍경화가의 붓질로 만들어진 느낌이랄까. 덕분에 이 친숙한 공간은 모든 것이 초록색인 여름보다도 화려해졌다.
어느 정도 높이 올라가면, 소나무는 더욱더 끝도 없이 풍경을 지배한다. 한라산의 비탈에서는 무조건 이 소나무들과 함께 다양한 종류의 나무, 덤불, 이끼 등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자연은 오솔길을 따라 낮은 고도로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그 밀도가 높아지지만, 이 높이에서도 가끔 여기 이 사이프러스처럼 빽빽한 나무들로 가득한 곳을 찾을 수 있다. 아래 내가 시도해 본 숲 사진들이다.
사진 2-1, 2-2. 한겨울이었지만, 살짝 따스한 기온은 이곳을 1년 내내 녹색으로 뒤덮이게끔 허락한다. 그날 저녁의 빛이 너무나도 인상적이었기에, 빛이 나의 렌즈에 곧장 오도록 함으로써 숲 자체를 담아내기보다는 빛의 도움을 받는 데 집중했다. 이곳은 서귀포 치유의 숲이다. 원하실 경우 장거리 하이킹도 가능한 곳인데, 방문해 보시길 진심으로 추천한다. 높은 나뭇가지에서 휘파람 같은 바람 소리를 들으며, 나무껍질 위에서 반짝이는 빛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의 거대한 품이 바로 내 자리임을 느낄 수밖에 없다.
섬의 많은 부분은 울창한 숲으로 뒤덮여있고, 많은 부분이 밀림의 모습에 가깝다. 그리고 가끔 그 빽빽함으로부터 잠시나마 한숨을 돌릴만한 쉼터가 있는데, 바로 오름이다. 섬의 모든 곳에 걸쳐 나타나는 수백 개의 뿔 모양 분화구 말이다. 어떤 것들은 정말 완벽한 원뿔 형이며, 또 다른 것들은 폭발과 함께 침식되기도 했지만, 모든 오름은 자신만의 특별한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주변의 장관을 볼 수 있는 탁월한 전망대도 된다. 전망 부분은 제주도 촬영 이야기의 세 번째 파트를 위해 일단 아껴놓고, 여기서 나는 높은 갈대로 덮인 오름들을 보여주고자 한다. 바람 따라 춤추는 갈대는 지속적으로 밀리면서 구부러지고, 바람이 쏟아질 때에는 앞뒤로 마구 흔들린다. 정지된 이미지에서 이들은 마치 인상파 화가가 그린 추상적인 덩어리 같기도 하다.
사진 3-1, 3-2, 3-3. 여기서 나의 목표는 명암이 강한 대상을 활용해 구성의 단조로움을 파괴하고, 형체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이 초목을 하나하나 자세하게 들여다보는 것도 좋지만, 나는 한 걸음 물러서서 오로지 이 색상과 형상, 그리고 이러한 풍경의 전체적인 고요함을 먼저 느껴보길 추천한다.
두 번째 파트 : 해변
천국과도 같은 바닷가를 지닌 제주는, 매년 여름이면 관광객으로 붐빈다. 그렇더라도 하얀 모래사장 위를 지나는 청록색의 부드러운 물결은 사진작가에게 확실한 보상이 되며, 개인적으로는 날카로운 모서리를 지닌 화산암이 쫙 깔려있는 모습을 더 좋아한다. 그곳엔 언제나 볼거리가 있다. 작은 해양 생물이 노니는 웅덩이를 찾든, 끝없이 부서지는 파도를 응시하든, 나는 좀 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가진 제주의 해변과 그 순환의 매력에 한껏 사로잡혀 버린다.
사진 4-1, 4-2. 마라도에 위치한 한국의 최남단 지점에서, 둥글고 부드러운 바위를 품은 이 웅덩이를 발견했다. 아주 훌륭한 주인공이 될만했으며, 뒷배경으로는 끝없는 바다 직전의 마지막 육지도 보인다.
제주의 해변가에서는 수많은 방송탑과 등대를 볼 수 있다. 이 멋진 검은 돌들을 한밤중에는 보기 힘들 것 같아서, 일출 시간에 한 방송탑 근처에 자리를 잡고 파도의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길 바라며 기다렸다. 여기 그 결과물이다.
사진 5-1, 5-2, 5-3. 파도 촬영에서 타이밍은 언제나 가장 어렵다. 적절한 양의 파도는 흐릿하게 처리되면서 또 적절한 양의 거품과 바닷물이 있어야 하며, 당연히 그 움직임이 흥미로워야 한다. 수많은 시도가 수반되었고, 이때 포착한 파도는 살짝 밋밋한 하늘을 잘 보완해주고 있다.
일출의 모습을 담지 못할 것은 분명했다. 이 날 아침 날리던 눈발로 이를 예측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파도를 피하면서 좀 더 차분한 구성을 하는 데 집중했다. '하늘이 좀만 더 흥미롭다면 좋을 텐데...'라고 생각하며.
사진 6. 눈구름의 모습은 결국 흥미로워졌다. 그리고 동시에 태양이 잠깐이나마 구름담요 바깥을 내다보면서 구름이 한층 선명해진다. 이 사진 속, 자연이 만들어낸 리딩 라인이 정말 마음에 든다.
여기 해변 파트를 마무리할 또 다른 마지막 웅덩이가 있다. 겨울에는 사실 이런 웅덩이 안에 머무르고 있는 생명이 많지 않다. 제주에 사는 작은 게들은 참 귀여운데, 안타까운 일이다.
대신, 바위에 집중해 본다. 특별히 한 바위에 말이다. 좁은 웅덩이 안에 머무르는 이 바위는 하얀 모자 덕분에 근처의 다른 바위 친구들과 구별되고 있다. 이 하얀색 코트의 정체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소금일까?
사진 7-1, 7-2. 보는 이의 시선을 이 하얀 모자를 쓴 돌로 이끌기 위해 편광프리즘 필터의 회전 설정을 달리 해봤다. 흑백사진 버전에서는 돌 아랫부분의 그림자에 의해 피사체가 충분히 선명하게 보이기를 기대하며 편광을 좀 줄여보고자 했다. 컬러 버전에서는 색깔이 없는 돌들과 웅덩이 바닥의 다채로운 색상이 대비를 이룰 수 있게끔, 물의 반사를 최대한 낮춰보았다. 흑백과 컬러 중 어떤 사진이 더 맘에 드는지 알려주세요!
아직 못 풀어낸 제주도의 사진 이야기가 많습니다. 다음 회차에 다시 올게요.
*원고 번역 및 편집 : 김혜민
유튜브 채널 을 통해 저의 풍경사진 촬영 여정에 함께 하실 수 있어요. 홈페이지 호맹포토의 Blog에는 다양한 풍경사진 촬영기가 영어와 프랑스어로 작성되어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도 더 많은 한국의 풍경 사진이 담겨있으니 많이 많이 들러서 감상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