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갑 작가의 시선에 크게 공감하며...
자연 곳곳에 숨은 황홀한 전망
전 편에서는 가까이서 본 제주, 즉 내게 영감을 주는 세부적인 아름다움을 주로 다뤘지만, 거대한 풍경이 부족해서 그랬던 게 절대 아니다. 368개의 오름은 이 섬에 흩뿌려져 있고, 당연히 전망을 감상할 만한 위치도 어마어마하게 많을 것으로 상상할 수 있다. 사실 오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등산길이기도 하다. 짧지만 강력한 오르막길이 펼쳐지는데, 도착했을 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보상이 크다. 이번 여행의 다양한 전망대에서 포착한 풍경을 소개한다.
사진 1. 마라도의 절벽에서 찍은 풍경. 내가 평소 잘 찍지 않는 종류의, 여행사진에 가깝다. 그럼에도 제일 먼저 이 사진을 배치한 이유는, 바다 너머 펼쳐진 제주도 본토에 얼마나 많은 오름이 있는지 보여주기 위함이다. 이 작은 일부의 제주만 보아도 이미 저 쪽에 수많은 오름이 있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수평선의 오른쪽에 우뚝 선 산방산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산이기도 하다. 아직 올라가 보진 못했지만, 기가 막히게 좋은 등산이 될 것임을 느낌 만으로 알 수 있다.
사진 2. 이번 제주 여행 이야기에서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해변 사진. 92.1m 높이의 제지기 오름에서 담아본 풍경이다. 이 장소 자체는 특별하게 놀랍지는 않았지만, 소나무 가지들이 바다 위 섶섬을 아름답게 보여주는 창문을 제공했다. 섶섬은 여름에 스쿠버 다이빙으로 인기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사실 나의 아내가 소나무 너머 보이는 이 아름다운 엽서 같은 구성을 가리키기 전까지는 작업을 포기하려고도 했다. 분명 그녀에겐 보는 눈이 있었다, 저녁에 함께 해줘서 고마워!
255.8m의 손지오름은 제주도 동쪽에서도 경치가 아주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키 큰 갈대에 뒤덮인 오름으로, 바로 전 편에도 한 번 등장했다. 45도 정도 기울기의 언덕, 거의 모든 면을 갈대가 뒤덮고 있으며, 몇 안 되는 나무가 여기저기 드물게 흩어져 있다. 이곳에서의 360도 파노라마 촬영은 숨이 멎을 듯한 아름다움을 선사했고, 한 장에 담아낼 수 없어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두 가지 측면에만 집중해서 찍기로 결심했다.
사진 3. 이건 바람에 바치는 사진이다. 빠르게 흘러가는 구름, 나무와 갈대를 쓰러뜨리는 바람, 그리고 배경이 되고 있는 풍력 발전용 터빈. 바람은 제주 어딜 가든 만날 수 있는 친구다.
이어지는 사진들은 한 개의 오름에서 찍은 것이고, 제주의 사진작가였던 김영갑 님에 대한 오마주 작업이기도 하다. 그는 오름의 아름다움을 포착하며 일생의 커다란 부분을 보냈다. 굉장히 감명을 받음과 동시에, 그가 사진에서 셔터 스피드와 구성을 통해 바람을 표현해 낸 방법은 내게 큰 영감을 선사했다. 필름을 사용하면서 이렇게 힘차고 조화로운 결과물을 낸다는 건 거대한 성공이다. 자연에 내 손을 맡기는 동안, 그의 작업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제주도에 가신다면, 그리고 그의 작업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갤러리로 변신해 있는 그의 옛 거처를 꼭 방문해 보시면 좋겠다. 특히 풍경사진 좋아하시는 분들께 강추!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에는 내가 한 번도 오르지 못했던 용눈이 오름 사진이 정말 많다. 흥미로운 형태를 본 뒤, 나 또한 이곳을 꼭 가야 하는 장소로 지정했다.
사진 4-1. 4-2. 난 이제 김영갑 작가가 왜 그렇게 여기를 좋아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세 개의 올록볼록 뿔 형태와 그 구성은 여기서 봤을 때 최고로 좋다. 용눈이 오름은 아주 힘차면서도 주변 환경과 어우러져 굉장히 조화롭다. 이 날은 운이 좋게도 겨울의 황금색 풀밭이 안개 낀 푸른 하늘과 멋지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보너스, 제주를 아는 분은 이미 알아차리셨겠지만 오른쪽 뒤편으로 성산일출봉도 보인다.
사진 5-1, 5-2. 이것이 바로 김영갑 작가에 대한 나의 오마주 작업이다. 갈대를 전면에 배치함으로써 이 순간 펼쳐지고 있는 역동적인 분위기를 강조해 보려고 노력했다. 전면 갈대의 색상이 오름의 그것에게 답하고 있는 듯하게 매치하는 일도 즐거웠다. 그런데 나는 흑백 버전을 더 선호하긴 한다. 폭풍우를 불러올 것만 같은 구름이 전면부 바람의 메아리가 되어 격동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꼭 추가해야 할 것만 같은 분화구를 마지막으로 소개한다. 한국 전체로 따져도 가장 높은 산에 위치한, 1950m 높이의 한라산 백록담. 이 장대한 화산은 제주시와 서귀포시로 행정구역을 나눌 뿐 아니라, 남쪽과 북쪽 날씨를 가르는 경계선이기도 하다. 산의 남쪽에서는 화창한 날씨를 경험하더라도 북쪽에선 비를 맞을 수 있고 꼭대기에는 눈보라가 휘몰아칠 수도 있는 것. 홀로 우뚝 선 이 위대한 자연은 그의 뜻대로 바람을 마구 구부러트린다. 여기 겨울의 눈 담요를 걸친 백록담의 모습이다.
사진 6. 눈 쌓인 백록담과 주변 풍경을 담으며, 어디가 위이고 아래인지 모호한 구성을 연출해 보았다. 눈을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하얀 겨울의 평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위한 사진이다.
저의 제주도 겨울 사진 촬영기를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제주의 특별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보았습니다. 당신에게 제주를 방문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만큼 제가 충분히 설득할 수 있었기를 바라요.
저의 작업에 대해 느끼신 점이나, 산과 사진에 관련된 조언은 댓글로 언제든지 편하게 남겨주세요. 이렇게 소통하다 보면 언젠가 산에서 만났을 때 반갑게 인사할 수 있을 거예요.
아 비앙또! (À bientôt : “또 만나요!”를 뜻하는 프랑스어)
*원고 번역 및 편집 : 김혜민
유튜브 채널 을 통해 저의 풍경사진 촬영 여정에 함께 하실 수 있어요. 홈페이지 호맹포토의 Blog에는 다양한 풍경사진 촬영기가 영어와 프랑스어로 작성되어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도 더 많은 한국의 풍경 사진이 담겨있으니 많이 많이 들러서 감상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