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업도, 사람 손길이 닿지 않는 자연이 주는 평화로움
이곳에 가려면 배를 두 번 타야 한다. 첫 번째 배는 편안하고 빠른데, 두 번째 배는 느리고, 시끄럽고, 의자도 없다. 이 배가 멈춰서는 곳은 굴업도. 인천 바닷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사람이 살고 있는 섬이다.
사진 1. 이 사진은 돌아오는 배 안에서 찍은 것인데, 넓게 펼쳐진 굴업도와 함께 오른편으로 마치 삼지창과 같은 바위들이 보인다. 굴업도에서도 볼 수 있었던 바위들이었기에 생생하게 기억한다.
날씨는 완벽하고, 구름도 없고, 깨끗하고 파란 하늘의 색상이 깊은 그러데이션을 만들며 윗부분을 채운다. 영상 28도, 갈매기가 우리를 따라 날면서 환영한다. 이번 여행의 시작, 더 좋을 수가 없었다. 정오가 되자 우리의 배는 이 세계와 연결된 단 하나의 목적지, 자그마한 부두에 닿는다. 내일 같은 시각에 우리는 섬을 떠나기 위해 이곳으로 다시 와야 한다. 이번 글에는 우리 커플이 24시간 동안 본 것이 담길 예정이다.
사진 2-1, 2-2. 섬에 거의 도착할 즈음 배에서 찍은 사진. 폰으로 보신다면 가로로 돌려서 파노라마 버전으로 더 크게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이 지역의 모든 섬들은 본토와 차단되어 보인다. 갯벌, 해변, 나무 등 모든 자연의 모습이 다르다. 소나무가 많은 육지의 숲과 달리, 이곳에는 날씬한 기둥을 가진 다양한 종류의 나무를 찾을 수 있다. 몇몇 해변에선 바람에 불어온 모래가 언덕을 만들면서 사막과도 같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사진 3. 배에서 내리면서 보게 되는 풍경. 갈매기가 새로운 손님을 환영하며 이 섬의 대표 해수욕장으로 이끈다. 이 해변은 양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정말 아름답다!
언덕 부분은 엉덩이 높이의 풀로 뒤덮여있고, 이번 여행의 '사운드 트랙'이 되어준 귀뚜라미와 메뚜기의 천국이다.
사진 4. 거의 모든 곳에서 캠핑이 가능한 이곳. 신비로운 별들 아래 귀뚜라미의 노래가 부드러운 교향곡을 만들어내는 이 아름다운 풍경에서, 누가 캠핑을 마다하겠는가.
사람의 왕래가 적은 이곳에서 우리는 한국이 아닌, 지구 어딘가의 특별한 곳에 있는 것처럼 느낀다.
사진 5-1, 5-2. 아름답도록 단조롭다. 새로운 세상...
사진의 순서를 조금 조정해서, 굴업도에서의 꽉 찬 하루를 일출 장면부터 보여드리겠다.
사진 6. 이 식물은 해변 윗부분 모래 위에서 자라는, 기어 다니는 친구들이다. 꽤나 놀라운 크기까지 자라나기 때문에, 해변가로 걸어갈 때 이들을 주의해야만 한다. 안 그러면 꽃과 꽝! 충돌...
일출은 평화로웠다. 새소리도 없이 홀로 해변에 있는 시간. 작은 마을의 전기 발전기 소음조차 여기까지 와닿진 않았고, 나의 배경음악은 파도와 귀뚜라미, 느리고 습한 산들바람뿐이다. 이런 차분함.
지평선 아래의 어딘가에서 태양은 모든 하늘에 분홍 빛을 선사한다. 흥미로운 앞 배경을 만들어줄 꽃들-지금껏 나의 발걸음을 멈칫하게 만든 이들-을 찾았다. 일출의 핑크빛 톤이 보라색 꽃들에 찬사를 보내는 완벽한 모습이 정말 맘에 들어, 여기 정착했다.
사진 7. 작디작은 이 꽃을 찍기 위해 내 삼각대를 거의 평평하게 바닥에 붙여야 했다. 아침의 완벽한 무릎 운동!
해변가에서 무엇을 응시해야 할지 몰라하고 있을 때, 모래밭에 구두점을 만들고 있는 게를 한 마리 발견했다. 다가가면서, 그들이 얼마나 정교하게 이 작업을 하고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모래 예술을 창조하려고 시도하는 갑각류들의 모습은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일시적인 모래 예술은 촬영할 가치가 충분하다.
사진 8. 태양이 직접 부딪치지 않은 이곳은 빛이 부드럽다. 그런데 이 모양은 폭발하는 별같이 보이기도 한다. 흐린한 빛을 보완해 주는 소용돌이 움직임까지 볼 수 있다.
사진 9. 구멍 안의 예술가는 해변에 '창조 금지'지역을 만들기로 결정했고, 내게는 사진에 여백을 만들 수 있는 완벽한 기회였다.
사진 10. 여기 예술가는 아주 매혹적인 작업을 해내진 못했으나, 주변 환경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면서 영감을 주고 있다. 특히 사진 속에 보이는 생선 뼈는 여까지 어떻게 왔는지 궁금해진다.
밀물이 오고 있기 때문에 알 수 있는 방법은 없고, 파도는 여기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 일시적인 자연 속 아름다움이란 다른 형태의 예술을 접한 느낌...
태양이 높아질수록 사진 촬영의 기회는 현저히 줄어들기에, 우리는 멋진 잔디밭과 숲 속을 탐험하며 시간을 보냈다. 나무 밑과 개울 바위 밑에 숨어있는 붉은 도둑게, 그리고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우리를 피해 멀리 날아가는 귀뚜라미는 여기 사는 사슴-여기서 볼 수 있다고는 하는데 우리는 발견하지 못했다-에게 위험 사인을 보내는 듯하다. 정말이지 황홀한 세계.
마침내 태양이 지평선으로 거의 내려와 앉았다. 풍경은 더 화려한 색상, 선명한 대비와 함께 3차원이 되어간다. 다른 말로, 더 살아있다.
사진 11-1, 11-2. 일몰을 보러 가는 길에, 잔디가 가득한 산마루에서 이 죽은 나무들을 발견했다. 구름 한 점 없이 푸른 하늘 앞에서, 일몰의 빛을 측면으로 완벽하게 받고 있는 이들. 흑백사진에 잘 어울리는 피사체란 느낌이 들어서 시도해 보았다.
우리의 일몰 목표는 '코끼리 바위'라고 불리는, 작은 해변 위에 늠름하게 서있는 커다란 바위와 함께 이를 담아내는 것이었다. 이곳까지 가기 위해서는 초록초록한 잔디밭부터 연노랑 빛의 모래 언덕으로 이어지는 전환을 경험할 수 있다. 모래는 아래 해변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과 함께 쌓인다. 한국의 어떤 곳보다도 모래사막과 비슷한 느낌이 드는 이곳. 거친 모래와 바싹 마른나무가 끊임없이 펼쳐지던... 후끈한 모로코 평원이 생각나게 한다.
사진 12. 한국에서 또 이런 곳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전반적인 대비가 놀랍다. 언덕 윗부분의 빛이 만든 섬의 질감은 즉각 내 시선을 잡아당겼다.
사진 13. 왼 편의 여백을 바라보는 마른나무들을 강조하기 위해 다른 방법으로 잘라서 편집한 버전. 개인적으론 이 구성이 더 마음에 든다.
날씨와 풍경 운은 지금까지 정말 나무랄 데가 없었다. 하지만, 조수(潮水) 운은 따라주지 않았다. 코끼리 바위가 작은 해변에 완전히 잠겨있었던 것이다. '코끼리의' 발이 이미 바닷물 안이었고, 이마저 보고 있을 만한 마른자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계획이 무산된 이상, 다른 데 앉아서 준비해 온 저녁을 먹으며 고요한 일몰을 보기로 했다. 하지만 결국 그냥 앉아서 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풍경이었다...
사진 14. 이 모래 언덕에 이끌려서 촬영을 하게 되었다. 죽어있는 나뭇가지의 모습을 본 순간 사진의 좋은 앞배경 피사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전체 풍경을 보여주는 사진이면서도, 왼 편의 절벽이 가진 V모양은 태양으로 시선을 이끌고, 밀물에 쓸려간 이후에도 남아있는 (사람이나 사슴의) 발자국 모양이 특별한 요소가 된다.
사진 15. 태양이 하루 일과를 막 마치던 순간, 모래 위 작은 나뭇가지들을 포착한 사진이다. 모래가 더 부드럽길 바랐는데 아쉬워서, 폭우가 쏟아진 뒤에 다시 이곳에 와야겠다고 다짐한다.
일몰은 지나갔다. 이 섬이 내게 보여준 모습은 그저 네버랜드, 하지만 현실 속에 존재하는 네버랜드다. 가능한 모든 것을 눈에 담기 위해 여기저기 두리번대기를 멈출 수가 없었다. 우리 모두 이 날 저녁에 너무나도 감사하는 시간을 보냈다.
사진 16. 모래 언덕에서 본 풍경 일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특별한 이곳!
이제 (정말이지 후진) 숙소로 돌아가야 할 시간. 30분 걸려 도착하니, 완벽한 어둠이 깔렸다. 서울에 산다면 절대 볼 수 없는 풍경 하나를 더 만나게 되었는데, 바로 은하수. 우리의 눈보다 카메라가 더 잘 잡아내기 때문에 아래의 사진은 우리가 해변에서 실제로 본 은하수보다 훨씬 선명하다. 그래도 여전히, 무한한 별로 된 천정을 가져본 굉장한 순간이다.
사진 17. 내가 천체를 촬영하는 사진사는 아니지만, 이 사진은 만족스럽다. 내 집 너머에, 저기 저 두 척의 배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상상하게 하고, 지금 내가 마주하고 있는 이 모든 아름다움을 꿈꾸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여행은 여기서 끝나지만, 내 머리 위에 펼쳐지던 깊은 세상을 바라보며 나는 차분해지고, 무언가 채워짐을 느꼈다. 그게 바로 이 사진이 내게 주는 것이며, 보시는 분들도 이 멋진 빛의 쇼를 넘어서 내가 느꼈던 평화로움을 전달받으시기를 희망한다.
인천 끝자락에 위치한 이곳의 여행 이야기를 함께 즐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에 이런 곳이 존재할 거라고 전혀 기대하지 못했고, 그래서 이번 글은 예술적인 창작으로 채우기보다는 새로운 발견에 대한 흥분을 표출하는 데 집중했던 것 같아서 후회도 됩니다. 하지만 저의 감탄과 함께, 이 섬의 독특함과 다양성이 잘 전달되었기를 희망합니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저의 풍경사진 촬영 여정에 함께 하실 수 있어요. 인스타그램에도 더 많은 한국의 풍경 사진이 담겨있으니 많이 많이 들러서 감상해 주세요! 홈페이지 호맹포토의 Blog에는 다양한 풍경사진 촬영기가 영어와 프랑스어로도 작성되어 있습니다.
한국 자연사진 촬영에 대한 질문은 언제든지 아래쪽 댓글을 통해서 해주시고, 제 글도 공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여행에서 또 뵐게요.
아 비앙또! (À bientôt! : “또 만나요!”를 뜻하는 프랑스어)
*원고 번역 및 편집 : 김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