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맹포토 Feb 14. 2023

Invitation : 한국의 자연 속으로

풍경사진 전문작가 호맹의 촬영 이야기를 시작하며...

Enchanté!(앙샹떼 : "만나서 반갑습니다"를 의미하는 프랑스 인사) 이곳에 오신 여러분 모두를 환영합니다. 저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풍경사진작가 호맹(Romain)입니다.


파리 근교 일드프랑스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전체 일생의 3분의 1 이상을 서울에서 보내고 있는 저는, 멋진 풍경을 렌즈에 담아내는 것에 가장 큰 매력을 느끼는 사진작가입니다. 일을 하면서는 인테리어나 제품, 모델 사진을 찍을 기회가 더 많이 주어져왔지만, 저를 언제나 설레게 하는 것은 풍경사진 촬영이었기에, 2010년부터 이를 제 개인 프로젝트로 꾸준히 진행해 왔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사진을 시작할 때, 제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도시 풍경이었습니다. 서울의 수많은 건물 옥상에 올라가 인상적인 일몰을 뒤로한 채 반짝이는 불빛과 멋진 빌딩, 도로를 품고 있는 뷰를 열심히 찾았습니다. 도시의 중심에서 현란하게 빛나는 피사체를 탐닉하던 시절입니다.


2010년부터 꾸준히 찍어온 도시 사진과 나의 모습. 옥상에 올라가서 반짝이는 야경을 포착하곤 했다.


분명 재미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저는 도시의 인위적이고, 잠들지 않으며, 소란스러운 모습이 덧없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도시 촬영에 흥미를 점점 잃어버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후 저는 자연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제가 언제나 사랑해 왔던, 지혜롭고도 영속적인 자연의 품으로요. 이는 제가 카메라와 처음 만났던 어린 시절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아버지의 미놀타 카메라로 대서양 해안가의 갈매기를 찍으면서 처음으로 사진의 매력을 알게 된 저는, 청소년기까지 제 조국 프랑스 구석구석의 커다란 산맥과 바다는 물론 유럽 인근 이곳저곳을 부모님과 꾸준히 여행하는 행운을 맛보았습니다. 이때 목격한 자연경관 하나하나가 제 마음 깊이 스며들었다고 해야 할까요?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드리는 작업을 하면서는 항상 신이 났습니다. 그러다 2020년, 삼성산 중턱의 소나무를 운명처럼 만나고 자연으로 완전히 돌아온 뒤로, 매일같이 카메라 가방을 짊어진 채 고층 건물 대신 수많은 산길과 숲길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소나무 이야기는 기회가 되면 또 해드릴게요!)


어릴 적 프랑스와 주변 국가를 여행하던 추억. 자연을 사랑하는 부모님과 함께 하는 여행의 주요 목적지는 언제나 바다나 산, 숲등 자연의 숨결이 풍성하게 느껴지는 곳이었다.


한국에 살다 가끔 프랑스에 들어갔을 때 찍어온 사진들. 아직은 도시와 자연의 모습이 혼재한다.


비로소 자연으로 돌아온 저의 여정에는 경이로운 자태의 나무도 있었고, 장엄하게 뿜어내는 폭포도 있었습니다. 사진작가에게 이러한 풍경을 담는 촬영은 그 자체로도 가치가 있지만, 한 켠으로 나 자신을 찾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자연이 주는 교훈과 철학은 언제나 유효합니다. 이 유한한 자연이 만들어내는 일련의 순환 과정을 목격하다 보면 나의 느낌 하나하나가 일깨워지며, 자연의 일부인 나 자신에 대해서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사진을 한 장 한 장 정리하다 보면 당시의 소소한 이야기들부터 마침내 그 풍경을 촬영하게 된 맥락, 그리고 촬영 내내 경험한 성찰의 과정 등이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비교적 최근에 찍은 국내 풍경사진들. 위치가 궁금하신 분은 질문해 주세요!


최근 2년간, 저는 아담하게나마 제 풍경사진 전시회를 두 차례 여는 모험을 했습니다. 손님분들께 촬영 과정에서의 깨달음과 작품이 의도한 바 등을 설명하고, 반대로 그분들의 느낌도 들으며 전에는 몰랐던 소통의 즐거움을 크게 경험했습니다. 홀로 자연의 정취를 온몸으로 느끼며 이 아름다움을 렌즈로 포착하는, 개인적인 즐거움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였던 것입니다. 사실 이전부터 제 개인 홈페이지에 사진 촬영기를 영문으로 계속 업로드해 오긴 했는데, 요즘엔 좀 더 적극적으로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프랑스인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제가 촬영한 한국의 자연 사진과 그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고, 매번 기대 이상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이곳은, 저의 사진 촬영기를 여러분과 한국말로 공유하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마련해 보았습니다.

저의 온라인 전시  가이드 공간이라고 하면   같네요! 물론 저는 사진작가인만큼, 사진으로 최대한의 표현을  것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사진 촬영과 관련한 다양한 경험과 생각, 이를 통한 깨달음 등도 글로써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다만 오프라인 전시에서는 제가 직접 설명을 드리는데, 글로 쓰는 건 좀 더 어려워서^^; 번역에 아내의 도움을 받게 되었습니다.)


2021년 겨울 와인바 '도넘솔리스'에서 진행된 '절벽 위 소나무' 전시, 2022년 봄 채식 카페 '비건 앤 비욘드'에서 진행된 '리부팅' 전시 전경 및 프레젠테이션 모습


저와 함께 하는 사진 여행, 준비되셨나요? 쎄 빠흐띠! (C’est parti! : ‘출발!’을 뜻하는 프랑스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