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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실궁리 Mar 04. 2020

나는 왜 쓰는가

나를 알아가는 과정

초등학교 5학년 때인가.  

학교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창작 시 쓰기 대회가 있었다.  그때 내가 쓴 시가 교내 정자 벽에 떡하니 걸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마 그때부터 난 쓸 줄도 모르면서 내가 글을 쓰기만 하면 잘 쓸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자라면서 막연하게 글쓰기에 대한 동경심을 키웠고, 내 언젠가는 글을 쓰며 살겠다는 황당한 자신감마저 키우고 있었나 보다.


 

내 성격은 가만히 앉아서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는, 밖으로 뛰쳐나가서 일단 하고 보는 게 더 쉬운 행동형이다. 그게 쉬워 잘하다 보니 당연히 외향적인 성격으로 보일 것이고, 이런 나를 아는 사람이라면 내가 글쓰기를 한다는 말을 들으면 의아해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면 집에서 재즈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고 기분 따라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것 또한 나다. 양면성을 지니고 있나 보다.


 

책을 읽어도 에세이나 자기 계발서, 멋진 사진과 좋은 글귀들이 담겨있는 여행도서들 위주로 좋아했다. 그래서 그런 글들을, 그런 책들을 쓰고 싶었다. 그 책들을 읽으면서 내 마음이 안정되었고 기분이 좋아졌고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길고 어려운 내용의 글을 읽는 것보다 짧지만 내 마음에 확 들어오는 글귀와 사진 한 장이면 충분했다. 그런 에세이를 나도 쓰고 싶었다.


 




내 생활에 조금의 여유가 생기니 결국엔 다시 이 문제로 돌아오더라. 취업전선에 육아 전선에 뛰어들어 한동안 생각도 하지 않고 지냈던 글쓰기가,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생기니 다시 생각났다.

막연히 글쓰기만 생각하다가 문화강좌 수업으로 글쓰기 수업이 있어 얼른 신청해보았다. 처음엔 어색했다. 내 마음을 글로 쓰기가 생각보다 어려웠고 표현이 제대로 나오지도  않았다. 잘 쓰는 다른 사람의 글을 읽으며 난 재능이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계속 쓰다 보니 내 글에 솔직함이 묻어난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고, 글밥도 늘어나서 전체적으로 정돈된 느낌의 글이 써졌다. 주제에 맞춰서 내 경험이나 생각을 솔직하게 늘어놨더니 글에도 내 향기가 섞여 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랬더니 글쓰기가 재미있어지고 꾸준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그냥 주제에 대해서만 집중해서 쓰게 되다가도 나중에는 왜 그렇게 써졌는지 내 마음을 알게 되는 글쓰기가 되더라. 내 생각과 마음이 글로 정리되어 보이니 확실하게 나를 알고 직면할 수 있는 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정확하게 알지 못했던 내 마음을 만나게 되어 좋았다. 이렇게 글쓰기는 내게 다가왔다. 쓰면서 느낄 수 있는 이 행복감을, 내 글을 읽는 사람에게도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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