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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실궁리 Mar 10. 2020

사랑한다면 이 남자처럼?

서로를 사랑한다면 힘닿는 데까지 자유롭게 해줘야 할 것이다

 나는 생각보다 보수적인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특히나 사랑에 있어서, 사랑하는 사람에 있어서는 그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고 싶은 생각이 컸다. 사랑한다면 같은 방향을 바라보라는 그 말도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랑한다면 서로 얼굴 마주 보고 꽁냥꽁냥 해야 사랑하는 거 아닌가. 그래서 자유를 주기보다는 은근한 구속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얽매던 연애를 했었던 것 같다.

 
 

 그런 내가 만나 결혼한 남자는 나를 너무 자유롭게 해주는 사람이었다. 5년간의 긴 연애기간에도 질투하는 시늉은커녕 내가 몇 년 더 산 오빠니깐 이해심이 넓다는 말로 나를 안달 나게 만들었다. 내가 클럽을 간대도 그래, 다녀와. 내가 친한 오빠들이랑 술을 마시고 논대도 그래, 다 끝나면 연락해. 내내 핸드폰을 잡고 있는 여느 연인들의 모습을 나는 해본 적이 없다.

  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나 싶어 도발도 해보고, 날 그렇게 신뢰하나 싶어 잠수도 타보고 별별 상황을 다 만들어 봤었던 것 같다. 집착이라고는 1도 안 보여주는 태도에 이 남자 뭐지? 약이 오르는 연애를 했었다.

 그래도 언제나 그 자리에서 기다렸던 건 이 남자였고, 이런 상황들을 투정하며 내색할 때엔 이렇게나 사랑스러울 수 없다는 눈빛으로 당겨 안아 날 안도하게 만들었다. 밀당의 고수였던 걸까.

 

 지금 같이 살아보니 이 남자 밀당의 고수는 아니었다. 그냥 사랑하는 방식이 자유로웠던 사람이어서 그렇게 사랑했던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을 자유롭게 해 주는 사람.  

 유부녀가 된 지금 생각해보니 이 사람의 사랑은 나를 더 성장시켜 주었다. 나에 대한 존중과 믿음으로 내 편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무엇을 하든 지지를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내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니깐.

 하물며 애 딸린 엄마의 자유부인 라이프도 그의 사랑 방식이 아니었다면 쉽게 할 수 있었을까. 나에게는 당연함이 다른 이 에게는 상상도 못 할 부분이 될 수 있다는 것도 그의 사랑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것이다.

 
 

 이쯤에서 드는 생각은 나는 얼마나 그를 자유롭게 해주고 있을까. 실천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단 하루라도 힘닿는 데까지 자유롭게 해줘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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