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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실궁리 Apr 01. 2020

거짓말 같은 순간을 만났습니다

만우절


 선생님이 들어오기 전에 칠판을 향하고 있던 책상을 모두 뒤쪽으로 돌려 벽을 향해 보게 한다. 물론 의자에 앉아 있을 우리도 모두 벽을 보고 앉았다. 선생님이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별로 놀랍지도 않다는 듯이 말한다.


"아~따 책상 돌린다고 욕봤겠다이~ 고마 다시 돌리라~"


 한 번 말한다고 바로 돌리면 어디 그게 만우절인가. 선생님이 작대기를 탁상에 탁탁 치며 두어 번은 더 말해야 밍그적거리며 항의하기 시작한다.


"아~ 쌤~~ 오늘은 수업 안 하면 안돼요~~?"


선생님의 작대기 두드리는 소리가 격해지면서 빨리 원상 복구하라는 듯이 우리의 행동을 닦달한다. 그래 봐야 수업시간 10분 정도를 잡아먹는 게 다였지만 한창 공부하기 싫은 여고생들은 그 날을 그냥 넘길 수 없었다.  






 2020년에 만난 만우절은 그때만큼 장난을 칠 수 있는 심리적 여유가 허락되지 않는 시기다. 교육기관도 무기한 휴업과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가 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장난을 친다는 건 뭔가 나쁜 짓을 하는 기분이랄까. 그럼에도 오늘 만난 거짓말 같은 순간은 잊히지 않는다.

 

 어제 도착한 택배 상자 속의 돌고래 모양 비눗방울 총을 본 아이는 지금 당장 쏘러 가야겠다고 성화였다. 그에 못 이겨 이젠 익숙해진 마스크를 쓰고 버블건만 가지고 집 앞 놀이터로 나갔다. 아침 햇살은 내 두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할 지경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사방으로 반짝임을 쏘아 대고 있었는데 그 햇살을 받으며 비눗방울이 뭐라고 쏘아대며 신나 하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몽롱한 기분이 들었다. 아이가 손가락으로 버블건을 눌리면 비눗방울과 함께 흘러나오는 단조로운 노랫소리도 아련하게 놀이기구며 나무며 돌에 가 닿았다. 아이가 뛰노는 주변에 만개한 벚꽃까지 찰떡궁합 같은 행복한 장면이었다. 이렇게 예쁜 장면은 TV 속에서 CG 처리를 해야만 볼 수 있던 장면이 아니었던가. 거짓말 같았지만 내 눈에 담은 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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