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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실궁리 Apr 02. 2020

응원합니다

지하철

 지하철을 이용했던 시절은  오래전이다. 대학시절 학교를 가기 위해 이용했던 교통수단이다. 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에는 버스도 있었지만, 버스는 승차감이 좋지 않았고 사람이 많으면 갑갑해져서 멀미를 느끼기 십상이었다. 그래서 버스 안에서는 귀에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들으며  눈은 밖을 쳐다보며 가기만 해야 했다.

 반면 지하철은 내게 쾌적한 공간이었다. 제시간에  맞춰 목적지에 도착해 주는 것도 좋았지만 앉아서 음악 듣기 말고 다른 활동도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다. 책을 보기에도 좋았고, 못다 한 메이크업을 해도  정도로 평온한 공간이었다. 흔들거림이 덜해 멀미를 느낄 수 없어서 할  있는 것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가는 순간의 떨림을 잊을  없다. 어둡던 지하철 외부가 밝은 햇살을 받으면 눈이 부신다. 그리고 서서히 맑은 하늘이 이는데  놀이동산의 청룡열차타고 오르막길을 느릿느릿 올라가다가 꼭대기에 다 닿아서 맞이하는 하늘을 보는 느낌이랄까. 왠지 두근두근 설렘이 시작된다.

  쯤에서  지하철의  의자 끝자리에서 정중앙으로 자리를 옮긴다. 지하철의 네모난  창문을 나만의 액자로 만들기 위해서다. 지하철이 힘겹게 다리 위로 올라가면 이제 정말이지 놀라운 풍경이 펼쳐진다. 낙동강이 펼쳐지면서 아침 햇살을 받은 강물이 반짝반짝 빛을 낸다. 그리고  끝은 하늘에 닿아 강물인지 하늘인지 모르게 펼쳐진다.

 그 예쁜 액자를 한참 들여다보면서 지나가는 모든 순간을 눈에 담으려 눈도 깜빡이지 않으며 바라보기만 했다. 누구나   있는 광경이지만 나만 몰래 보는  같아 특별했다.






거기서  그렇게 특별한 느낌을 받았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자유롭게 긴 기억만 남은 대학시절에도 나름의 학업과 취업 문제로 지쳐있었나 보다. 위로받고 격려받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하루의 시작을 지하철 풍경에 위로받고 있었던 건 아닐까. 설레는 풍경을 보면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 에너지를 충전해서  이겨 나갔던  같다. 지금도 누군가는 그때의 나처럼  풍경에 힘을 얻고 있지 않을까. 어떤 날은 여러 마디의 충고보다 묵묵히  자리에서 누군가의 인생을 응원해주고 함께 나아가고 는 자연에서  위로를 느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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