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살고 싶고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 살고 싶다
코로나 19는 온 세상의 시간을 멈춰버린 듯하다. 마찬가지로 내 시간도 흘러가고 있긴 한데 무슨 요일인지 며칠인지 알아차릴 새도 없이 지나가고 있다. 아차 싶어 뒤돌아보니 3월이 통째로 지나갔고 달력을 한 장 넘겨야 하는 4월이 되었다. 두 달이 지나가면서 하고 있던 루틴들이 많이 무너지고 있었다. 매일 하던 운동이 그 첫 번째다. 러닝을 40분 정도는 하면서 땀을 흘려줘야 지방들이 쌓이지 않아 몸무게가 유지되는 기분인데 초반 몇 주는 견디는가 싶더니 내 몸뚱이도 확 찐자의 길을 걷는 중이다. 빨리 방도를 찾아내야 한다.
인생은 잘 짜인 이야기보다는 그 하나하나가 관능적인 기쁨인,
내일 없는 작은 조각들의 광채다
사르트르, 카뮈의 '이방인'
그 와중에 새로 시작한 3월의 글쓰기는 새로운 루틴으로 만들어보려고 애쓰는 중이다. 정체된 이 시기에 가뭄에 단비처럼 내가 남길 수 있는 작은 기록이 되었다. 자칫하면 무료하게 흘려보내고 도무지 뭘 했는지 알지 못했을 한 달이었는데 그동안 블로그에 31개의 글을 남겼다. 글쓰기는 시작이 어려웠는데 브런치에서 알게 된 '아바매글' 이라는 커뮤니티에 참여해 아바맨들과 함께 쓰면서 글쓰기의 재미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아이가 있어서 집중할 수 없으면 어떡하나, 써 올린 글이 보잘것없어 부끄러운 글이 되면 어쩌나, 고민은 많았지만 쓰고 나니 뿌듯함이 컸다. 3월 한 달간 빠짐없이 꾸준하게 썼고 아바매글은 끝이 났지만 그때의 탄력을 이어서 4월에도 꾸준히 브런치에 남기고 싶은 마음이다.
4월에는 두 달 가까이 가정보육을 하면서 신생아 때도 남기지 않았던 아이에 대한 기록도 짧게나마 남기는 도전을 시작했다. '세줄일기' 라는 어플에 짧게 세 줄의 일기를 쓰고 사진을 남기는 형식인데 일기의 주제로 아이와의 하루를 기록해 나가기로 선택한 것이다. 어쩔 수 없는 가정보육이지만 이 시간을 가벼이 생각해 허투루 보냈다가는 나중에 후회할 일이 생길까 봐 긴장감이 들었다. 내 인생의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냄과 똑같이 아이와의 관계도 하루하루 잘 맺어가야만 나중에 사춘기 때 아이가 내 뒤통수치는 일은 없지 않겠는가. 기약 없는 휴원에 내 마음만 챙길게 아니라 아이와의 관계도 지치지 말고 챙겨야겠다 싶었다.
카카오 프로젝트 100으로 참여하게 된 '호모부커스'는 매일 책 10 페이지씩 읽고 인증하는 강제성 책 읽기 모임인데 항상 후순위로 밀렸던 책 읽기가 자연스럽게 하루 중에 안착했다. 책 읽기를 좋아하지만 빠르게 읽어나가기에만 급급했던 책 읽기 습관이 조금 바뀌었다. 많은 양을 읽는 목적이 사라지니 여유가 생기면서 한 단어, 한 문장 깊이 읽게 되는 의외의 읽기 관점을 찾게 된 것이다. 매일 읽는 것만도 좋았는데 문장을 곱씹어 읽어 내는 기분이란 맛있는 떡볶이의 매콤 달짝한 양념과 쫄깃한 떡을 한입 물어 짭조름한 맛이 느껴질 때쯤 씹어 넘길 때의 목 넘김이랄까. 완벽하게 내 속에 들어와 포만감을 느끼게 해주는 그것이었다.
단 세 개의 루틴이라도 쭉 이어나가면 좋겠다. 바깥 활동을 하거나 다양한 사람을 만나 교류하는 모임을 가질 수는 없지만 혼자서라도 나를 채워나갈 수 있는 루틴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이걸로 내 미래가 대단하게 바뀌길 기대한다기보다는 그냥 오늘을 잘 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