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린 각자의 운에 미묘한 영향을 미치며 살아간다
기초대사량이 높아서였을까. 쉽게 살이 찌지도 빠지지도 않는 체질이었다. 그런데 딱 일 년.
재밌게 먹고 마시기에만 집중했더니 내 몸도 예전 같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체중이 어마어마하게 불었고 안 아프던 곳도 아프기 시작했다. 분명히 정신건강에는 좋았었는데, 몸 건강은 적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그렇다고 살을 빼야겠다는 특별한 결심은 하지 않았다.
같이 재밌게 먹고 마시던 모임이 각자의 일로 바빠지기 시작했고, 모이는 일수가 잦아들었다. 나도 자연스럽게 야식을 덜 먹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먹지 않아도 참아졌고, 참아지니깐 식단도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해서 헬스장에 가서 운동도 했다. 특별한 운동이 아니라 러닝머신에서 40분. 아이 등원 후 바로 헬스장으로 가서 걷다가, 적응이 된 후로는 뛰었다.
땀을 흠뻑 흘리니 열심히 한 기분이 났고 그 노력을 헛되이 하기 싫어서 식단도 꾸준히 하다 보니 매일매일 몇 g씩 빠지는 게 보였다. 체중계에 확인되는 내 몸무게가 신나기 시작했다.
작년 7월쯤부터 시작해서 12월 마지막 날까지 딱 12kg을 감량했다. 딱 목표 체중을 찍었고 지금은 거기서 -2kg을 더 감량해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예전처럼 매일 운동을 하지도 않고 식단도 그만둔 상태인데 신체 리듬이 다시 돌아왔는지 아직까지 잘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나에겐 너무 신기하고 특별한 경험이었다. 시작은 쉬워서 잘하던 나였지만, 뭔가를 끝까지 해봤던 기억은 처음이었다. 목표를 이루고 나서야만 느낄 수 있는 성취감이 너무나도 달았다. 처음 맛봐서 더 달콤했다.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면 이렇게 이뤄낼 수 있었던 건 하루하루 미세하게 줄어들었던 몇 g의 기적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미묘하게 빠졌던 몇십 그램이, 보이지 않는 노력들이 모여서 결국엔 내 목표까지 도달했기 때문이다.
매일을 그냥 하다 보니 빠졌다. 그렇다고 하나도 힘들이지 않았다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그때의 내가, 그 순간에 자연스럽게 했던 운동, 식단 루틴이 지금의 나에게 큰 변화를 주었다. 그 순간에는 미묘했던 행동이었지만 모여서 큰 성취감을 맛보게 해줬고 지금은 또 다른 도전으로 이어가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의 나 또한 미래 나의 운에 미묘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