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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실궁리 Feb 13. 2021

한 끼를 먹어도 맛있는 음식을 먹자



 신랑과 나는  둘 다 고향에서 먼 경기도에 올라와 자리를 잡았다. 거리가 멀어서 명절에 장거리를 운전해서 가는 게 일인데 먼 거리를 도로에서만 보내기 아쉬워서 내려가는 길에 여행 삼아 다른 지역을 들렀다 가곤 했다. 작년 설에는 묵을 때를 벗기고 아이와 물놀이도 할 겸 온천을 가기로 했다. 중간중간 휴게소에서 간식 정도만 사 먹고 내려와 온천에 가기 전에 배를 채우러 갔다.


 한참 달인의 맛집에 빠져있던 신랑이 검색해서 찾아낸 노포는 간판이 한자로 적혀있어 가게 앞에 주차를 했는데도 어딘지 몰라 헤매었다. 뻑뻑한 여닫이 철문을 열고 들어간 가게 안은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에도 듬성듬성 혼자 온 손님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조약돌 무늬의 콘크리트 바닥에 색 바랜 꽃무늬 벽지, 누런 천장이 노포의 세월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었다. 가게 중앙에 떡하니 자리 잡은 난로를 지나 구석자리로 가 앉았다. 벽에 덜렁거리며 붙어있는 커다란 메뉴판은 종류가 너무 많아서 뭘 시켜야 할지 모를 정도였다.


"저희 주문할게요~"


 웍을 현란하게 휘두르며 뭔가를 볶고 있는 주인 할아버지를 불렀지만 대꾸도 없었다. 대신 주방 옆에 붙은 방문이 벌컥 열리면서 할머니가 나와 우리 테이블로 다가오셨다. 무심하게 주문을 받아가는가 싶더니 아이 포크까지 세심하게 챙겨 단무지와 양파 반찬을 내주었다.


 몇 십분 기다린 뒤에 나온 음식은 소박하고 평범했다. 제일 먼저 나온  탕수육은 하얀 플라스틱 그릇에 양념이 뿌려진 채로 나왔다. 얼른 양념이 덜 뭍은 탕수육을 골라 옆으로 옮겨두고 한 입 베어 물었다. 바삭한 튀김옷을 뚫고 두툼한 고기가 부드럽게 씹혔다. 간이 된 고기 육즙이 짭조름하게 입 안에 퍼졌다. 탕수육 소스를 찍고 소스에 곁들여진 양파, 당근까지 한 젓가락에 집어 남은 조각을 한 입에 먹었다. 달달한 소스와 고기의 부드러운 식감이 환상이었다.


"자기, 탕수육 대박이다~ 완전 맛있어~"

"그치? 볶음밥 먹어봐바~ 더 맛있어~ 완전 내 스타일~"


 볶음밥을 한 숟가락 떠서 같이 나온 짜장 소스에 비벼 한 입 먹어보았다. 약간 날리는 고슬고슬한 밥과 야채가 어우러져 입 안에서 단맛을 냈다. 꼬돌꼬돌한 날림 밥이 매력이었다.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담백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볶음밥이었다. 짜장면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우와~ 이래서 달인에 나오는 건가? 맛있다아~~"

"노포만의 분위기도 좋고 맛도 좋고 진짜 완전 만족이야!"

"그러네~ 괜히 맛집 찾아다니는 게 아니고만~~"



 음식은 배부르게만 먹으면 되는 우리였는데 한 끼를 먹어도 맛있는 음식을 먹자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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