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다니다 보면 여러 가지 일들이 있다. 좋은 일, 나쁜 일, 황당하고 어이없다가도 다시 생각해보면 웃음 나는 일. 직장을 나와보니 좋았던 기억이 더 많은 건 사실이다. 특히 한 그룹의 소속되어 있다는 소속감이 특별했던 것 같다.
실습기간 오랜만에 그 소속감을 느꼈다. 초기 며칠은 당연히 겉돌았다. 내 자리 같지 않은 책상에 앉아 업무를 보면서 직원들을 관찰했다. 조용한 사무실에서 타닥거리는 키보드 소리만 들리다가도 서로 옆자리에 앉은 짝꿍 직원들끼리는 통하는 게 있었다.
"00님, 이 자료 뒤에 뭐해야 하죠?"
"아~ 그거 제가 드릴게요. 제가 해놨던 거예요."
"오~ 역시!"
회의를 다녀오신 팀장님의 무거운 발걸음과 목소리 톤만으로도 직원들은 분위기를 느낀다. 잘못 걸리면 안 된다는 것을.
"00아, 자료 다 정리했어?"
"네! 지금 보고할게요. 이거고요."
"이렇게 하는 거 맞아? 저번에도 이렇게 쓰더니! 줄줄 쓰지 말고 간추려서 보기 좋게 딱 하랬는데 또 이렇게 했네?"
"아...."
짧은 탄식과 함께 사무실 분위기는 더 정적이 흐른다. 모두가 다 들리지만 들리지 않는 것처럼 자기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바삐 손을 움직인다. 이 분위기를 깰 수 있는 사람은 팀장님뿐이다.
"어우~~ 너 증말~ 가져가서 다시 해와!"
"네엥~ 이힝~"
직원을 돌려보내기 전에 애써 헛웃음을 보이며 긴장을 풀어주는 팀장님이다. 업무라지만 싫은 소리를 했던 게 미안했던지 이내 장난스럽게 틱틱거렸고 그 마음을 아는지 직원은 최대한 애교 섞인 대답을 하며 종종걸음으로 제자리를 찾아간다.
아마 조금 더 어렸더라면 이런 생각이 들었을까. 싫은 소리를 듣고 업무로 부딪히는 날이 다반사지만 그들은 한 팀이었고 서로에게 끈끈함이 있었다. 조용히 관찰하며 바라본 여러 상황들이 그들에게는 잔잔하고 아무 의미 없는 일상적인 직장생활이었겠지만 그들만의 소속감이 부러웠다. 매일 얼굴을 마주하며 같은 목표를 위해 노동하고 있다는 것이, 잠깐이었지만 소속감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