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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실궁리 Feb 11. 2021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시판용도 맛있답니다




 많은 여성들에게 결혼을 하고 바뀐 변화 중 가장 큰 부분을 꼽으라 한다면 명절에 시댁으로 가서 음식 하는 것을 빼먹을 수 없을 것이다. 결혼 전 명절은 휴식이었다. 엄마와 할머니께서 음식을 만들었고 내가 낄 자리는 없었다. 조금이라도 거들라치면 네가 뭘 하냐며 제사 음식 중에 상에 올리지 못할 못생긴 튀김이나 전을 쥐어 방으로 등 떠밀렸다. 방에 누워 티브이를 보며 손으로 집어먹기 바빴다.


 결혼 후 시댁에 갔을 때 큰어머님과 형님이 5 넘게 합을 맞춰 음식을 해왔어서인지 서열 꼴등인 나의 역할은 크지 않았다. 제사상에 보기 좋고 먹음직스럽게 올라가야 하는 음식은 튀김이나 고기류였는데 당연히 형님의 몫이었다. 기름 온도가 적정한 때에 튀김을 넣고 노릇노릇  익었을쯤 건져내는 기술을 익혀왔기에 내가 감히 따라갈  없는 부분이었다. 나의 일은 메인 요리가 조리되기 전에 꼬치에 맛살이나 , 당근, 소고기를 순서대로 꼽거나 가져달라는 그릇을 나르는 정도였다.


 그러고 2년쯤 설과 추석을 보내고  , 어느 정도 짠밥이 찼다고 생각했는지 다른 과제가 주어졌다. 동그랑땡 반죽이었다. 결혼 전에 할머니 댁에서 명절을 보낼 때는 시판용 동그랑땡을 사서 굽는 걸 봤는데 시댁에서는 쇠고기를 잘게  고깃덩이를 직접 손으로 빚었다. 적당한 크기의 고기 덩어리를 떼어  손으로 동글동글 모양을 만들고 손으로 납작 누른  삐져나간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다듬어 모양을 만들었다. 그리고 밀가루를 묻혀 쟁반에 나란히 펼쳐두는 일을 하게 된 거였다. 



 전날 간을 해둔 고기를 냉장고에 보관했다 꺼낸 고기를 맨손으로 지기에는 손이 너무 시렸다. 손은 시리지만 조물닥거리다보면 일한다는 느낌보다는 촉감놀이를 하는  같아 그나마 나았다. 문제는 굽기였다.  조절이 익숙하지 않아 두툼하게 만든 동그랑땡은 겉이 익어 내놓으면 속은 아직 벌건 생고기가 그대 로거나 익지 않았던 기억에 조금  올려두면 타기 시작했다. 보다 못한 큰어머님의 시연이 시작되었다.



"동그랑땡을 이렇게 두껍게 만드니 속이 안 익지~ 
불은 약하게 줄여서 은근하게 익혀야 된다~  
속이 익으면 여기 중간에 보이제?

여기가 볼록 올라올다~
그라면 뒤집어서 놔뒀다가 었다 싶으면 꺼내는기라~"


"~~"



 대답은 했지만 그게 단번에 될 리가 없다. 후로도  번이나 태우고  익히기를 반복했던 것 같다. 그래도 매 명절마다 동그랑땡 반죽은 등장한다. 익숙해지지 않는 반죽을 구울 때면 자꾸 비비0 동그랑땡이 자꾸만 생각난다. 이 좋은 상품을 어떻게 말씀드려야 하나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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