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준비
지금 살고 있는 집은 분양받은 새 아파트여서 몸만 들어와 살았다. 우리 가족이 제일 처음 사는 새 아파트였다. 굳이 시공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맨 집'에서 살았다.
반면 이사 들어갈 집은 '풀 옵션'으로 다양한 시공을 해놓은 집이었다. 중문, 줄눈, 탄성 코팅, 냉장고 장, 붙박이 장, LED 전등 교체, 절수 페달까지. 주변 지인들은 맨 집에서 풀 옵션 집으로 간다며 돈 벌어 간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처음엔 내 취향대로 되어 있지 않은 옵션들이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다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있으면 좋을만한 옵션들이었다.
이 기회에 취향대로 싹 인테리어를 하고 들어가면 제일 좋겠지만 꼭 필요한 부분만 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수년간 다른 사람들의 생활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을 벽지는 무조건 교체 대상이었다. 원래 있던 벽지도 화이트톤이었는데 누렇게 바래 있었고 군데군데 못질한 부분이 보였다. 새로 덮어주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다음으로는 가장 거슬렸던 주방 타일. 아니 왜 주방 타일을 노란색으로 시공을 해놨는지 도저히 용납이 안됐다. 요리를 즐겨서 주방에 눌러사는 타입도 아니지만 거실과 연결되어 있는 주방에서 생뚱맞게 튀는 노란 타일을 정말이지 한숨만 나왔다.
"저 노란 타일은 꼭 바꿔야 해!
내가 알아봤는데 타일 덧방은 비용도 크게 들지 않고 시간도 얼마 안 걸리더라고, 꼭 할 거야!"
"덧방? 철거 아니고 덧방?
그럼 내가 해줄게~ 그 정도는 셀프로 하는 사람들 많아~"
"일반인이 하면 삐뚤빼뚤하게 되고 시간도 더 오래 걸리지 않을까?"
"이사 가서 쉬엄쉬엄 해줄게~ 한 달이면 돼~"
"뭐라고?? 안돼! 한 달은 무슨!
이사 들어가기 전에 시공하고 들어가야지! 됐어!"
자신만만하게 주방 타일 덧방을 할 수 있다는 신랑을 못 믿는 건 아니지만 괜히 전문가가 있는 게 아니지 않은가. 조용히 타일 덧방 업체에 예약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김치 냉장고 넣을 부분으로 비어있는 공간에 홈카페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냉장고가 하나뿐인 우리 집에는 필요 없는 공간이었지만 매울 수도 없으니 취향을 살려보기로 했다. 주방 상판 위에 어중간하게 자리 잡고 있던 커피 머신과 자리가 없어 하부장에 넣어뒀던 예쁜 찻잔들의 꺼내 두고 매일 홈카페를 오픈하는 거다. 조금씩 추가해 바꿔보는 인테리어 생각에 이사를 가기 전날까지 바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