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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실궁리 Feb 22. 2021

독박 육아를 즐기는 방법

같이 놀아라


주말 아침, 신랑은 회사로 출근하고 아점을 챙겨 먹고 아이와 단 둘이 자전거를 타러 나왔다. 아이는 보조바퀴가 달린 네 발 자전거를, 나는 바구니가 달린 두 발 자전거를 타고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단지 내를 달렸다. 자전거가 인조 잔디밭이 깔린 운동 공간에서 멈췄고 한편에 나란히 주차한 뒤 햇볕을 받으며 뛰었다. 미세먼지는 좋지 않았지만 이제 미세 먼지 정도는 애교다. 어플로 확인한 날씨가 영상 4도를 알려줘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왔는데도 땀으로 흠뻑 젖을 만큼 따뜻한 날씨였다.

 여기서 멈추기 아쉬워 단지 투어를 하며 뒷산을 오르기로 했다. 바로 길 건너 있는 단지를 지나 산으로 오를  생각이었지만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리가 없었다. 산길로 오르는 길에 있는 놀이터에서 발걸음이 멈췄다.


"엄마, 여기서 조금만 놀다 가자아~"


"그래~ 그러자~"


 급할 것 없는 주말이라 아이가 하자는 대로 따랐다. 놀이터마다 특색이 있는데 여기는 '뾰족한 나무집 놀이터'였다. 초등학교 고학년들도 놀 수 있음 직한 제법 높고 큰 나무집 모양의 구조물을 토대로 미끄럼틀이 연결되어 있었다. 그물을 이용해 올라갈 수도 있었고 통나무가 띄엄띄엄 연결된 다리를 평균대처럼 이용해 올라갈 수도 있었다. 아이는 날다람쥐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녔고 조금 심심해지려는 찰나에 다시 가던 길을 가자며 산행을 유도했다.



 몇 번 가본 경험이 있는 뒷산을 향해 앞장서서 걷는다. 나무 데크 계단을 순식간에 절반까지 오르더니 뒤돌아 씩 웃으며 약을 올린다.


"엄마~ 빨리 올라와보시지요~ 느림보 같으네~"


"너어~~ 기다려 딱!"


 금방 따라잡을 수 있는 거리지만 애써 이기려 쫓아가지 않는다. 어른인 엄마보다 더 빠르다는 자신감에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아이의 모습이 귀여워 그냥 둔다. 그러고는 잡힐 듯 말듯한 간격을 유지하며 따라간다. 본격적인 오르막길이 나오기 시작하면 이제 진짜 숨이 차기 시작한다. 아이는 한참이나 앞서가고 있는데 도저히 간격은 줄어들지 않는다.


"건우야~~ 같이 가자~~"


 내 목소리를 듣고는 더 빠르게 올라가버리는 아이다. 오기가 생겨 속력을 내어 쫓아갔지만 아이는 이미 정자에 도착해 의자에 걸터앉아 다리를 달랑거리며 여유를 부리고 있다.


"에이~~ 엄마 꼴등~~ 내가 일등 했네~~"


"1등은 중요하지 않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올라오는 게 더 대단한 일이야~~"



 땀을 식히며 옆에 앉아 있는 아이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올라온 만큼 훌쩍 자라 있었다. 아이와 놀아준다 생각했는데 되려 아이가 나와 놀아준 것 같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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