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의 합리화
쇼핑은 즐겁다. 특히 생필품을 구매할 때만큼은 과소비할 품목이 아니기에 주저하지 않고 소비하게 된다. 두 달에 한 번 간격으로 약속이나 한 듯이 동시에 똑떨어지곤 하는데 말 그대로 꼭 필요한 생활필수품이기에 미룰 수도 없다. 휴지, 샴푸, 세탁세제, 아이 로션 등등 당장 사야 한다.
쿠폰 좀 그만 줘
불행인지 다행인지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각종 쿠폰을 발행해주는 기간이 있다. 수상한 카드 20% 할인, 스마일 클럽 12% 할인, 중복 7% 할인 쿠폰, 발급되는 것들은 모두 받아 저장해 두고 필요한 물품들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쇼핑으로 살 때는 단품보다는 묶음으로 판매하는 게 대부분이기에 평소 소비습관이랑은 반대되지만 가격을 따져보면 묶어 사지 않을 수가 없다. 오프라인 마트에서 1개 살 가격으로 온라인에서는 3개 묶음을 살 수 있다. 물론 모아둔 쿠폰을 모두 적용시켜 살 경우다. 두고두고 쓸 필수품이라 합리화를 하며 하나씩 주문하기 시작했다. 소액을 결제했는데도 품목들이 쌓이다 보니 금액이 커졌다. 생활비의 1/5이 금세 통장을 빠져나갔다.
묶어서 장바구니 결재로
생필품만 사고 끝내야 할 쇼핑이 또 다른 쇼핑으로 이어진다. 몇 % 할인을 앞세워 자꾸 발행되는 쿠폰이 소비를 부추긴다. 할인된 가격을 보니 안사면 손해인 것 같아 손가락이 계속 결재를 누른다. 안 사는 게 더 이익이라는 진리를 알면서도 말이다.
날씨가 풀리니 옷차림이 가벼워져 작년 이맘때쯤 입었던 옷을 꺼내봤다. 뭘 입고 지냈었나 싶을 정도로 입을 옷이 없다. 쿠폰을 앞세워 하늘거리는 원피스, 단정한 코트, 편하게 입을 맨투맨 티셔츠도 몇 벌 장바구니에 담아본다. 닳아서 버리라고 해도 자꾸 신고 다니는 신랑 운동화도, 훌쩍 커버려 바지 길이가 짧아진 아이의 봄 바지도 장바구니에 꽉 채워본다.
장바구니 품목마다 쿠폰 할인을 받고 전체 장바구니 금액에 따라 또 한 번 할인을 받는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엄두도 못 낼 저렴한 금액으로 온 가족 봄맞이 의류 구입에 성공했다. 이렇게나 알뜰한 구매라니 사지 않고 못 배길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