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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실궁리 Jun 25. 2021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

글쓰기


 봉합했던 상처들이 자라는 몸과 함께 늘어나는 모양을  때면 그날의 기억들이 어두운 방에 전구가 켜지듯 번뜩였다. 오른쪽 검지 손가락  마디에 걸쳐 대각선으로  뻗어 나온 새살, 왼쪽 발바닥 중앙에서 안쪽으로 길게 올라와 측면까지 이어지는 맨들한 , 코와  사이 인중에  상처까지 크고 작은 외상을 입으며 자랐다. 그런 나를 보고 아빠가 말했다.

"니는 별나지도 않은 , 별나게 다친다이"

 일부러 튀려고 까불거리는 성격도 아닌데 덤벙거리다가, 실수로  다쳤다. 정말로 의도하지 않았던 '실수'였다. 하지만  실수 후에,  다친 뒤에는 위로받기보다는 되려 혼이 났다. 여자 아이 몸에 흉이라도 날까 걱정돼서 나오는 다그침이었겠지만 그보다 먼저 다독여줬었더라면.

 다치면 아픔은 둘째치고 야단을 들을까 봐 더 걱정하는 아이가 되었다. 아파도 애써 괜찮은 척, 하나도 아프지 않은 척, 숨기고 둘러대는 게 먼저였다. 나쁜 일이 있어도 좋게 포장하고 드러내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뭘 하든 '좋은 게 좋은 거지.', '아님 말고.' 하는 태도가 자연스럽게 몸에 뱄다. 줏대 없이, 의견을 드러내지 않은 채로 인파 속에 묻혀 있었다. 여차하면 외면하고 도망치면서도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무엇을 하고 살아갈지에 대해서는 하염없이 목말라했다.

 '글쓰기'라는 타이틀에 이끌려 '치유하는 글쓰기' 강좌를 들으면서 실수로 다쳤던 어린 나를 토닥이는 시간을 만났다. 치유가 목적이 아니었건만 글을 쓰면서 위로받았다. 어렴풋했던 기억을 주워 담아 하얀 종이 위에 써 내려가면서 외면했던 나를 직면했다. 조금씩  생각을 드러낼 수도 있게 되었다.

 몸의 상처는 아물어 가는 과정을 눈으로   있지만 마음의 상처는 차도를   없어 묻어두기만 한다.  마음을 꺼내 까만 글자로 써내려 가면서 흉터를 봐도 이제  이상 아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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